델타변이 전염성 강한 이유, ‘이것’ 때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델타 변이는 다른 변이보다 2배 이상 전염성이 크다. 그 이유가 뭘까? 그동안 과학자들은 코로나바이러스의 표면에 위치한 스파이크 단백질의 돌연변이에 집중해왔다. 이 단백질이야말로 인간 세포에 밀착돼 유전정보를 퍼뜨리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시그니처 같은 기관이었기 때문이다. 왕관을 뜻하는 코로나라는 이름도 스파이크 단백질이 여럿 돌출한 모양이 왕관을 떠올리게 한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지난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UC Berkeley) 교수 연구진은 바이러스 바깥에 있는 스파이크가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뉴클레오캡시드에서 발생한 돌연변이가 유전물질을 숙주에 더 많이 전달하게 한 원인임을 규명해냈다. 뉴클레오캡시드는 RNA(리보핵산)이나 DNA(디옥시리보핵산) 같은 유전물질을 감싸고 있는 단백질 복합구조체이다.

4일(현지시간) 국제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된 이번 연구결과가 더욱 놀라운 점은 ‘바이러스유사입자(viruslike particles‧VLPs)’라는 일종의 인공 바이러스를 개발한 뒤 이를 이용해 그 원인을 밝혀냈다는 점이다. VLP는 바이러스의 모든 단백질을 다 갖고 있지만 유전물질인 RNA가 빠져 있다. 따라서 외부에서 보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똑같고 실험실에서 숙주세포와 결합하고 내부 침투도 가능하다. 하지만 RNA가 없기 때문에 복제가 불가능하고 더 많은 세포를 감염시키기 위해 숙주 세포를 터뜨리고 나올 수도 없다. 미국 록펠러대학의 분자바이러스 학자인 찰스 라이스 교수는 “(숙주세포 행) 편도티켓과 같아서 다른 세포로 퍼지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다우드나 교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글래드스톤 바이러스학 연구소의 소장인 멜라니 오트 등과 손을 잡고 VLP을 개발한데 이어 거기에 형광 mRNA(전령RNA)를 삽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해당 VLP에 감염된 세포가 빛을 발하도록 함으로써 더 밝은 빛을 낼수록 더 많은 mRNA가 침투됐음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연구진은 그 다음 다양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서 발견되는 돌연변이를 VLP에 반영한 뒤 빛의 변화를 추적했다. 그 중 델타변이에서 발견된 R203M이라는 돌연변이가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이 돌연변이는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을 보호하고 방출하는 역할을 하는 뉴클레오캡시드 단백질 구성에 관여한다.

R203M 돌연변이를 유발한 VLP에 감염된 숙주 세포의 빛이 원래의 코로나 VLP에 감염된 숙주 세포보다 10배나 밝아졌다. 전파된 mRNA의 양이 10배나 많아졌다는 소리다. 영국발 알파 변이에 비해서는 7.5배, 브라질 발 감마 변이보다는 4.2배가 더 밝았다.

연구진은 마지막으로 실제 코로나 바이러스에 R203M 돌연변이를 유발하고 인체 폐세포를 감염시켰다. 돌연변이 바이러스는 원래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51배나 더 많은 바이러스를 생산했다. 델타변이가 숙주세포 안에 더 많은 유전물질(RNA)을 주입하도록 뉴클레오캡시드를 진화시켰음을 확인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글래드스톤 연구소의 생물 의학 엔지니어이자 이 논문의 제1저자인 압둘라 시드는 “델타변이에서 발견된 이 돌연변이로 감염성 입자가 더 잘 만들어지고 더 빨리 퍼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캘리포나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UCSD)의 세포생물학자인 샨 루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뉴클레오캡시드 단백질을 공략하면 코로나 감염을 막고 환자를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이번 발견으로 새로운 치료법의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메릴랜드대의 구조생물학자인 마이클 서머스는 VLP 개발은 델타변이 퇴치 뿐만 아니라 언젠가 등장할 미래의 변종에 대한 예측과 대응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커다란 진전”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해당 논문의 원문은 다음 인터넷 주소(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l6184 )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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