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에 물이 차 있으면 빼야 하나?

[스포츠의학 명의 왕준호의 무릎이야기] ⑨물이 차는 세 가지 이유

관절이 아파서 병원에 오시는 환자가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무릎에 물이 차면 빼야 하나요, 말아야 하나요?”입니다. 무릎에 물이 찬다고 꼭 뺄 필요는 없지만,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관절에 물이 많이 차면 무릎을 구부릴 때 관절이 많이 뻑뻑해지고 아파서 생활이 많이 불편해질 수 있어 가끔 “물을 빼고 편하게 무릎 관절운동을 하시는 것이 좋다”고 권합니다.

그럴 때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물을 빼면 더 많이 찬다고 하던데 빼도 되나요?”입니다. 그 질문에 대한 저의 답변은 “무릎 관절의 물은 저수지의 물과 같아서 비가 와야지 물이 차는 것이지, 수문을 연다고 저수지에 물이 차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물론, 물을 빼도 원인이 해결 안되면 금방 다시 찰 수는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을 빼느냐 마느냐보다도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럼 무릎에 물은 왜 차는 걸까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퇴행성 변화나 외상으로 손상된 조직이 자극을 받으면 물이 찬다

무릎에 물이 차는 가장 흔한 원인은 퇴행성 변화나 외상으로 조직이 손상된 경우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서 피부에 탄력이 떨어지듯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관절연골이나 반월연골판도 탄력이 떨어지고 조직이 딱딱해져서 찢어지기 쉬운 상태가 됩니다. 그런 조직은 약한 충격에도 쉽게 떨어지거나 찢어질 수 있습니다. 찢어져서 너덜거리거나, 떨어져 나간 관절연골이나 반월연골판 조직이 주변을 자극해서 무릎에 물이 찰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거나 심한 충격으로 관절연골과 뼈가 같이 떨어지는 골연골골절이 생겨도 피가 났다가 결국은 물이 찰 수 있습니다. 자극되는 원인이 있어서 물이 차더라도 일반적으로는 1, 2개월 정도 지나면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그보다 더 오랫동안 물이 차 있다면 지속적으로 자극이 될 만한 무엇인가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는 경우이므로 꼭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류마티스나 통풍 같은 염증성 질환으로 물이 찬다

아침에 일어나서 관절이 뻣뻣하고 시간 지나지면 좋아지고, 그리고 동시에 여러 관절이 아프다면 류마티스 관절염을 의심해야 합니다. 평소 요산이 조절 안되면서 엄지발가락이나, 발목, 무릎 관절이 아프다면 요산이 관절이 침착돼 자극을 줘 생기는 요산성 관절염인 통풍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런 병들은 하나의 관절에 이상이 생기는 국소적 원인이 아니라 전신적인 염증성 질환입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이 심해지면 단순히 물이 차는 것이 아니라 관절의 활액막이 심하게 증식돼 무릎이 많이 부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활액막 증식이 심하면 관절경으로 활액막을 정리하는 수술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류마티스 관절염은 관절연골을 녹여내듯이 파괴하는 병이기 때문에 심해지면 인공관절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류마티스 관절염은 온몸 질환이기 때문에 다른 장기에도 이상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다행히 류마티스를 다스릴 수 있는 좋은 약이 많이 나와서 실제 인공관절수술까지 가는 사례가 많이 줄었습니다. 통풍성 관절염도 심해지면 관절 연골이 많이 손상되기 때문에 식이요법과 운동을 통해서 요산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세균, 바이러스 다양한 병원체의 감염으로 물이 찬다

감염이 얼마나 무섭다는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무릎에 물이 차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감염입니다. 일반적으로 감염은 세균(박테리아)에 의해 생기는 것을 먼저 생각 할 수 있습니다. 세균이 들어가서 무릎 관절이 감염되면 무릎에 물이 차면서 붓고, 무릎 주변이 빨갛게 변하면서 열이 납니다. 몸살기운이 있으면서 온몸에 열이 나기도 합니다. 이런 세균에 의한 감염을 화농성 관절염이라 하는데 말 그대로 고름이 차는 병입니다.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관절연골이 녹아 없어질 수 있어서 응급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 외에도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나 결핵에 의한 감염, 곰팡이 균에 의한 감염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물이 찰 수 있습니다. 이런 때엔 화농성 관절염과 달리 급성 염증 소견이나 통증이 심하지 않아 병원에 늦게 오는 경우가 많고 원인 균주를 정확히 알아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치료가 늦어지기도 합니다.

특별한 원인 없이 물이 차는 경우도 있다?

아무런 원인 없이 무릎이 물이 차는 경우는 없습니다. 다만 사람이 원인을 잘 못 찾아내는 경우는 너무나 많습니다. 무릎관절 안에 손상이 있어도 자기공명영상촬영(MRI)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 미세한 손상이거나 피검사에도 잘 감지가 안될 정도의 염증성 질환, 또는 배양이 잘 안되는 균주에 감염된 경우 등입니다. 그리고 몸의 다른 부위가 감염됐거나 과거의 감염이 원인이 돼 우리 몸이 과민 반응을 일으키듯이 생기는 ‘반응성 관절염’ 중에서도 관절에 물이 차는 것이 가장 중요한 증상인 경우가 있습니다.

이처럼 정말 다양한 원인 때문에 무릎에 물이 찰 수 있습니다. 물이 차 있는 것은 정상은 아니지만, 심하지 않으면 조금 두고 보며 기다리는 것을 선택할 수 있고, 심하면 병원에 와서 의사의 진단과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무릎 관절에 물이 찼을 때 여러 이유로 불편하면 빼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만 심하지 않다면 꼭 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물을 빼면 물이 더 찬다는 말은 반드시 옳지는 않지만, 바람 들어간 풍선처럼 관절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상태가 오래되면 좋을 것은 없습니다. 물이 차면 일단 찾을 수 있는 원인을 찾아 정확하게 진단하고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모든 원인을 다 해결할 수 없는 경우도 많으므로 조금은 불편한, 물이 찬 무릎으로 적응해 살아가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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