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시보 효과, 뇌의 ‘이 부분’ 때문 (연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위약효과로 번역되는 ‘플라시보 효과’는 약효가 없는 거짓약을 진짜 약이라 속여 환자에게 복용케 했을 때 환자의 병세가 호전되는 효과를 말한다. ‘마음에 들도록 한다’는 뜻의 라틴어 플라체보(placebo)의 영어발음이다. 그 반대로 진짜 약을 줘도 환자가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면 약효가 나타나지 않은 것을 ‘노시보 효과’라 한다. 역시 ‘해를 끼치게 한다’는 라틴어 노체보(nocebo)의 영어발음을 딴 것이다.

이 플라시보 효과와 노시보 효과의 뇌 속에서 어떻게 이뤄지는지 규명됐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5일 《신경과학저널(The Journal of Neuroscience)》에 해당 논문을 발표한 호주 시드니대와 멜버른대 연구진의 공동연구 결과다.

연구진은 27명의 참가자들 대상으로 적당히 고통스러운 온도까지 가열되는 보온대를 그들의 팔에 묶고 난 뒤 3가지 종류의 크림을 차례로 그들의 팔에 발라줬다. 각각 고통을 덜어주는 통증완화제, 고통을 가중시키는 통증유도제 그리고 아무런 효과가 없는 통제크림이라고 말해줬지만 실제로는 세 가지 물질 모두 동일한 석유 젤리였다.

연구진은 이후 지원자들의 뇌를 고해상의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로 스캔했다. 대부분의 시험대상자들은 플라시보 효과 내지 노시보 효과를 보여줬다. 그중 약 3분의 1은 ‘통증 완화제’를 발랐다고 했을 때 통증이 경감했다고 말했다. 또 절반 이상은 ‘통증 유도제’를 적용했을 때 통증이 더 심하다고 보고했다.

fMRI 결과는 이러한 반응을 반영했다. 플라시보 효과와 노시보 효과 모두 뇌줄기(좌우 대뇌반구와 소뇌를 제외한 뇌의 가운데 부위로 뇌와 척수를 이어주는 줄기 역할을 함)의 활동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플라시보 효과는 통증 정보를 전달하는 뇌줄기의 입쪽배안쪽숨뇌(RVM)라는 부위의 활동을 증가시키고, 뇌의 중심부에 있으며 통증억제에 도움을 주는 수도관주위회백질(PAG) 부위에서 활동성이 감소했다. 노세보 효과는 정반대의 변화를 유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직관에 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고통의 감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뇌줄기의 여러 부분이 복잡한 방식으로 작용한다고 저자들은 설명했다.)

미국 다트머스대의 신경과학자인 토르 웨거 박사는 “이번 연구는 초고해상도로 이루어졌기에 통증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뇌줄기를 식별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었다”면서 “지금까지 플라시보 효과와 노시보 효과에 반응하는 뇌의 활동을 보여주는 지금까지 연구 중에서 가장 상세하게 밝혀냈다”고 평가했다.

논문의 제1저자인 시드니대 신경과학자 루이스 크로포드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가 만성통증 치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손목터널증후군이나 신경손상에서 오는 통증, 암세포에 의한 통증완화가 수십 년 간 부분적 성공에 그친 것은 뇌의 어느 부분이 고통을 조절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로 그 부위를 좁힐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 의대의 테드 캅추크 교수는 “이 분야에 대한 주요한 기여”라면서도 실험실 기반의 이번 연구가 실생활에 적용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선 더 많은 연구가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발표문의 원문은 다음 인터넷 주소에서 확인할 수 있다.(https://www.jneurosci.org/content/early/2021/10/13/JNEUROSCI.0806-21.2021)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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