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난동 환자’ 대해야하는, 코로나 응급실

[Dr 곽경훈의 세상보기] 의사 소견 무시하는 환자들

남자의 체격은 평범했지만 짧은 소매 아래 드러난 팔에는 문신이 가득했다. 남자는 약간 핏발이 선 눈과 힘을 줘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격리실의 문에 다가왔다. 그리고는 힘껏 문을 걷어차고 주먹으로 두들겼다. 쿵쾅이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이 흔들렸다. 다행히 강화유리로 만든 문은 충격을 견뎌냈고 잠금 상태라 열리지도 않았다.

강화유리가 남자의 난폭한 발길질과 주먹질을 견디지 못하고 부서졌다면, 혹은 문이 잠금 상태가 아니었다면 한층 복잡하고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 것이 틀림없었지만 다행히 ‘자진퇴원서약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코로나 의심 환자를 확진 전에 서약서를 받지 않고 내보내면 애꿎은 병원이 책임을 지게 된다.

물론 남자에게 자진퇴원서약서를 받는 일도 만만하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수액이 연결된 정맥주사를 뽑아버리겠다며 위협하는 남자에게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부탁하며 급하게 D급 보호구를 착용했다. 격리실에 들어간 다음에는 남자의 욕설을 들으며 다시 한 번 상황을 설명한 뒤, 겨우 자진퇴원서약서를 받았다.

남자는 끝까지 욕설을 내뱉으며 응급실을 떠났고 안타깝게도 몇 시간 후, 검사실에서 ‘코로나19 확진검사 결과 양성’ 소식을 전했다. 그러니까 남자는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에 해당했다.

몇 시간 전, 남자는 며칠 동안 지속한 고열과 기침, 흉통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증상이 며칠 동안 지속되면서 점점 악화됐지만 응급실을 찾기 전, 다른 의료기관을 방문하지는 않았으며 코로나19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격리실에 수용했다.

그때부터 남자는 불만을 터트렸다. ‘나는 코로나19가 절대 아니다’, ‘감기몸살일 뿐인데 왜 나를 가두느냐?’, ‘만약에 코로나19가 아니면 경찰에 고발하겠다’, ‘코로나19가 아니면 응급실을 때려 부수겠다’ 등의 위협을 쏟아냈다.

가까스로 남자를 달래어 시행한 흉부 X-ray에서 폐렴을 의심할 수 있는 변화를 확인하여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실시했다. 흉부 CT에는 바이러스성 폐렴,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일 가능성이 큰 병변이 있었다.

그래서 상황을 설명하고 코로나19 확진검사에 소요하는 3~4시간 동안 격리실에 머무를 것을 권유했지만 남자는 듣지 않았다. 자신은 폐렴이 아니며 돌팔이의 진단을 믿을 수 없다고 소리쳤다. 남자에게 재차 지금 막무가내로 퇴원했을 때 코로나19로 확진하면 동선이 겹치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고 특히 동거하는 가족에게 전염할 위험이 아주 크다는 부분을 설명하며 만류했으나 앞서 말한 것처럼 격리실의 문을 부술 기세로 항의해서 퇴원시킬 수밖에 없었다. 아직 코로나19로 확진한 상태가 아니어서 그 시점에서는 경찰을 부를 수도 없었다. 코로나19 확진검사에서 양성을 확인한 후에야 부랴부랴 보건소에 신고하고 사내에게 전화하여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기다리라고 통보했다.

코로나19 대유행기에 근무 때마다 비슷한 사례를 접한다. 위 사례는 극적일 예일 뿐이다. 사실 코로나19 대유행 전에도 응급실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의료진의 지시와 권유를 무시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았다.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안다’, ‘내가 절반은 의사다’, ‘병원에서 돈을 벌려고 쓸데없는 검사를 권유한다’ 같은 말을 자주 듣는다. 처음부터 ‘진찰 따위는 필요하지 않으니 내가 달라고 하는 주사와 약만 처방하라’며 요구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심지어 심전도에서 심각한 심근경색의 징후를 발견해서 응급시술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끝까지 ‘심근경색이라니 급체일 뿐이다’고 불만을 터트리는 사례도 있었다.

물론 의사에게 환자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는 없다. 의사는 진단하고 그에 따른 치료계획을 세워 환자에게 권유할 뿐이며 최종적으로 선택할 권리는 환자에게 있다. 물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사회를 위협할 때에는 특별한 경우에 공익을 위해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하지만, 이외 대부분은 환자의 선택권이 중시된다. 그러나 병원을 찾은 사람은 자신이 의사의 도움을 받는 환자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의사는 환자가 오면 모든 경우의 수에서 최적의 선택을 하기 위해 고민하는 전문가다. 대부분의 환자는 의학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만큼, 전문가인 의사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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