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불안증…정신적 어려움 겪는 사람을 잘 돕는 방법

[권순일의 헬스리서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족이나 가깝게 지내는 지인 중에 우울증이나 불안증 등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무슨 말을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알기가 쉽지 않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힘이 되고 싶지만, 잘못된 말을 할까봐 두려울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신건강에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과 필요한 말에는 어떤 게 있을까. 우선 우울하거나 불안한 사람에게 “난 네 기분이 어떤지 알아”라고 말하는 것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종류의 말은 보통 공감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지만 역설적으로는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즉, 우리가 누군가의 감정을 안다고 할 때 대개 우리의 경험을 겹쳐놓게 된다. 문제는 상대와 비슷한 정신건강 문제를 겪었더라도, 그것이 현재 상대방에게 일어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파악하는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냥 이렇게 생각해, 혹은 이렇게 해봐”라고 하는 것도 “네 심정을 안다”는 말과 마찬가지다. 자신에게 효과가 있었던 경험 등이 상대방에게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것도 곧 지나갈 거야” 또는 “모든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 일어나는 것이야” 등의 진부한 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말들이 사실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지만 대체로 상대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따라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힘을 내”라는 표현도 좋지 않다. 전문가들은 “상대가 힘을 낼 수 있는 입장이었다면 벌써 기운을 차렸을 것”이라며 “이런 위로의 말을 던지는 것보다는 상대의 이야기를 그냥 들어주며 ‘힘들었겠다’는 정도의 호응을 해주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받아들여”라거나 “긍정적으로 생각해” 등의 말은 상대가 처한 상황을 하찮은 것으로 묵살해버리는 표현이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깊은 수면이 힘들어 일상생활이 망가진다.

이렇게 일상적이고 평범한 궤적을 벗어나 허우적대고 있는 사람에게 별일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신건강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다 네 잘못이야”라고 말하는 것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을 비난하는 말은 상황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 이런 말을 할 바에야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는 게 낫다.

그렇다면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소통 방법에는 어떤 게 있을까. 도움이 되는 것들은 단순 솔직하며 전문적인 훈련이나 상상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위안을 주는 것에 있어서는 좀 더 많이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우선 귀를 열어야 한다. 상대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전문가들은 “상대의 입장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냥 들어주는 편이 낫다”며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한 만큼 자신의 이야기만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무조건 긍정적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태도도 중요하다. 상대 말에 찬성하지 않거나, 판단을 제공하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돌볼 때는 인내심을 갖고 상대를 포용해야 한다. 기분이 최악이라고 느끼고 있는 사람에게 치열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경험하게 하는 것은 상황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

상대가 느끼고 있는 고통을 공감하려고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는 방법 중 하나다. 비록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상대가 어떤 느낌인지 이해하려고 의지를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상대의 말을 잘 듣는 게 필요하다.

사실 정신건강 문제는 주변 사람의 도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전문의의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상대의 주관적일 수 있는 생각들을 이야기하게 하고 잘 들어주며, 말과 행동에 대한 비난이나 충고를 하지 않고, 병원에 잘 가고 치료를 받도록 지원하는 게 정신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잘 돕는 방법이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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