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살러 간다고?” 사회적 입원, 어떻게 해결할까?

[박창범의 닥터 to 닥터]

‘병원에 살러 간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는가? 많은 사람들은 병원은 병을 고치러 가는 곳이지 살러 가는 곳이 아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바로 요양병원이다. 원칙적으로 요양병원은 노인성질환자, 만성질환자, 외과적 수술이나 상해 후 회복기간에 있는 환자들을 입원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이렇게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생활이나 요양을 위해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를 사회적 입원이라고 한다. 2019년 보건복지부 추산에 따르면 이런 사회적 입원환자는 12~17만 명으로 전체 요양병원 입원환자의 40%에 이르는 수치이다.

이러한 사회적 입원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이유는 거동이 어렵거나 만성적인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이 점차적으로 늘고 있지만 노인부양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9년 보건복지포럼의 연구에 따르면 자녀가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2002년 70.7%인 반면 2018년 26.7%로 줄어 들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의하여 입원이 필요할 정도는 아니지만 돌보아 줄 사람이 없거나 부족한 노인들이 요양병원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입원이 증가하면 가족과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누군가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가족은 입원비용과 간병비로 인하여 경제적인 부담을 안게 된다. 불필요한 의료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국민건강보험도 결국은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에게는 제대로 된 돌봄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돌봄이 필요한 만성질환을 가진 분들을 요양병원에 입원하지 않도록 하기도 그렇다. 집에 있게 되면 결국 가족이 간병인을 구하거나 가족 중 한 사람이 직장을 포기하거나 자신의 개인적인 삶을 포기하고 간병에 온 힘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로 우리나라의 요양병원은 노인성질환이나 만성질환을 가진 어르신들의 생활이나 요양을 위해 입원한 사회적 입원환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의 일상생활을 돌보고 사회적인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은 치료영역이 아닌 복지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지역사회가 이러한 일상생활 돌봄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아 치료영역을 책임지고 있는 보건의료가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병원은 돌봄을 제공하기에 적절한 환경이 아니다. 병원은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환자들의 인권이나 돌봄에 대하여는 무관심하다. 또한 부족한 수의 의사와 간호사를 가지고 상대적으로 많은 수의 환자들을 관리하다 보니 진료의 편의성을 추구하게 된다. 따라서 묶을 필요가 없어도 자꾸만 묶어 놓게 되거나, 어느 정도의 도움만 있으면 속도는 느리지만 스스로 식사를 할 수 있는 분도 효율성을 위하여 콧줄을 코에 삽입하거나, 여러 이유로 느리지만 스스로 소변을 볼 수 있던 분도 케어가 힘들다는 이유로 소변줄을 요도에 삽입하여 결국 영원히 소변줄을 차고 살아야 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어느 정도의 도움만 있다면 스스로 대변을 가릴 수 있어도 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조건 기저귀를 차게 하기도 한다. 또한 치매를 가진 환자들은 걷다가 넘어지거나 다칠 수 있거나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병상에 묶어 놓기도 한다.

병원은 치료시설이기 때문에 환자들을 위한 운동시설이나 여가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환자들은 수용소와 같은 생활을 견뎌야 한다. 이러한 병원의 조치들은 결국 환자들의 근육량 감소속도가 더욱 빠르게 하여 처음에는 걸을 수 있던 분도 걸을 수 없게 되고, 콧줄이나 소변줄, 중심정맥관 그리고 기저귀로 인하여 항문이나 요도주위, 그리고 삽입된 튜브로 인하여 감염이나 욕창이 발생하게 되어 항생제를 남용하게 되고, 결국은 항생제를 사용해도 치료할 수 없는 수퍼박테리아 감염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누구나 원래 자기가 살고 있던 곳에서 함께 지냈던 이웃이나 친구들을 만나면서 살고 싶어한다. 하지만 일단 나이가 들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거나 치매에 걸리면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굳이 통계를 보지 않더라도 듣거나 경험하면서 알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인식한 정부는 2018년 11월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본계획을 통해 집으로 찾아가는 방문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재가장기요양과 돌봄서비스를 확충하는 등 치매노인이나 만성질환을 가진 분들을 복지시설이나 요양병원에 보내 격리시키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적절한 돌봄을 제공하여 이들이 원래 살고 있던 집과 지역에서 거주하면서 필요한 경우에만 병원에 다닐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아직 선언에 가깝다. 이제 겨우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24시간 돌봄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낮에는 이런 서비스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외 시간은 결국 환자보호자의 몫이다. 우리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사회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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