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내막증 유발하는 유전인자 찾았다 (연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임기 여성을 오랜 세월 괴롭혀온 자궁내막증(endometriosis)의 미스터리가 풀리기 시작했다고 국제 과학전문지 사이언스가 25일 보도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크리나 존더반 교수 연구진은 이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적 원인을 밝혀내고 이 유전자 발현을 차단하는 치료법을 제시한 논문을 이날 ‘사이언스 중개 의학’에 발표했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에 있어야 할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밖의 복강 내에 존재하는 것으로, 가임기 여성 10명 당 1명 이상에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월경을 하는 여성이면 모든 연령대에서 생길 수 있으며 심한 월경통과 하복부 통증, 불임을 수반한다. 자궁내막은 월경을 할 때마다 그 표피가 벗겨지는데 자궁 밖에서 자라게 되면 내장과 결합해 흉터 조직을 만들어 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수술을 통해서만 흉터를 제거할 수 있다.

에스트로겐 억제제와 같은 호르몬 치료도 있지만 환자에게 맞는 호르몬을 찾기 위해 몇 개월에 걸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게다가 생리주기 교란, 체중 증가, 기분 변화, 두통 등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치료가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존더반 교수는 이번 연구가 1990년대부터 20여 년간 여성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사랑의 노동’이 축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자궁내막증이 유전적 질환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으나 어떤 유전자가 원인인지를 좁혀 가기 위해 오랜 세월 분투를 펼쳐야 했다. 그러다 자궁내막증의 가족력이 있는 가족을 추적한 끝에 인간 염색체 23개 중 7번 염색체의 특정 부위로 그 대상을 좁힐 수 있게 됐다.

그 부위에는 수백 개의 유전자가 있었다. 그들 중 누가 범인인지가 관건이었다. 존더반 연구진은 3명 이상의 가족력을 지닌 32개 가족 여성의 해당 염색체 부위를 몇 년에 걸쳐 추적했다. 그 결과 해당 여성들의 다수가 NPSR1이라고 불리는 유전자에서 심한 변이가 일어났음을 발견했다. NPSR1는 천식, 류마티스 관절염 등 다른 염증성 질환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였다.

연구진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자궁내막증이 발병하는 붉은털 원숭이(rhesus macaque)로 눈길을 돌렸다. 135마리에서 자궁내막증이 확인된 850마리의 붉은털 원숭이 그룹의 DNA를분석한 결과 똑같이 NPSR1이 발견됐다. 이를 토대로 3000명 이상의 자궁내막증 환자와 그렇지 않은 7000명의 여성을 비교해 같은 결과를 얻었다.

다음 단계는 유전자의 발현을 막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생쥐를 대상으로 NPSR1 유전자가 코딩된 단백제의 발현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진 SHA 68R 분자가 함유된 용액을 주입했다. 생쥐는 월경을 하지 않지만 작은 박테리아조각이나 자궁내막을 생쥐의 내장에 주입함으로써 자궁내막증의 고통과 염증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었다. SHA 68R을 투여 받은 쥐에게선 염증반응이나 통증이 덜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에모리대 의대의 스테이시 맥칼리스터 교수는 “이는 영웅적 노력”이라고 이번 연구결과를 높이 평가했다. 수많은 여성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고단한 작업을 거쳐 그 단초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린다 그리피스 미국 매사추세츠공학대학(MIT) 생물공학 교수 역시 “감명 깊은 추적 연구”라고 상찬하면서도 “퍼즐의 수많은 조각을 맞출 수 있게 해줬지만 마지막 조각까지 맞춰진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존더반 연구진은 자궁내막증 환자가 모두 NPSR1 변종을 갖는 게 아니라는 점도 밝혀냈다. 자궁내막증의 원인이 복합적임을 보여준다. 그리피스 교수는 “자궁내막증은 하나의 질병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번 연구결과가 그 복잡한 질환에 대한 이해와 그 치료법 개발에 도움을 줬지만 모든 자궁내막증 환자의 고통을 덜어줄 순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문의 저자 중 한 명으로 참여한 호주 모나시대의 토마스 탭마이어 연구원도 “이것은 단지 시작의 끝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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