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보다 잘 크는 줄 알았는데” 우리 아이도 성조숙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자신보다 큰 가방을 메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이 부쩍 살이 통통하게 올랐다. 식사 전에도 배가 불쑥 나와 있는가 하면, 가슴도 조금 나온 것만 같다. 쑥쑥 잘 큰다고 생각했는데 성조숙증을 의심해야 하는 걸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성조숙증으로 병원을 찾는 소아청소년 환자가 2014~2018년 43% 증가했다. 성조숙증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바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초등학생 과체중 비율이 24.5%에서 27.7%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신체 활동량은 감소하고 칼로리 섭취가 늘어난 탓에 과체중 비율이 증가했다고 말한다. 문제는 성조숙증을 유발하는 한 요인이 비만이라는 점이다.

◆ 성조숙증 늘어난 원인은 무엇일까?
대한소아내분비학회에 따르면, 여아의 사춘기는 10세 경 유방이 발달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남아는 12세 경에 고환이 커지면서 시작한다. 성조숙증은 이보다 빠른, 여아 만 8세 이전, 남아 만 9세 이전에 이차성징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사춘기 시작 연령이 빨라진 데에는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소아비만 증가, 환경오염으로 인한 환경호르몬 노출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중에서도 비만은 성조숙증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중이 늘수록, 체지방이 늘수록 사춘기와 초경은 빨리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TV, 인터넷으로 성적 자극에 쉽게 노출되는 것도 한 요인이다. 과도한 시청각적 자극이 뇌신경에 영향을 줘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 부모의 사춘기가 빨랐다면, 엄마의 초경이 이른 나이에 시작했다면 자녀의 사춘기도 빨리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 과거보다 자녀 성장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성장에 이상 징후가 발견되는 즉시 의료기관을 찾는 빈도가 늘어난 것도 성조숙증 증가의 한 요인이다.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안문배 교수는 “성조숙증은 원인 한 가지를 꼬집어 말하기 어렵다. 가족력, 인종을 포함한 유전적 요인과 더불어 햇볕 노출, 스트레스, 내분비교란물질 등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 관여한다”고 말했다.

◆ 이렇게 잘 크는데, 나중에도 키가 크겠지?
성조숙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아이는 성인이 된 후엔 평균보다 작은 키에 머무를 수 있다. 어릴 때는 또래보다 키가 빨리 크는 것 같지만, 성호르몬이 뼈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성장판을 일찍 닫히게 만들어 최종 키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예상 키보다 작아지는 것이다. 남아는 반항적, 공격적 성향을 보이는 등 정서적 심리적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여아의 경우 가슴이 나오는 등 신체가 빨리 발달하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수영장에서 옷을 잘 벗지 않으려고 할 수 있다.

안문배 교수는 “적절한 교육이나 관리 없이 이른 초경을 경험하면 학교생활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 이차성징으로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를 갖게 돼 심리·사회적 문제나 행동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래 친구들보다 외모는 조숙해 보이지만, 행동이나 사고가 성숙한 것은 아니기에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쉽다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성조숙증은 여아에서 10~12배 더 많이 나타난다. 이에 대해 안 교수는 “여아는 유방 멍울이 생기면서 간지러움이나 통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아이가 직접 증상을 호소할 수 있는데 반해, 남아의 고환 크기는 자세한 신체 검진 없이는 확인하기 어렵다. 무증상이 대부분으로 검사를 받는 비중이 여아에게서 더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남아는 신체적 변화가 분명하지 않은 탓에 상대적으로 발견하기 어렵고 뒤늦게 진단받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성별 진료시기를 살펴보면, 여아는 5~9세가 전체의 72.1%를 차지했지만, 남아는 10~14세가 68.8%로 가장 많다. 다만, 안 교수는 “최근 국내 성조숙증 발생률이 여아에게 더 급격하게 증가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뚜렷한 근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성조숙증 발견이 늦을수록 치료 효과는 떨어지기에 조기발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문배 교수 또한 “드물지만 중추신경계, 부신, 생식샘 종양 등으로 성조숙증이 발생하면 약물치료 이외에 복합적인 치료가 필요하면 심각한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며 “5~6세에 성조숙증 증상이 나타나면, 원인 질환에 대한 감별이 중요하다. 증상이 의심되면 검사를 꼭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은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