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혈전 부작용, 왜 발생할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백신 중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얀센 백신을 맞으면 10만 명 당 한 명(50세 이하에선 5만 명 당 한 명) 꼴로 혈전이 생기면서 혈소판이 급감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혈소판은 혈액을 응고시켜 혈전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혈전이 너무 많이 생기면 혈액 내 혈소판이 줄어드는 증세가 동반된다. 특히 뇌정맥이나 내장정맥처럼 평소엔 혈전이 생기지 않는 부위에 혈전이 생기기 때문에 두통과 복통, 호흡곤란, 팔다리부기 같은 증세가 동반된다. 혈전은 중요 기관의 혈관을 막을 수 있어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백신 접종 부작용으로 발생한다고 해서 ‘백신 유도성 혈소판감소 혈전증(VITT)’으로 부른다.

올해 3월 영국에서 이 부작용이 보고된 이후 많은 연구자들이 그 원인을 분석하고 가설을 개발해냈다. 아직 그 실체가 규명되진 않았지만 그에 대한 지금까지 연구결과를 모아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24일 보도했다.

◆헤파린 유도 혈소판감소증(HIT)

VITT와 비슷한 증세가 있다. 혈액응고방지 약물인 헤파린(heparin)에 대한 부작용으로 발생한다 하여 ‘헤파린 유도 혈소판감소증(HIT)’으로 불리는 희귀질환이다. HIT는 음전하를 띤 분자인 헤파린이 혈소판인자4(PF4)라는 양전하를 띤 단백질과 결합해 혈전을 만든다.

세계적으로도 한줌 밖에 안 되는 HIT 연구자들이 BITT 원인분석을 위해 달려들었다. 수십 년 동안 HIT를 연구해온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의 혈액학자 존 켈튼 교수는 VITT환자 5명의 샘플에서 HIT증세가 발생하는 부위에서 PF4와 결합하는 항체를 발견했다. 이들 항체는 혈소판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VITT와 HIT의 증세가 동일하다는 것은 발견됐으나 백신의 어떤 요소가 헤파린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키는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아데노바이러스 or 스파이크단백질

VITT를 일으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얀센 백신은 모두 독성과 감염력이 제거된 아데노바이러스를 벡터(매개체)로 사용해 스파이크라고 불리는 코로나바이러스 단백질이 포함된 유전자를 인간 세포로 이식한다. 세포에 도달한 유전자가 발현되고 스파이크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그러면 인간의 면역체계가 스파이크를 감지하고 그에 대한 항체를 생성하게 된다.

일부 연구자들은 백신 제조 과정에서 생긴 불순물(용액 내 떠다니는 DNA 조각이나 바이러스 배양을 위해 사용되는 단백질용액)이 PF4와 상호작용해 혈전을 생성시킬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한다. 다른 이들은 아데노바이러스 그 자체가 범인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험용 생쥐에 주입된 아데노바이러스가 혈소판과 결합해 혈소판을 감소시켰다는 실험결과가 보고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실험을 이끈 캐나다 퀸스대의 마하 오스먼은 생쥐를 더 오래 추적했다면 혈전현상까지 발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도 에이즈(HIV)나 에볼라에 대비한 아데노바이러스 기반 백신이 개발됐지만 이들 백신이 접종된 경우에 VITT 유사증세가 보고된 적은 없다. 하지만 이들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만큼 광범위하게 접종된 적이 없었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메이요 클리닉의 혈액학자 미테시 보라드 연구팀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사용된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가 강한 음전하를 띤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분자 시뮬레이션은 이 아데노바이러스가 양전하를 띤 PF4 단백질8과 결합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아데노바이러스가 헤파린과 같은 반응을 일으킨 것은 아닐까? 아직 검증된 것은 아니다.

강한 음전하를 띤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와 달리 전하량이 적은 Ad26 아데노바이러스를 벡터로 사용해서 일까? 얀센 백신 접종자들 사이에선 VITT가 덜 발생하고 있다. 또 Ad26과 Ad5라는 또 다른 아데노바이러스를 벡터로 사용하는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백신 접종자에게서도 VITT의 연관성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보라드 박사는 전했다.

스파이크 단백질도 용의선상에 올라 있다. 독일 괴테대에서 암을 연구하는 롤프 마르샬렉과 그의 동료들은 스파이크를 암호화하는 RNA 조각이 인간의 세포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잘려나간 뒤 다시 재조립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스플라이스 변이체라고 하는 이러한 조각 중 일부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든 뒤 혈액에 침투해 혈관을 따라 늘어선 세포 표면에 결합할 수 있다. 거기에서 일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에서도 볼 수 있는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데 심각한 경우엔 혈전 형성을 유발할 수 있다.

마르샬렉 박사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비해 얀센 백신의 혈전 응고율이 낮은 것은 얀센백신에 의해 생성된 스파이크 RNA가 스플라이스 변이체로 처리될 수 있는 부위를 제거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이 가설이 맞는다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다른 아데노바이러스 기반 백신도 비슷한 설계과정을 거쳐 더 안전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신접종 방식의 변화

아데노바이러스 백신의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 가지 요인은 백신이 투여되는 방법이다. COVID-19 백신은 근육에 주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지지만 바늘이 정맥에 구멍을 낼 경우 혈류로 직접 들어갈 수 있다.

독일의 루트비히 막시밀리안대의 심장병 전문의 레오 니콜라이 연구팀은 아스트라제네카백신을 생쥐에게 접종할 때 혈관에 주입하면 혈소판이 아데노바이러스와 결합하면서 활성화되지만 근육에 주입될 때는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니콜라이 교수는 백신을 주사할 때 부주의하게 정맥에 주입할 경우 아데노바이러스가 혈소판과 결합해 응고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만일 그렇다면 주사기를 밀어 백신을 투여하기 전에 주사기로 주사 부위에서 소량의 액체를 뽑아 혈액 여부를 확인하게 하면 VITT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표준 관례가 됐으며 덴마크는 이를 공식 가이드라인에 추가했다.

◆사라진 VITT 환자들

2021년 3월부터 6월까지 VITT를 진단받은 220명 중 49명이 사망했다. 현재 의사들은 헤파린이 아닌 다른 항응고 치료제를 투여하고 혈장 기증자에게서 자연발생 항체를 다량 투여하는 방식으로 VITT를 치료하고 있다. 항체는 혈소판의 결합 부위에서 혈액응고를 촉진하는 항PF4 항체와 경쟁을 벌여 그 능력을 떨어뜨린다. 켈튼 교수는 “희망은 인체를 혼란에 빠뜨려 위험한 항체를 정상 항체로 이루어진 거대한 안개 속에 가둬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버밍엄의 퀸엘리자베스 병원의 혈액전문의 필립 니콜슨 박사는 VITT 환자의 혈소판 활성화를 막을 수 있는 약물을 찾아내고 있다. 하지만 약물을 찾아냈다고 해도 임상실험에 착수할 수가 없다. 지난 3월 첫 사례가 발생한 이후 영국은 예방접종 정책을 바꿔 40세 이상에게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면서 VITT환자들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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