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88호 (2021-09-06일자)

로저 워터스의 신념과 에릭 클랩톤과의 우정

사진출처=위키피디아

할아버지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두 살배기 아들을 남기고 프랑스 전장에서 전사했습니다. 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양심적 병역거부로 구급차를 몰다 나중에 마음이 변해 전장에 나갔다가 이탈리아에서 전사합니다.

‘아버지는 가족 앨범의 사진에 추억을 남기고 바다 건너로 떠나갔지(Daddy’s flown across the ocean leaving just a memory a snapshot in the family album).’

영국의 록그룹 핑크 플로이드의 노래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Ⅰ’의 첫 소절 가사처럼, 1943년 오늘(9월 6일) 태어난 이 그룹의 리더 로저 워터스는 생후 5개월에 아버지를 잃습니다.

로저는 케임브리지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웨스트민스터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다가 록 밴드를 결성합니다. 1973년 3월 발표한 《The Dark Side of the Moon》은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1988년 7월까지 무려 763주 연속 랭크됐고, 이후 빠졌다 올랐다 되풀이하며 지난달까지 958주 순위에 오르는 명반으로 역사에 남습니다.

로저는 1979년 앨범 《The Wall》로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1985년 그룹 멤버들과 갈등을 빚다가 솔로로 나섭니다. 1990년 베를린 장벽 기념 콘서트를 통해 세계인들에게 평화 메시지를 알렸고,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서울 잠실운동장에서 내한 공연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로저는 사회 비판적 음악가로 유명합니다. 할아버지, 아버지를 전쟁에 잃은 영향 탓인지 전쟁에 반대하고 보수정치, 자본주의, 획일적 교육 등을 끊임없이 비판합니다. 이스라엘 공연을 보이콧하면서 일부 음악가와 마찰을 빚었고 천안문 항쟁 때 전체주의에 비판적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치적 메시지를 계속 올리고 있으며, 최근엔 페이스 북 회사가 ‘Another Brick in the Wall’을 광고에 써도 되냐고 문의했을 때 마크 저크버그에게 욕을 하며 거절했지요.

그는 자본주의의 폐해와 전체주의의 독재를 비판해 왔지만, 핑크 플로이드를 이끌 때 전횡을 일삼아 독재주의자와 마찬가지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키보드 주자 릭 라이트가 교외의 저택을 구입하자 극렬히 비난했다가 얼마 뒤 자신은 더 으리으리한 집을 샀을 때 릭이 반발하자 “아내가 사자고 했다”고 변명해 팬들의 야유를 받기도 했습니다.

로저는 정치적 신념이 뚜렷한 음악가이지만, 그렇다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음악가를 배척하지는 않았습니다. 정치적 신념이 같다고 할 수 없는, 레드 제플린의 로버트 플랜트가 그리스에서 교통사고를 당하자 자신의 별장을 빌려줘 재활을 도왔고, 정치적 신념으로는 대척점에 있는 에릭 클랩톤과의 깊은 우정은 언제나 변함이 없지요.

어쩌면 신념도 절대적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삶과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똑같이 생각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내가 갖지 않은 것을 가졌다고 생각하면 삶이 푼푼해지지 않을까요? 두 다른 신념이 서로 대화하면 갈등보다는 개선이 나타날 듯한데…. 사람은 모두 유한한데, 다른 사람에게 정답을 기대하고 작은 흠을 비난하기 보다는, 그 사람의 큰 장점에 박수치면서 향유하면 자신이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그런데 왜 우리는 그러기가 힘들까요? 아니, 여러분은 그렇게 하는데, 제 좁은 생각으로 이런 넋두리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은 로저가 만든 핑크 플로이드의 멋진 음악들을 들으면서 위대한 음악가의 장점을 받아들이면 어떨까요? 로저와 에릭, 생각이 다른 두 음악가의 우정을 떠올리며 미소 지으면서….

(포털사이트에서 보시는 분은 코메디닷컴 원문 페이지에서 핑크 플로이드의 멋진 음악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음악]

첫 곡은 《The Dark Side of the Moon》에 수록된 ‘Time’의 공연실황입니다. 최불암을 스타로 만든 드라마 ‘수사반장’의 오프닝 곡이죠? 둘째 곡은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Ⅰ, Ⅱ, Ⅲ’입니다. 파트 Ⅰ, Ⅱ에서는 주로 로저 워터스의 어린 시절이 반영됐고 아프리카 돕기 콘서트를 기획해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오른 밥 겔도프가 나오는 파트 Ⅲ는 로저의 당시 정신세계를 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흥겨운 분위기의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Ⅱ’ 공연실황 이어집니다. 짙은 사회적 메시지가 세대를 건너뛰어 축제의 노래로 재탄생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 Time – 핑크 플로이드 [듣기]
  •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Ⅰ, Ⅱ, Ⅲ- 핑크 플로이드 [듣기]
  •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Ⅱ -핑크 플로이드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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