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못 참는 나, 과민성 방광일까 방광염일까

[노윤정 약사의 건강교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요즘 화장실을 너무 자주 가고, 소변이 마려우면 참기가 너무 힘들어. 또 오줌소태 인가봐.” 일주일 전에 만난 지인의 하소연이다. 대개 오줌소태는 방광염을 말한다.

방광염은 하루에 8회 이상 화장실을 가는 ‘빈뇨’, 갑작스럽게 소변이 마렵고 소변이 마려우면 참기 힘든 ‘절박뇨’와 함께 소변을 볼 때 화끈거리는 통증, 배꼽 아래 통증 등 방광 자극 증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지인의 상황을 더 자세히 들어보니 지인은 ‘방광염’이 아닌 ‘과민성 방광 증후군’으로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이름도 증상도 비슷한 방광염과 과민성 방광, 무엇이 다를까?

◆ 방광의 자극이 특징인 감염질환 ‘방광염’
방광염은 소변이 나가는 길 ‘요도’에서 방광 쪽으로 균이 감염돼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방광염 환자의 약 90%는 여성이다. 여성은 요도 길이가 짧고 항문과 요도의 거리가 가까워 요도의 유해균이 방광으로 침범하기 쉽기 때문이다.

방광염은 균의 감염이 원인인 만큼 치료를 위해 항균제를 기본으로 사용한다. 반면 ‘과민성 방광 증후군(이하 과민성 방광)’은 방광염 등 요로감염이나 다른 질환이 없는 상태에서 절박뇨, 빈뇨와 함께 수면 중 2회 이상 소변 때문에 깨는 ‘야간 빈뇨’가 나타난다.

소변이 마려우면 참지 못하고 지리는 ‘요실금’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도 있지만 과민성 방광의 필수 요소는 아니다. 방광은 소변을 저장하고 배출하는 근육 기관으로, 건강한 사람은 400~500cc 정도까지 소변을 저장했다가 배출할 수 있다.

그런데 과민성 방광은 방광의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수축해 소변이 조금만 차도 화장실을 가고 싶거나 화장실 가고 싶은 욕구를 통제하기 어렵다. 과민성 방광의 원인은 비만, 변비, 과도한 수분 섭취, 약물이나 호르몬 결핍, 전립선 질환 등으로 다양해 방광염과 달리 남녀 모두가 흔히 경험하는 질환이다.

◆ 배뇨통, 혈뇨 등이 있는 방광염은 항생제 치료 필수
절박뇨와 빈뇨 증상이 겹쳐서일까. 필자의 지인처럼 방광염에 자주 걸리는 여성들이 과민성 방광을 경험하면 비슷한 증상 때문에 잘못된 관리법을 택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방광을 비롯해 요로계 감염 관리에 도움을 주는 크랜베리추출물 등을 과민성 방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섭취하거나 반대로 항생제 치료가 필요한 급성 방광염에 일반적인 배뇨 건강관리에 도움을 주는 호박씨추출물 등을 섭취하는 분들이 있다.

잘못된 초기 대처법은 치료 기간을 늘릴 수 있다. 따라서 가능하면 전문가에게 본인의 증상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상담한 뒤 보충제를 구입하시길 권장한다. 방광염은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한방생약제제 등의 일반의약품으로도 관리 가능하다. 그러나 피에 소변이 섞여 나오거나 배뇨통 등의 증상이 심하고 이미 방광염이 발생한 지 3일 이상 지났다면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

일반의약품은 주로 이뇨작용으로 소변량을 늘려 방광의 세균이 소변과 함께 배출되도록 도와 방광염을 치료하며, 일부 성분은 항균 효과도 있지만 병원 진료 후 처방받는 항생제만큼 강력하게 균의 성장을 억제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방광염은 대개 3~7일 항생제를 복용하면 치료되므로 증상이 심하다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 되도록 빠르게 약 복용을 시작하는 것이 낫다.

◆ 50세 이상 남성의 과민성 방광은 전립선 건강 확인 필요
과민성 방광 증상 때문에 고생하는 중년 남성이라면 전립선 건강을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전립선은 방광 아래에 있는데, 50세 이상의 남성에서 늘어나는 전립선 비대증(전립선 증식증)은 방광과 요도를 직접 압박해 과민성 방광처럼 빈뇨나 야간뇨, 절박뇨 증상이 나타난다.

과민성 방광 치료제는 주로 방광의 배뇨근을 이완시켜 방광의 과도한 수축 반응을 줄임으로써 빈뇨, 야간뇨 등의 증상을 완화한다. 그런데 전립선 비대증이 심한 사람이 이 약을 복용하면 방광에 소변이 고여 있음에도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는 ‘요폐’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50세 이상의 남성이 빈뇨, 야간뇨, 절박뇨로 고생한다면 전립선 건강을 우선 확인하는 것이 좋다. 특히 소변의 흐름이 끊기는 ‘단절뇨’나 소변을 볼 때 힘을 주어야 하는 등의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가까운 비뇨기과에서 전립선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을 권장한다.

    노윤정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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