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연구] 신장 기증, 좋은 마음으로 했는데 고용 시장서 불리하다니…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신의 신체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기증하는 공여자는 이타적인 마음으로 이 같은 선택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선행의 결과는? 안타깝게도 국내 연구에 의하면 사회경제적 불이익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보의연)이 말기신부전 환자를 위해 신장을 기증한 공여자들의 건강상태와 사회경제적 상황을 분석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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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매년 2000건 이상의 신장 이식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 중 절반 정도가 생체 공여자의 신장 기증으로 이뤄진다. 생체 공여자는 뇌사자가 아닌 살아있는 혈연 또는 비혈연 관계의 기증자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생체 공여자가 신장을 기증하는 비율이 높다. 국제장기기증 및 이식 등록기구의 2019년 자료 기준으로 70개국 중 2위다. 이처럼 선한 마음으로 신장을 기증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에 대한 관리는 미흡한 실정이다.

질병관리청의 한국장기이식등록사업을 통해 공여자의 합병증과 생존율 데이터 등을 관리하고는 있으나, 기증 후 1년까지의 자료만 수집하고 있어 장기적인 합병증 등의 자료가 부재하다. 연구도 많이 미비한 실정이다.

공여자가 최적의 건강 상태와 사회경제적 위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연구를 통해 현황을 파악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보의연이 생체 신장 공여자들의 신장 기증 후 예후와 장기 생존율, 사회경제적 변화 등을 분석했다.



신장 공여자
, 일반인과 대사질환 유병률·사망률 모두 비슷

 

보의연과 서울대병원 이하정 교수 연구팀이 서울대병원, 경북대병원, 전북대병원 등 7개 국립대병원에서 1979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신장 적출술을 받은 생체 신장 공여자 2051명과 건강한 대조군 2051명을 비교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신장 공여자와 건강한 일반인의 ‘대사 위험도‘는 별반 차이가 없다.

혈액 내 요산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고요산혈증’ 유병률은 공여자와 일반인 모두 시간이 흐르면서 높아졌고, 두 그룹의 유병률 상승 정도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공여자는 1995~2000년에서 2012~2016년 6.9%p 증가했고, 대조군은 10.5%p 늘어났다. ‘고혈압’은 공여자가 11.3%p, 일반인이 13.9%p로 유병률이 늘었고, ‘고콜레스테롤혈증’은 공여자가 8%p, 일반인이 18%p로 증가했으며, ‘과체중과 비만’은 공여자가 대조군보다 전 기간 환자 비율이 다소 많았다. 전반적인 유병률을 살펴보면, 신장 공여자와 대조군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신장 공여자의 사망률도 대조군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처음에는 신장 공여자가 일반인 대비 사망률이 높아지는 것처럼 보였으나, 사회경제적 수준과 거주 지역을 보정하자 유사한 사망률을 보였다.

신장 기증해도 건강한데사회경제적 차별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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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016년 신장 이식술을 받은 공여자 1369명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회경제적 상황을 확인한 결과, 공여자는 신장 이식 후 사회경제적으로 다소 불리한 상황에 놓이는 특징을 보였다.


공여자들은 신장 기증 후 취업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웠으며, 새롭게 고용될 확률은 일반인보다 유의하게 낮았다. 기증 2년 후부터는 이러한 고용 불평등이 나타나지 않았으나, 일정 기간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의미다.

공여자의 소득 분위가 상승할 확률은 일반인보다 0.5배가량 낮았고, 기증 전보다 하강할 확률은 1.4배였으며, 이러한 경향성은 기증 후 5년까지 유지됐다.


서울대병원과 동산병원에서 신장 공여자 240명을 대상으로 사회경제적 변화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읽을 수 있다. 응답자의 34.2%가 사회경제적 변화를 경험했다고 답했고, 이 중 69.5%는 수술비용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또한, 54.9%는 수술 후 보험 가입 및 유지에 제한이 생겼고, 42.7%는 휴학이나 휴직으로 경력 단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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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이 실시한 선행 연구에서도 공여자들은 기증 후 우울감, 불안감, 두려움, 의욕 및 자신감 저하, 불면증, 스트레스, 감정조절장애 등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신장 공여자의 40%는 수술로 인한 경제적 부담, 실직, 보험에서의 차별 등을 경험했다고도 답했다.

공여자는 대사 위험도와 장기 생존율에 있어 건강한 대조군과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장 공여자라는 이유로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여있다. 심지어 경제적으로 피해를 입기도 한다.

자신의 신체 일부를 기증한다는 것은 이타적인 마음에서 기인한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대우가 적절치 못한 상황이란 것. 공여자의 사회경제적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다면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통해 공여자들이 지속적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경제적 부담을 덜어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신장을 기증하는 선순환 구조가 그려질 수 있다.


코메디닷컴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국민 건강과 밀접한 의료기술의 안전성, 유효성, 비용효과성을 평가한 연구 내용을 5회에 걸쳐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