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오지 마”…사적 공간 기준 넓어졌다

[사진=ikuvshinov/게티이미지뱅크]
여러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내 공간’을 물리적으로 경계 지을 수는 없지만 다른 사람이 생각보다 가까이 다가오면 불편한 감정이 들게 된다.

이는 우리가 각자 생각하는 ‘개인 공간’의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개인 공간 안으로 다른 사람이 들어오면 내 공간을 침범 당했다는 생각 때문에 불편해진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특히 코로나 이후로 개인 공간의 범위가 더욱 넓어진 것으로 보인다.

개인 공간은 사람마다, 문화마다, 또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다. 환경에 따른 차이라는 것은 가령 빈 벤치가 많은 공원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널찍이 떨어져 앉게 되지만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는 따닥따닥 붙어 앉게 된다는 의미로, 주어진 환경에 따라 개인 공간의 기준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이처럼 개인 공간은 정확한 수치로 나타낼 수 없는 상대적인 개념이지만, 2020년 코로나 발생 이후 사람들이 생각하는 개인 공간의 범위는 이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물리적인 거리두기가 중요한 방역수칙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일어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공공시설에 있는 의자나 영화관 등에서 한 자리 걸러 한 명씩 앉는 일이 당연해졌고, 커피숍이나 레스토랑에서 옆 테이블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일 역시 일상이 됐다.

이로 인해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다가와도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거리가 이제는 “왜 이렇게 가까이 있지?”라는 불편한 감정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코로나 팬데믹이 개인 공간에 대한 인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람들이 불편하게 느끼는 거리를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실제공간과 가상공간을 이용해 사람들이 불편을 느끼는 거리, 즉 자신의 개인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크기를 측정했고 이를 팬데믹 이전에 측정했던 데이터와 비교했다.

그 결과, 팬데믹 이후 개인 공간의 크기가 그 이전보다 상당히 커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심지어 현실공간뿐 아니라 가상공간에서도 사람들이 인식하는 사적 공간의 크기는 커졌다.

연구팀은 감염병에 대한 실험참가자들의 인식도 조사했는데, 감염병을 위험하게 인식하는 사람일수록 사적인 공간의 크기를 더 크게 본다는 상관성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감염 위험이 없는 가상공간에서조차 사람들의 사적 공간의 크기가 커졌다는 점은 우리의 머릿속에서 ‘안전지대’로 인식하는 범위가 넓어졌다는 의미로, 안전 유지와 연관이 있는 뇌 영역의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아직 프리프린트 논문으로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이 연구 내용을 발표한 연구팀은 팬데믹이 끝나도 사적 공간에 대한 이 같은 인식 변화가 유지될지, 이전으로 돌아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각 나라마다 코로나에 대한 방역지침이 다른 만큼, 국가별로 개인 공간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분석하는 것도 감염병 연구에 있어 유용한 부분이 될 것으로 보았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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