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경막외마취, 소아자폐증과 무관 (연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산통 완화를 위해 경막외마취를 받은 임산부가 다른 사람들보다 자폐증을 가진 아이를 낳을 가능성은 없다는 2개의 연구가 28(현지시간)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나란히 발표됐다. 

경막외마취는 무통분만을 대표하는 마취법으로 척추 경막(척수를 싸고 있는 튼튼한 섬유질 막) 바로 바깥에 얇고 유연한 튜브관과 연결된 주삿바늘을 꽂아 마취제를 투약한다. 경막외마취가 이뤄지면 하반신 감각이 무뎌져 산통을 덜어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아동 54명 중 1명꼴로 보이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발달 장애다. 경막외마취가 아기의 자폐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이후 논란이 이어져왔는데 이는 잘못된 우려라는 연구가 나란히 발표된 것이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병원 산하 국립의료원의 연구원인 안데르스 미켈센 박사 연구진은 479178만 명의 덴마크 어린이의 자폐증 위험을 조사했다. 이들 어린이 중 19%는 경막외마취를 통해 태어났다. 연구진은 평균 7년간의 추적 검사 끝에 경막외마취와 자폐증 위험 사이에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켈센 박사는 “현재의 증거를 고려했을 때 경막외마취는 분만과 출산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그 어떤 방법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이라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논문을 동료평가한 파멜라 펠리시아노 미국 ‘시몬스재단 자폐증연구구상(SFARI)’의 과학이사는 “10년 이상 동안 약 50만 명의 아기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 연구는 경막외마취가 자폐증 위험과 관련이 없음을 명백히 입증한다”며 “부모들의 우려 불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논문은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의 질리언 앤더슨 산부인과 교수팀의 조사다. 연구진은 20004월부터 201412월까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 태어난 388254명의 아기를 대상으로 자폐증 증세를 조사했다. 마취 받은 아기(111480)의 경우 1.26%로 마취 받지 않은 아기 1.09%에 비해 0.17%포인트로 경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자폐증을 유발할 다른 요인을 완전 통제할 수 없기에 의미 있는 차이라고 할 수 없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산모의 고혈압 병력, 장기간의 산통, 유도분만, 항생제 사용,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보낸 시간 등도 자폐증 유발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또한 대상기간 동안 아기를 낳은 산모 중에 두 명 이상의 아기를 낳은 산모에 대해 똑같은 조사를 한 결과 마취 여부가 자페아 출산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경우 자폐아 출산 비율은 1.07%로 똑같은 것으로 조사됐다.

앤더슨 교수는 “경막외마취 사용과 자폐 스펙트럼 장애 사이의 연관성이 부족하기에 안심해도 된다는 조사결과”라고 말했다. 이들 연구에 대한 공동 논평을 쓴 신시아 웡 아이오와대 마취과 학과장 역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위험은 출산 중에 경막외마취제 사용과 무관함이 드러났기에 경막외마취제 사용을 더 이상 꺼릴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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