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지면 2000명보다 심해질 수도…’집단 면역’ 사실상 불가능

11일 울산의 한 고등학교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3학년 학생들이 코로나19 전수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뉴스1]
집단 면역은 ‘상상적 개념’, ‘넘을 수 없는 문턱’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 대응 전략에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 확진자수가 2000명을 훌쩍 넘었다. 이는 확진자수 증감 그래프 분석을 통해 기자도 예측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방역당국이 이를 예측하지 못했다면 직무유기, 이를 알면서도 계속 확진자가 늘어난 것이라면 선제적 대응이 미흡했다고 볼 수 있다.

11일 신규 확진자수가 2233명에 이르렀다. 지금이라도 거리두기 체계 등 시스템 재정비가 필요하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사실상 집단면역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단면역이라는 ‘마법의 문턱’ 못 넘는다

영국 옥스퍼드백신그룹 책임자인 앤드루 폴라드 교수에 따르면 델타 변이가 확산되면서 백신 접종자들의 감염도 늘고 있다. 백신을 접종 받으면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심해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접종의 의미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백신 접종이 집단 면역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앤드루 교수는 집단 면역은 ‘상상적 개념’이라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홍역과 같은 다른 질병과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홍역은 백신을 접종 받으면 감염이 일어나지 않지만, 코로나19는 백신 접종 후에도 여전히 감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의대 폴 헌터 교수도 집단 면역은 “달성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고, 에든버러대 보건학과 데비 시리다르 교수 역시 집단 면역이라는 ‘마법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로나19 백신이 처음 등장했을 땐 인구의 70% 이상이 접종 받으면 집단 면역에 도달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그런데 50~60% 이상의 백신 접종률을 보이는 국가들에서 여전히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시각을 달리하고 있다. 백신은 중증도, 입원, 사망 위험을 낮추는 효과는 있지만, 전염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수단이 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가을·겨울께 더 심해질 것…백신 +α 전략 필요

이로 인해 일부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코로나와 함께 공존하는 ‘위드 코로나’를 택했다. 아직 백신 접종률이 많이 떨어지는 우리나라는 위드 코로나를 택하기 전 접종률을 더욱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백신 물량 확보에 고전하고 있어 돌아오는 가을과 겨울이 더욱 걱정되는 상황이다.

현재는 여름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바이러스에게 유리하지 않게 작용하고 있음에도 감염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바이러스가 생존하기에 좋은 가을이나 겨울이 오면 지금보다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때쯤이면 백신 접종률이 더욱 높아지겠지만, 델타 변이 등 코로나19 변이체의 기세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영국 공중보건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의 체내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의 양은 큰 차이가 없다. 이는 백신 주사가 우리가 기대했던 것만큼 바이러스 복제를 진압하는 힘이 없다는 의미다.

이러한 연구 결과로 인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반드시 할 필요가 없다는 지침을 다시 뒤집었다.

물론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의 체내에서 비슷한 바이러스양이 발견됐다 해도 백신 접종자가 미접종자와 동일한 수준의 전파력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백신이 적어도 감염 시 증상을 완화하고 전염력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즉 이러한 연구 결과는 백신의 무용론을 얘기하거나 좌절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백신 접종은 유의미하다. 단, 확진자가 계속 늘고 돌파감염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백신의 한계점을 빨리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이 연구의 의미다. 백신 접종 외의 플러스알파(+α) 전략으론 어떤 게 있는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백신 접종률도 떨어지는 상태에서 현재의 거리두기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면 국민의 피로도는 더욱 높아지고 방역수칙에 소홀해지는 사람들이 더 크게 늘어나게 된다. 의료진과 자영업자 들의 고충도 커진다. 최근 영국 예방접종 및 면역공동위원회가 어린이 대상 백신 접종을 굳이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을 내고 있는 것은 이미 일부 선진 국가들에서 백신 외의 다른 출구 전략을 찾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국내 방역당국도 백신 확보에 속도를 내고 방역수칙을 정비해 다각도로 현재의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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