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새 지침, 응급실 마비시킬 수 있다

[Dr 곽경훈의 세상보기]의료정책에서 ‘대중영합주의’의 위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느 연휴와 마찬가지로 이번 추석에도 응급실은 붐볐다.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외래진료를 하지 않는 휴일이 며칠씩 이어지니 응급실에 환자가 몰릴 뿐만 아니라 평소에는 ‘외래를 방문하세요’라고 안내할 경증질환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다 명절이면 부모님을 모시고 응급실을 방문하여 ‘이번 연휴 동안 건강검진을 받고 싶다’ 혹은 ‘오랜만에 뵌 부모님이 기력이 없으니 영양제를 달라’고 주장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아 연휴의 응급실은 야전병원을 연상하게 한다.

그런 상황에서 2020년부터는 코로나19 대유행이란 새로운 변수가 추가됐다. 그래서 이번 연휴 응급실은 일반병상과 격리병상, 모두 붐볐다. 특히 격리병상은 수용한 환자의 PCR 검사가 음성으로 확인돼 자리가 나기 무섭게 새로운 발열 환자가 방문해서 그 자리를 채웠다. 그러다가 급기야 폐렴으로 격리병상에서 치료하던 환자가 코로나19 양성으로 확진되며 2개의 격리병상이 모두 꽉 차는 상황을 맞았다.

그때 119 구급대에서 심한 호흡곤란과 고열을 호소하는 환자를 이송한다고 연락했다. 당연히 격리병상이 없어 수용할 수 없다고 답변했지만, 구급대원은 구급차가 이미 우리 응급실 근처에 이르렀으며 환자의 수축기 혈압이 70에 불과하고 다른 병원도 격리병상이 없다고 설명하며 수용을 촉구했다. 고열과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환자의 수축기 혈압이 70이면(정상적으로는 최소한 90~100을 넘어야 한다) ‘폐렴으로 인한 패혈증’일 가능성이 크다. 당장 인공호흡기 연결을 포함하여 집중적인 치료를 시행하지 않으면 사망할 위험이 큰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응급실 내부에 있는 환자들을 급히 퇴원시키거나 보호자 대기실로 옮기고 구급대가 이송한 환자를 일반병상에 수용했다.

다행히 인공호흡기를 연결하고 수액과 승압제, 항생제를 투여하자 환자의 상태는 안정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복잡한 문제가 그때부터 시작했다. 의료진은 D급 보호구를 착용했지만 응급실 일반병상이 폐렴 환자에 노출되었으니 해당 환자의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새로운 환자를 진료할 수 없다. 소위 ‘응급실 폐쇄’에 해당하는 상황이며 PCR 검사를 진행하는 3~4시간 실질적으로 응급실의 기능이 정지한다.

그런데 우리 병원 응급실은 지역에서 심근경색, 뇌졸중, 패혈증 같은 중증 질환을 진료할 수 있는 소수의 응급실에 해당한다. 아울러 인구가 많은 도심에 위치해서 우리 응급실이 폐쇄한 시간에 인근에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 발생하면 골든 타임을 놓쳐 해당 환자 개인에게는 자칫 큰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응급실이 폐쇄한 시간에 119 상황실에서 ‘심근경색 가능성이 있는 흉통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느냐?’고 문의했고 안타깝게도 ‘응급실 폐쇄로 수용할 수 없다’고 답변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연휴 동안 응급실 폐쇄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다음 날에도 역시 격리병상이 만원인 상황에서 119 구급대가 심정지에 빠진 환자를 이송했다. 이번에도 응급실 내부를 비우고 일반병상에 수용하여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안타깝게도 환자가 회복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심정지의 원인이 심한 폐렴으로 밝혀져 역시 3-4시간 동안 응급실을 폐쇄할 수밖에 없었다.

눈앞의 위급한 환자를 외면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격리병상이 없는 상황에서 응급실을 비우고 환자를 수용하면 3~4시간 응급실을 폐쇄해야 하고 그동안 인근에서 중증질환이 발생하면 그 환자는 골든타임을 놓칠 위험이 있는 딜레마인 셈이다. 그 뿐만 아니라 우리 응급실은 2개의 격리병상과 15개의 일반병상으로 이루어진 작은 규모여서 부득이한 상황에서는 일반병상을 비우고 코로나19 가능성이 있는 중증 환자를 수용할 수 있지만 40~50병상 규모의 응급실에서는 그런 선택조차 가능하지 않다.

이런 이유 때문에 얼마 전, 경기도가 밝힌 ‘중증응급환자 응급의료체계 개선 지침’이 매우 걱정스럽다. 경기도가 밝힌 개선 지침은 심정지 환자(임박 환자 포함)를 비롯하여 심·뇌혈관질환, 중증외상, 의식소실, 생체징후 불안정 환자 등 중증 응급환자의 경우 이송요청 실패 시 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핫라인을 통해 최적의 이송병원을 선정·고지하면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기 때문이다.

언뜻 생각하면 합리적이고 명쾌한 해법처럼 느껴지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식의 이송은 ‘응급실 폐쇄’를 더욱 빈번하게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칫 응급실 내 집단감염의 재앙을 부를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 당국이나 지방자치제는 응급의료와 같은 문제에서는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업적과 대중에게 보이는 모습에만 집중하지 말고 현장의 목소리에 보다 귀를 기울여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개선을 추구했으면 한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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