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진통제 사용 자제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진통제가 자궁 내 태아 발육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철저히 조사될 때까지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APAP) 계열의 진통제 사용을 신중하게 고려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이 23일(현지시간) 발표됐다. 같은 날 과학학술지 《네이처 리뷰 내분비학 저널》에 발표된 이 성명은 13명의 과학자가 대표 집필하고 미국, 영국, 유럽, 캐나다, 브라질, 이스라엘, 호주의 과학자 91명의 지지서명을 받았다고 CNN이 보도했다.

성명은 “아세트아미노펜에 대한 태아기의 노출은 태아의 발달을 변화시켜 일부 신경발달, 생식, 비뇨기과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늘어나고 있음을 직시할 것을 주문했다. 성명은 이를 토대로 임산부들에게 “의학적으로 아세트아미노펜의 사용이 명시되지 않는 한”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의 사용을 포기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의사로부터 승인을 받은 후에도 “여성들이 가능한 한 가장 짧은 시간 동안 가장 낮은 유효 용량을 사용함으로써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한발 더 나아가 의료 제공자와 규제당국이 적절한 조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파라세타몰로도 알려진 아세트아미노펜은 일반적으로 임신 내내 복용해도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유일한 진통제다. 만약 이 진통제가 태아에게 해로운 것으로 밝혀지면, 산모들은 의학적인 선택권을 거의 갖지 못하게 된다.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대표적 진통제가 코로나19 백신 투약 후 많이들 복용하는 ‘타이레놀’이다.

이부프로펜과 아스피린 같은 진통제는 태아에 대한 부작용이 입증됐다. 뉴욕대(NYU) 랑곤의료센터의 소아과전문의인 레오나르도 트라산테 교수에 따르면 이부프로펜은 선천적인 기형과 아기의 심장과 혈관 손상을 초래한다. 아스피린은 다량 복용할 경우 태아의 뇌출혈과 선천적인 결함이란 부작용을 낳는다.

13명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데이비드 크리스텐센 코펜하겐대 교수는 “임신부가 의사나 약사와 상의한 후에 아세트아미노펜을 사용하는 데는 합당한 의학적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열과 심한 통증 치료를 위해서다. 고열은 “신경관 결함과 만년의 심혈관 질환을 포함한 여러 태아 질환의 알려진 위험”을 초래한다.

하지만 고열 완화를 위해 아세트아미노펜을 사용하는 임산부는 3분의 1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두통, 근육통, 요통, 감염 치료를 위해 쓰고 있다고 성명은 지적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전 세계 여성의 50% 이상이 임신 중에 APAP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그런 여성들 대다수는 APAP가 잠재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음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저자들은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2주 이하의 단기간 사용의 경우 문제가 적다는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단기사용이 덜 위험할 수 있다는 암시가 발생해 결국 의료진과 임산부에게 APAP의 간헐적 복용은 괜찮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심어준다”고 ‘건강한 아기의 밝은 미래(HBBF)’의 제인 훌리한 연구실장은 지적했다.

타이레놀 제약사인 존슨앤존슨의 미디어 관계 책임자 멜리사 무뇨즈는 아세트아미노펜과 태아 발달장애 간의 뚜렷한 연관 관계가 밝혀진 것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CNN에 보낸 이메일에서 “타이레놀 제품의 포장지에는 ‘임신 중이거나 모유 수유를 하는 경우 사용 전에 건강 전문가에게 문의하십시오’라고 적시돼 있다”면서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사용과 신경학적, 비뇨기적, 생식적 부작용 사이의 인과 관계는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성명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일상생활에 많이 사용되는 플라스틱 성분의 하나인 프탈레이트(phthalates)라고 불리는 합성화학물질과 아세트아미노펜이 구조적 유사성을 띤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트라산데 NYU교수는 “아세타미노펜의 화학 구조와 분해 방식은 프탈레이트와 비슷한 등뼈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성명은 산모의 제대혈과 태아의 첫 대변에서 아세트아미노펜을 발견한 2가지 연구를 포함해 관련된 연구가 29개나 된다고 지적했다.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미국 뉴욕 아이칸의과대의 공중보건의인 샤나 스완 교수는 “아세트아미노펜이 동물과 인간의 생식 발달을 방해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연구는 많다”고 설명했다. 아세트아미노펜이 고환의 하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하고 항문과 생식기 간의 거리를 단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이는 정자수 감소와 생식력 감소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또 암컷의 경우에는 난소기능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성명은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노출과 신경발달 결과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연구가 26건이나 된다고 밝혔다.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매사추세츠주립대 로웰 캠퍼스의 앤 바우어 교수는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그리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 언어 지연, IQ 감소, 행동 장애를 포함하는 ADHD 행동 이상이 연관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성명에 동의하지 않는 학자들도 있다. 미국 산부인과학회(ACOG) 크리스토퍼 잔 부회장은 “이번 성명과 과거 연구결과는 임신기간 아세트아미노펜의 신중한 사용과 태아의 발달 사이의 직접적 연관관계를 입증하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신경발달장애는 다인성 질환이며 단 하나의 원인과 연관 짓기 매우 어렵다”면서 “뇌는 적어도 생후 15개월이 될 때까지 발달을 멈추지 않기 때문에 거기에 문제가 발생한 이유를 특정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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