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의 에너지 소비는 성인의 1.5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린이의 활동량을 웬만한 운동선수도 쫓아가지 못하는 이유가 밝혀졌다. 에너지 소비량이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특히 생후 9개월에서 15개월 사이의 유아는 하루 에너지 소비량이 성인보다 50%나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세계적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이번 연구를 이끈 미국 듀크대의 진화생물학자 허먼 폰처 교수는 “그들의 에너지 소비를 보면 마치 종이 다른 것처럼 보일 정도”라고 말했다.

폰처 연구팀은 이번 조사를 위해 29개국에서 생후 8일부터 95세 사이의 남녀 6421명의 ‘이중표지수(DLW)’ 데이터베이스를 모았다. DLW는 화학적 추적이 가능하게 무거운 동위원소로 치환된 수소와 산소 분자로 구성된 물을 말한다. 하루 24시간 동안 소변, 혈액 또는 타액으로 배설되는 이러한 동위원소의 양을 1주일 이상 측정하면 개인이 하루에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에너지량을 알 수 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다시 신체 사이즈와 체중, 장기크기 등을 반영해 개인별 일일 대사율(동물이 먹은 음식물의 화학에너지를 열과 일 에너지 형태로 전환시키는 속도)을 계산해냈다.

그에 따르면 유아는 엄마와 같은 대사율을 가지고 태어나며 생후 9개월에서 15개월 사이에 인생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연소시킨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대사율은 5세까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20세 전후에 안정된 수치에 고정되기까지 서서히 내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안정적 수치를 보이던 성인의 대사율은 60세를 기점으로 다시 떨어지며 90세 가 넘으면 매일 26%의 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임신부의 대사율이 특별히 높지 않다는 점도 밝혀냈다. 임신을 통해 체중과 몸집이 커지는 비율에 맞춰 에너지 소비와 칼로리 소비가 증가하는 것뿐이란 것이다. 또한 식욕이 왕성한 청소년 시기의 대사율도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폰즈 교수는 “사춘기 때 아이들의 칼로리 소비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 같이 느껴지지만 대사율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폰처 교수는 뇌, 다른 장기, 면역체계의 발달 변화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유아기의 신진대사 속도가 빨라진다고 추측한다. 반면 노인들은 장기가 위축되고 뇌에서 회백질이 손실되면서 그 속도가 느려진다고 봤다. 2014년 어린이가 쓰는 에너지의 43%가 뇌에서 소비된다는 사실을 밝혀낸 미국 노스웨스턴대의 생물인류학자인 크리스 쿠자와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가 아이들의 뇌성장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폴란드 야기에우워대의 생물인류학자인 그라지나 야시엔스카 교수는 “어린이의 대사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칼로리 공급이 충분하지 못하면 성장 저하나 질병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라며 “어린이 세포가 성인 세포보다 더 빨리 약물을 대사할 수 있기 때문에 약물처방 때 현재보다 양을 늘릴 필요도 대두된다”고 설명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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