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유전자들이 속속 밝혀지는데 왜 정복이 안될까?

[김명신의 유전자이야기] ⑧ 알츠하이머병과 유전자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가장 큰 관심을 받는 뇌질환은 치매일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전체 치매 환자의 약 60~80% 정도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1907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Alois Alzheimer) 박사에 의해 처음 보고됐다.

드문 형태의 알츠하이머병은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며 상염색체 우성 유전 방식을 보인다. 원인이 되는 세 개의 유전자가 잘 밝혀져 있는데 APP, PSEN1, PSEN2 유전자로 65세 미만에서 발병하며 진행 속도가 빠르고 언어기능의 저하가 초기에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가족 중에 조발성 알츠하이머 환자가 있거나 이른 시기에 발병한 환자에겐 해당 유전자 분석을 시행해볼 수 있다. 영화 ‘스틸 앨리스’에서 줄리안 무어가 연기한 앨리스가 대표적인 조발성 알츠하이머병 환자로 영화에서도 앨리스의 임신한 딸이 유전자 검사를 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장면이 나온다.

노년기에 발병하는 알츠하이머병은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유전자의 변이와는 무관하다. 하지만 이 질환도 유전자가 미치는 영향이 높은 질환 중 하나다. 이를 “유전율(Heritability)이 높다”고 표현한다. 유전율은 병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 중에서 유전적 요인이 기여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유전율의 값이 높을수록 유전자와 병과의 상관관계가 높다. 1993년에 아포지단백E(APOE) 유전자의 ε4 대립유전자가 알츠하이머병 발병위험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졌다. ε4 대립유전자를 가진 사람 중에서 동형접합 ε4를 갖고 있는 백인은 만발성(노년기)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이 가장 높다.

APOE를 시작으로 2000년대에 전장유전체연관분석(GWAS, Genome-Wide Association Study)을 이용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2009년에 이 분야의 이정표가 되는 두 개의 연구를 통하여 CLU, CR1, PICALM 세 가지 유전적 위험 인자가 발굴됐다. 이후 지속적으로 유전적 위험 인자를 밝히는 연구가 진행되면서 최근에 알츠하이머병 염기서열 분석 프로젝트에서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GS)을 이용해 만발성 알츠하이머병 5740명과 정상대조군 5096명의 엑솜시퀀싱 결과가 수집되었다. 지금까지 40개 이상의 만발성 알츠하이머병 관련 유전자자리가 보고됐다.

이 정도 밝혀졌으면 유전자 분석을 통해 알츠하이머 고위험군을 선별해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전문가만이 이해할 수 있는 유전형-표현형 간 연관성 분석의 통계적 측면의 까다로움은 차치하더라도 같은 유전자자리의 연관성이 후속 연구에서는 그 의미가 변하는 경우도 있어 확실한 연관성을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더한다.

그 예로, 2010년 초기 연구에서 연관성이 비교적 높지 않게 나왔던 BIN1 유전자표지는 최근 연구에서는 질병에 더 연관성이 높은 마커라고 밝혀졌고, CD33 유전자는 2008년과 2011년 초창기 두 개의 연구에서 알츠하이머병 위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지만 2013~2019년 발표된 대규모 GWAS 연구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대규모의 신뢰도 높은 연구 결과만으로 위험도 분석을 하려고 해도, 까딱하면 중요한 유전자자리를 생략하거나 관련이 없는 자리를 포함하게 될 수 있으니 정말 기함할 노릇이다. 가장 확실한 마커로 알려진 APOE도 위험도가 가장 높은 동형접합 ε4 보인자 중에서 95세까지 치매 징후를 보이지 않은 사람도 있고, ε4를 갖지 않았다고 해서 알츠하이머병에 안 걸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직까지 유전적 요인과 이를 조절하는 다인성 요소들의 상호 작용에 대한 분석이 완벽히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전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거나 계획 중에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유전적 요인을 철저히 파헤치기 위한 대규모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유럽의 알츠하이머 DNA 바이오뱅크 프로젝트’에서는 1단계에서 약 3만8000 건, 이후 6만 건의 세계 최대 GWAS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전체 게놈의 3%에 해당되는 엑손만 분석하는 엑솜시퀀싱에서 게놈 전체를 분석하는 전장유전체분석으로 기술이 발전해 그간 찾지 못했던 유전자자리를 보다 효율적으로 찾아낼 가능성이 있다.

최근 보고에서는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유전자 변이를 조합해 연관성을 분석하고 위험도와 영향력을 예측하는 다중유전자위험점수(Polygenic risk score) 방법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연구하는 등 빠른 속도의 발전을 실감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부처 주도로 현재 대규모 시범사업인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필자도 시범사업에 참여하여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서로 다른 인구집단 사이에 차이가 존재하는 유전자의 특성상, 한국인을 위한 유전자 연구를 위해서는 한국인의 유전적 데이터로 한국인 특이적인 유전적 요인을 발굴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에는 현재(2021년 10월 7일) 기준으로 7540명이 참여하였고, 모집대상도 희귀질환을 시작으로 다양한 질환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성공적인 연구 성과를 얻어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하여 그간 우리가 막연히 두려워하는 많은 병들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예방할 수 있는 길을 찾기를 바란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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