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 사람 줄어드는데.. 저출산 위기의 본질

[김용의 헬스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합계출산율 OECD 꼴찌’, ‘인구 감소’, ‘아기가 없는 동네’..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를 다룰 때 자주 언급되는 내용들이다. 15년 이상 저출산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합계출산율)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0 출생통계’를 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0만 명대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합계출산율도 역대 최저치인 0.84명에 그쳤다. OECD 회원국 평균 합계출산율(1.61)에 크게 못 미친다. 합계출산율은 2018년 이후 해마다 급격히 떨어지는 추세다.

저출산의 가장 큰 문제는 생산가능인구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점이다. 일할 사람 자체가 줄어드니 경제가 뒤틀릴 수밖에 없다. 돈 벌 사람은 감소하고 있는데 90세, 100세 시대가 되면서 연금생활자는 늘고 있다. 공무원연금, 군인연금의 적자를 보존하기 위해 지난해에만 각각 1조5000억 원 이상의 국민 세금이 들어갔다.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2055년으로 당겨졌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고갈을 막으려면 이 시기에는 근로자들이 소득의 30%를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추정치이지만 지금의 10대, 20대의 미래를 생각하면 간담이 서늘해진다.

상대적으로 출산 비중이 높은 20대 후반~30세 초반 연령대에서 출산율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여성 연령 별 출산율을 살펴보면 40대 초반(40~44세)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떨어졌다. 평균 출산연령은 33.1세로, 1년 전보다 0.1세 상승했다. 35세 이상 산모 비중은 33.8%로 전년보다 0.5%포인트 늘었다. 출생아 아버지의 평균 연령은 35.8세로 1년 전보다 0.1세 상승했다.

사회 구조가 20대 후반~30세초에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20대는 남녀 모두 치열한 취업경쟁을 뚫어야 한다. 몇 년간 ‘취업 재수’를 하다보면 어느새 나이 삼십이 눈앞이다. 당장 직장도 집도 없어 걱정인 청년에게 ‘결혼해 아이 낳으세요’ 구호는 분노만 키운다. 힘겹게 입사를 해도 결혼 과정이 쉽지 않다.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어도 경제적 여건이 장벽이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도 걸림돌이다. 결혼 시기가 늦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연스럽게 아기도 늦게 낳게 된다.

그런데도 출산 지원금, 다자녀 셋째 대학 등록금 무료, 아동수당 확대 등 ‘아이 많이 낳으면 돈 더 준다’는 식의 출산 대책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저출산 대책 예산은 42조9003억원에 이른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막대한 저출산 예산에도 출산율 상승이 이뤄지지 못한 이유로 “저출산 대책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들이 저출산 대책과 예산에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프로스포츠팀을 지원하고 돌봄노동자 권리를 보호하는 사업도 저출산 대응 예산에 포함됐다.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저출산 대책은 무엇일까? 바로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부부들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다. 결혼을 늦게 하면 건강 문제로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난임 부부들이 늘게 된다. 여성 뿐 아니라 남자도 나이가 들면 정자의 활동성이 떨어진다. 이들은 정부의 난임 부부 시술비 지원사업(인공수정, 시험관)의 난임 지원 ‘횟수제한’과 ‘선정기준’에 힘들어 한다. 40조가 넘는 저출산 예산 중 일부만 지원해도 난임부부들의 어려움이 경감될 것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아이를 안 낳고, 아이를 낳더라도 가장 늦게 첫째 아이를 가지는 나라가 됐다. 한국이 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 꼴찌를 기록한 것은 벌써 7년째다. 지금의 10대, 20대들이 급격히 늘어난 연금 생활자들을 위해 소득의 상당 부분을 떼 줘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그 때가 되면 아기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고, 젊은이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릴 수도 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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