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의료 없어도 혐의 받고, 병원 문 닫을 수도…

[서상수의 의료&법] ⑤무면허의료행위의 범위와 대책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인천의 척추전문병원에서 행정직원이 수술이 참여한 사실이 보도돼 국민의 공분을 샀다. 서울 강남구의 한 관절전문병원, 광주의 척추전문병원 역시 경찰수사가 진행 중이다. 한때 숱한 병원에서 시행돼 문제가 됐던 일명‘오다리 수술(비의료인에 의한 수술)’이 이제 사라지는가 싶었는데, 일부 병원에서 몰래 악습에 의지하다가 발각된 것이다. 그런데 상당수 병원은 실제로 무면허 치료를 하지도 않았는데도, 무면허 치료 혐의로 곤경에 처하기도 한다.

의료법은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자 및 종사자가 무자격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하거나 의료인에게 면허사항 외의 의료행위를 하게 하면 안 된다고 천명하고 있다(의료법 제27조 제5항). 또, 보건복지부장관 등은 의료기관이 이를 위반하면 의료업을 1년 동안 정지시키거나 개설 허가의 취소 또는 의료기관 폐쇄를 명할 수 있다(의료법 제64조 제1항 제2호). 이때 영업정지처분에 갈음하여 해당 의료기관의 연간 총수입액에 비례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의료법 제67조 제1항, 의료법 시행령 별표1의2).

그런데 영업정지처분에 갈음하여 부과하는 과징금의 산정금액은 2020년 2월 이전까지는 최대 5000만 원이었지만, 이때부터 개정된 의료법 시행령이 발효되면서 해당 의료기관의 연간 총수입액이 300억 원을 초과하면 영업정지처분 1일당 과징금 2383만 6000원을 부과할 수 있으며, 최대 10억 원까지 추징할 수 있도록 대폭 상향됐다(의료법 제67조 제1항, 의료법 시행령 별표1의2).

따라서 이제는 연간 총수입액이 300억 원을 초과하는 의료기관에서 무면허의료행위를 사유로 영업정지 42일 이상의 처분을 받게 되면, 과징금으로 환산해도 1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게 됐다.

무면허의료행위는 꼭 대리 수술이나 치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의 처방전 발급이 가장 흔하다고 할 수 있고, 최근 많이 적발됐다. 의료법에선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아니면 진단서, 검안서, 증명서 또는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하거나 발송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닌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환자에게 처방전을 발급하면 의료법위반 무면허의료행위로 보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종전에 직접 진찰했던 의사가 병원에 없을 때 환자가 찾아와서 전화통화로 문답해 진찰하고 그 의사의 전화지시에 따라 간호조무사가 종전과 동일한 처방전을 출력하여 환자에게 교부했을 때엔 직접 진찰한 의사에 의하여 처방전이 발급된 것으로 보아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20.1.9. 선고 2019두50014 판결).

최근 여러 이유로 의료기관의 무면허의료행위에 대한 고발사건이 증가하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환자나 보호자들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의 전·현직 직원들의 고발이 증가하고 있다.

의료기관은 마땅히 무면허의료행위를 하게 해서는 안 되겠지만, 문제는 실제로 무면허의료행위가 없어도 고발인의 허위진술 등을 근거로 영업정지처분 또는 이에 갈음한 과징금처분이 내려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요양병원에 종사하였던 간호사가 병원에 앙심을 품고 퇴사하면서 무려 17개 이상의 위법사항이 있다며 각종 고발, 민원, 진정 등을 남발했다. 그러나 수사결과 거의 모든 사항이 무혐의로 밝혀졌다. 그런데 그 중 유일하게 의사가 아닌 간호조무사가 환자의 목에 영양을 투여하는 관을 꽂았다는 혐의사실에 대해선 혐의가 인정돼 영업정지에 갈음한 과징금이 부과됐다.

병원은 이에 불복하여 과징금부과처분 취소소송을 냈고, 해당 환자의 진료기록에서 간호조무사가 경관급식관 삽관을 하였다는 일자에 해당 환자에 대한 경관급식관 삽관이 시행된 사실 자체가 아예 없는 것으로까지 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심 재판부는 처분사유인 무면허의료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해 과징금부과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고, 현재 항소심재판이 계속 중이다.

이처럼 무면허의료행위의 경우 매우 엄중한 사법책임이 부과되고 있고, 재판실무상 실질적으로 입증책임을 뒤바꾸어 심리할 정도로 의료기관에게 상당히 불리하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의료기관은 무면허의료행위의 의심조차 원천봉쇄할 수 있도록 의료행위 시행자의 자격과 성명을 환자에게 명확히 고지하고 진료기록에 각 의료행위마다 구체적으로 시행자를 명시하고 환자의 눈앞에서 자필서명을 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들은 허위고발에 대해서도 유용한 대비책이 될 것이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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