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가 다르면, 세상 보는 눈도 다르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면 세상을 보는 눈에도 미묘한 차이가 생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언어는 기억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령 색깔 구분을 섬세하게 하는 언어를 쓰는 나라 사람들은 푸른색과 짙은 푸른색을 다르게 감지한다. 우리나라나 영어권 국가에서는 푸른색에 ‘짙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짙은 푸른색’이라 부르지만, 러시아는 짙은 푸른색을 칭하는 하나의 단어가 있다. 이처럼 별도의 단어가 있을 때 두 색의 차이를 더 잘 구분한다는 것이다.

 

단어만이 아니다. 언어의 구조도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실린 연구에 의하면 문장의 단어들을 나열하는 순서는 우리의 기억력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8개국의 실험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기억 과제들을 진행했다. 문장 구조 중 오른쪽 가지치기 언어로는 아프리카 반투족 언어(Ndonga), 베트남 커매족 언어(Khmer), 태국어, 이탈리아어, 그리고 왼쪽 가지치기 언어로는 일본어, 한국어, 아프리카 나마 언어(Khoekhoe), 에티오피아 시다마족 언어(Sidaama) 등을 대상으로 했다.

 

각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실험참가자들을 언어별로 24~40명씩 모집해 통역사의 도움을 바탕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오른쪽 가지치기 언어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구절의 중심 단어가 제일 먼저 오고, 이후 그 단어를 설명하는 단어들이 따라온다는 점이다. 가령 ‘차를 마시러 온 호랑이(The tiger who came to tea)’에서 중심이 되는 단어인 ‘호랑이’가 문장 제일 처음에 놓인다.

 

반면 왼쪽 가지치기 언어는 반대 구조를 가진다. 수식하는 정보들이 먼저 오고 중심이 되는 단어가 구절의 마지막에 온다. 왼쪽 가지치기 언어인 한국어는 ‘차를 마시러 온’이라는 수식 정보들이 먼저 오고 가장 중요한 단어인 ‘호랑이’가 마지막에 놓인다.

 

오른쪽 가지치기 언어는 중심 단어를 앞에 두기 때문에 시작부터 문자의 의미가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난다. 반면 왼쪽 가지치기 언어는 말이 끝낼 때까지 앞서 말한 수식 정보들을 잘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연구팀은 왼쪽 가지치기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순서대로 놓인 정보들을 기억할 때 앞에 놓인 정보들을 비교적 잘 기억할 것이라고 보았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단기 기억력을 확인하는 몇 가지 테스트를 진행했다. 연속성이 있는 그림들을 차례대로 보도록 했고, 동시에 암산처럼 그림을 기억하는데 방해가 되는 작업을 함께 진행하도록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이 본 그림들을 올바른 순서대로 떠올려보도록 했다.

 

실험 결과, 왼쪽 가지치기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연구팀의 예상대로 순서상 나중에 놓이는 그림보다 먼저 놓인 그림들을 상대적으로 잘 기억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오른쪽 가지치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후반에 오는 그림들을 더 잘 기억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볼 때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세상을 인식하고 개념화하는데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고 기억하는데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았다.

 

단 이번 연구는 8개의 언어만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됐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전 세계에는 7000개의 서로 다른 언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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