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스스 무섭지만 즐거운 ‘오락적 공포’

15일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 핼러윈 장식이 달려 있다. [사진=뉴스1]
매년 10월 31일은 성인을 기리는 만성절의 전야제인 핼러윈데이다. 외국 명절을 굳이 우리가 즐겨야 하느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지만,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와 크리스마스이브에 역사적·종교적 의미를 크게 부여하지 않고 즐기듯 핼러윈도 이러한 하나의 이벤트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핼러윈데이는 이제 축제이자 상업화된 행사인 만큼, 국내에서도 일상의 활기를 북돋우는 이벤트 정도로 생각하며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핼러윈 장식들이 상업시설이나 가정뿐 아니라 코로나 선별검사소와 같은 특별한 장소에서도 확인된다. 이는 코로나 시국으로 지친 의료진과 환자들을 위한 가벼운 이벤트다.

핼로윈데이가 ‘상업화’와 ‘상술’ 등의 키워드로 비판 받으면서도 매년 관련 행사가 벌어지는 이유다. 다양한 복장과 분장 등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구가 된다는 점에서 특히 젊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은다. 마녀, 유령, 괴물, 뱀파이어, 좀비 등 공포감을 주는 분장과 거미줄, 해골, 박쥐 등의 무서운 장식들에 이처럼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질적으로 핼러윈 시즌에는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같은 테마파크에서 공포의 밤’과 같은 테마 이벤트가 벌어지고 섬뜩하고 공포스러운 체험을 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

미국 사회심리학자인 프랭크 맥앤드루 박사에 의하면 공포 체험은 여러 다양한 재료를 섞어 즐거움을 주는 칵테일처럼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감정적 칵테일’의 기능을 한다. 두려움, 놀라움, 즐거움 등이 뒤섞이며 하나의 중독성 있는 놀이가 된다는 것.

이를 덴마크 오르후스대 연구팀은 ‘오락적 공포(recreational fear)’라고 칭했다.

또한, 공포 체험은 인간에게 유용성을 제공한다는 점도 이를 체험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는 분석이 있다. 공포 체험 시설에서 무서운 상황에 대비한 예행연습을 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대응법을 학습하고 싶은 심리가 사람들에게 내재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체험은 내가 어떠한 상황에 특히 공포감을 크게 느끼는지, 어떨 때 침착함을 유지하고 어떨 때 크게 당황하는지, 불안한 감정 상태에서도 잘 대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미리 시뮬레이션을 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얻는 경험이 된다.

단, 이런 체험을 통해 즐거움을 동시에 얻는 이유는 이 경험이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서운 경험을 할 때 아드레날린 수치가 솟고 심박동수가 빨라지면서 공포감이 커지는데 그 수치가 과도하게 올라가면 진짜 공포감을 느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공포 체험이 오락이 되려면 ‘골디락스(goldilocks)’를 잘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골디락스는 경제 용어로, ‘딱 적당한 상태’를 의미한다. ≪심리과학저널(Journal of Psychological Science)≫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스윗 스팟(최고 지점)’에 도달할 때까지는 공포감과 즐거움이 함께 상승하지만 이를 벗어나면 공포감만 남는다.

개인차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테마파크 귀신의 집은 이러한 스윗 스팟 안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즉, 오락적 공포는 진짜 공황 상태에 빠질 정도로 무섭지도, 지루할 정도로 시시하지도 않은 상태를 유지할 때 발생한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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