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시작을 밝히는 게 중요한 이유

[권순일의 헬스리서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 우한에서 발발한지 2년이 다 돼가고 있다. 22일 현재 ‘월드오미터’ 집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2억4300여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이중 494만2000여명이 사망했다.

백신이 개발되고, 접종률도 높아졌지만 코로나19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백신에 이어 치료제가 본격적으로 투입되더라도 2~3년은 지나야 코로나19 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인류의 대재앙이 된 코로나19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국제 연구단이 코로나19가 처음 시작된 중국 현지를 조사했지만 아직 정확한 기원을 밝혀내지 못한 채 대표적인 두 가지 가설이 맞서고 있다.

◇자연 발생설

먼저 나온 가설은 자연 발생설이다. 중국 남부 윈난성을 비롯해 미얀마와 라오스 접경 지역 등의 식생 이동에 대한 연구 결과, 지난 세기 동안 기온과 대기 이산화탄소 수치의 변화에 의해 열대 관목지가 변형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변화들로 인해 열대 사바나와 낙엽림 지대로 이동하는 생물체들에게 적합한 환경이 조성됐고 이런 생물체 중에는 남아시아 박쥐 종도 포함돼 있다”며 “지난 100년 동안 적어도 40종의 박쥐가 윈난성으로 이동했고 이 때문에 이 지역의 박쥐 개체군에 100종의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한다.

이와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의 피터 벤 엠바렉 식품안전·인수공통전염병 전문가는 “코로나19와 가장 가까운 것은 2013년 중국 윈난성의 박쥐가 사는 동굴에서 발견된 바이러스”라며 “완전히 같진 않지만 우리가 아는 한 코로나19와 가장 가까운 유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과학자들은 “박쥐의 다양한 저장고 안에서 더 많은 수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순환하면서 인간에게 전염 가능한 바이러스가 진화할 위험성이 증가한다”며 “박쥐와 코로나바이러스 생물 다양성이 고립돼 있을 때는 그렇게 큰 위험이 되지 않지만 기후 변화를 촉발시킨 인간의 여러 활동들로 인해 코로나바이러스를 옮기는 박쥐의 다양성에 적합한 장소를 전 세계적으로 만들어냄에 따라 인수 감염(동물사람 공통감염) 위험도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즉, 도시지역, 농경지, 사냥터 등이 자연 서식지로 점점 더 깊이 확장되면서 인간과 병원균을 운반하는 야생동물 사이의 접촉 기회가 훨씬 더 많아지고 이것이 감염을 촉진하며, 코로나19도 박쥐에게 있던 바이러스가 천산갑이나 너구리, 오소리 등 사람과의 접촉이 가능한 동물이 중간숙주가 돼 인간에게 전파됐다는 것이다.

최근 국제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실린 한 연구 논문은 이런 자연 발생설을 뒷받침한다. 동남아시아의 라오스에서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와 95%이상 동일한 바이러스 3종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연구팀에 따르면, 라오스 북부 동굴에 서식하는 박쥐 645마리의 침과 배설물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일반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관박쥐 3종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95% 이상 일치하는 코로나바이러스 3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한바이러스연구소 기원설

코로나19의 우한바이러스연구소 기원설은 중국 남서부의 한 구리 폐광에서 시작된다. 2012년 4월 광부 6명이 박쥐 배설물을 치우러 이곳에 들어간 뒤 알 수 없는 병에 걸렸고 이들 가운데 3명은 사망했다.

우한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이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 여러 종류의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를 검출했다. 우한연구소 실험실에서 연구돼오던 그 바이러스가 현재 전 세계를 뒤덮은 코로나19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는 2019년 가을 우한연구소 소속 연구원 몇 명이 코로나19 또는 계절성 질환과 유사한 증상을 앓은 적이 있다고 공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연구소 기원설이 단순 음모론이 아니라는 과학적 증거가 제시되기도 했다.

세계 과학자 협력팀인 ‘드래스틱(DRASTIC·Radical Autonomous Search Team Investigating COVID-19)’은 최근 공개 문서를 바탕으로, 우한연구소가 코로나바이러스 조작 연구를 미국에 제안했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또한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발생했다고 보기엔 그 확률이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인다는 과학적 근거도 나왔다. 프랑스와 캐나다 공동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기존 코로나바이러스와 변별되는 지점이 발견됐다.

이 부분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자연 발생했을 가능성이 낮은 이유로 설명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염기서열을 살펴보면 PRRA(프롤린, 아르기닌, 아르기닌, 알라닌) 등 4개의 아미노산이 일렬로 삽입된 부분이 있다.

이는 바이러스와 인체 세포가 결합하기 쉽도록, 퓨린이라는 효소가 스파이크 단백질을 손질할 수 있도록 돕는다. 퍼즐을 맞추듯 인체에 침투하기 좋은 형태로 바이러스의 돌기 부위를 예쁘게 도려낼 수 있도록 변형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일부 의과학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의 세포에 침투하기 좋은 형태로 잘려나갈 수 있게 4개의 아미노산이 삽입된 부분이 무척 부자연스럽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RNA바이러스이므로 기본적으로 변이가 잘 일어나지만, 하나의 염기가 아닌 4개의 염기가 나란히 그것도 인체 세포와 잘 결합되도록 편입된 점은 자연 발생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코로나19 기원 정확히 밝히는 게 중요한 이유

과학자들은 “코로나19가 어떻게 어디서 발생했는지 이해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선 자연 발생설 이론이 옳다고 증명되면 이는 농업과 야생동물 개발과 같은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가지 예로써 지난해 덴마크에서는 모피 생산을 위해 기르던 밍크 1700여만 마리를 변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차단한다는 목적으로 살처분하는 결과를 낳았다.

반면에 연구소 기원설이 확인되면 과학 연구와 국제무역에 충격을 줄 수 있다. 또한 코로나19 초기부터 정보를 숨겼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중국을 세계가 어떻게 보는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중국은 초기부터 대규모 은폐에 관여해 왔다. 실험실에서의 유출 가설에 대한 증거가 증가함에 따라 모든 기원 가설에 대한 완전한 조사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은 “너무 빨리 중국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의 지원 없이는 기원을 정확히 밝혀내기가 힘든 만큼 인내심을 가지고 조사에 임해야 한다”고 말한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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