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쇼 백신 점점 늘어날 우려…부스터샷 접종이 답?

31일 서울의 한 백신접종센터에서 관계자가 사용한 화이자 바이알(병)을 들고 있다. 접종을 위해 병을 개봉한 잔여백신은 오랜 시간이 보관하기 어려워 당일 소진되지 않으면 폐기해야 한다. [사진=뉴스1]
40대 이하 대상으로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잔여백신에 대한 수요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특히 2차 접종이 시작되면 잔여백신이 더욱 남아돌 가능성이 있어, 백신 폐기 물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40대 이하 젊은층은 활발한 면역반응 때문에 백신 접종 후 발열, 근육통, 오한 등의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1차 접종 시 이런 부작용을 호되게 겪으면, 2차 접종을 기피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2차 접종이 시작되는 10월부터는 노쇼 백신 물량이 지금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젊은층은 코로나 감염 시 무증상이나 경증에 머무는 사례가 많아,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다는 점도 노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즉, 잔여백신이 많아져 백신 폐기 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백신 공급 물량은 부족한데 버리는 백신은 늘어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는 것.

그렇다면 백신 폐기량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4분기 소아청소년, 임신부, 부스터샷 접종 예정

코로나19 대응 중앙방역대책본부는 30일 브리핑을 통해 9월까지 40대 이하에 대한 1차 접종을 마무리하고, 4분기부터 소아청소년과 임신부 대상 접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0대 이하가 2차 접종을 시행하는 시점과 소아청소년 및 임신부 1차 접종 시기가 맞물리는 것이다. 정부는 잔여백신 처리 목적으로 이들에 대한 접종을 시작하겠다고 밝히지는 않았으나, 10월 이후 40대 이하 노쇼가 늘어날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소아청소년과 임신부 접종이 잔여백신을 소비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아청소년은 화이자, 임신부는 화이자 혹은 모더나 백신을 접종할 전망이어서 40대 이하 잔여백신 알람이 울릴 때 이들도 예약할 수 있게 된다.

중대본은 고위험군 대상 부스터샷 접종도 이 시기쯤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잔여 백신을 소비할 수 있는 대상의 범위가 더욱 넓어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접종 대상을 넓히기보다 백신 접종 간격을 원상 복귀하는 편이 낫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6주로 늘어난 mRNA 백신 1, 2차 접종 간격을 4주로 다시 바꿔야 한다는 것. 접종 대상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백신 접종 간격의 원칙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직 백신 수급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도 4분기 접종 대상 확대 방침에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백신 물량 확보에 차질이 반복돼온 만큼, 4분기 이후 물량 확보도 낙관하기만은 어렵다. 소아청소년과 임신부 대상 백신 접종은 안전성과 효과성이 확인됐으며 일부 선진국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이들을 접종 대상에 포함할 필요가 있으나, 1차 접종 후 2차 접종 물량이 모라자면 백신 간격이 또 다시 늘어나는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

AZ 잔여백신 소진 시 논란 발생…미접종자 설득이 우선

앞서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폐기량이 늘어나면서 접종 연령을 만 50세 이상에서 ‘만 30세 이상’으로 낮췄다. 백신이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책이었지만, 이 같은 연령 조정의 과학적 근거는 미흡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잔여백신이 이후 꾸준히 소진됐다는 점에서 폐기량을 최소화한다는 목적은 이뤘지만, 혈소판감소성 혈전증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연령층의 접종을 허용했다는 점에서 안전성 면에서는 논란이 있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를 ‘무책임한 지침’이라고 말하는 등 전문가 집단의 비판도 이어졌다.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것은 1, 2차 접종 간격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백신 수급 상황을 고려해 소아청소년과 임신부 등 접종 대상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만약 소아청소년과 임신부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한다면, 잔여백신 폐기 물량에 대한 우려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안전성 논란에도 아스트라제네카 잔여백신 접종을 원하는 30~40대가 있었다는 점에서, 접종 대상 범위 확대는 잔여백신을 줄이는 효과가 분명하다.

사실상 잔여백신을 가장 건강하게 소진하는 방법은 현재 접종 대상자임에도 불구하고 접종을 기피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자들은 백신 접종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연구결과들을 내고 있다. 최근 ≪영국의학저널(BMJ)≫에는 백신 접종자가 코로나 감염자보다 혈소판 감소증 등 혈액질환 위험이 낮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백신 접종으로 혈전이 발생할까봐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연구팀은 코로나 감염이 그보다 더 위험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러한 연구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정부는 백신을 접종 받아야 할 이유를 사람들이 잘 수긍할 수 있도록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백신 접종은 손실보다 혜택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니, 이 같은 전문가 의견을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백신 폐기 물량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백신 폐기량을 줄일 목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자 연령을 하향 조정한 방침이 비판을 받았던 것처럼,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지침과 접종 대상의 잦은 번복 등은 국민의 불안감과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접종 관련 원칙을 지키면서 폐기량을 줄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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