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고 싶어 ‘난자 동결’까지 하는데.. 현실은?

[김용의 헬스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01년 타계한 배우 앤서니 퀸은 세계 배우 가운데 최고령 자녀 출산 기록을 갖고 있다. 퀸은 81세이던 1996년 47세 연하 비서(당시 34세)와의 사이에서 늦둥이 딸을 출산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75세에 임신 소식을 전한 배우가 있다.

남녀 모두 나이가 들면 임신 가능성이 줄어든다. 81세, 75세의 사례를 일반화할 수는 없다. 정자나 난자가 건강할 때 임신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현재 상황이 여의치 않아 난자를 얼려 놓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유명인 중에 자신의 난자를 동결한 사람이 몇 명 있다. 올해 46세인 배우 명세빈은 10년 전인 36세 때 난자 냉동 시술을 했다고 방송에서 공개했다. 비혼인 방송인 사유리는 자신의 동결 난자에 기증 정자로 시험관 아기를 출산해 화제를 모았다. 그가 일본인이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는 인공 수정이나 시험관 시술은 법적 부부만을 대상으로 한다.

난자 동결까지 하는 사람들은 기회가 되면 꼭 출산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다.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비용이나 진입 장벽이 만만치 않아 아직 소수에 그치고 있다. 난자동결 비용이 수백만 원대이고 난자 채취 과정에서 상당한 고통도 감내해야 한다. 마음은 당장이라도 하고 싶지만 이내 포기하고 만다.

여성이 30세 중반을 넘어서면 난자 숫자가 줄어들어 임신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난자 숫자가 감소하면 건강하지 않은 아기를 낳을 위험도 커진다. 물론 이는 개인차가 크고 남성도 해당된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대세가 되면서 결혼-출산이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 첫 자녀를 출산한 평균 연령은 32.2세(2019년)로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갈수록 줄고 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2400명으로 전년(30만2700명)에 비해 10%나 감소했다(통계청 자료).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이다. 그야말로 위기 상황이다. 정부는 매년 수십조 원을 저출산 대책에 쏟아 붓고 있지만 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저출산 타개를 위해 출산장려금을 앞 다투어 지급하고 있다. 아이 3명을 낳으면 1000만원을 지급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아이 낳을 생각이 없는 사람들에게 출산장려금을 홍보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난임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적극 지원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지난 6일 임신을 목적으로 한 정자·난자의 동결·보존 등을 건강보험 급여대상으로 규정하는 이른바 ‘난임·불임 지원법'(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현재는 장래 임신을 위해 정자·난자를 장기간 동결·보존하는 것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일부 여성들은 경력단절이나 여러 여건 때문에 당장 임신 계획은 없어도 몇 년 후를 내다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나이 때문에 자연 임신이 어려울 수 있다. 난자 동결은 보다 건강한 난자를 보존해 가임력을 높이겠다는 의지의 소산이다. 남성도 나이가 들면 임신 가능성이 감소한다. 정자의 질이 뛰어난 35세 이전에 임신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

지난해 시험관 아기, 인공수정 등 정부의 난임 지원을 받아 태어난 아기가 전체 신생아의 10.6%(2만8699명)나 된다. 적지 않은 숫자다. 난임시술을 통해 태어난 아기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남녀 모두 결혼이 늦고 임신 계획이 지연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난임시술 지원 연령을 폐지하고 건강보험 적용 횟수를 늘리는 등 지원책을 강구해오고 있다.

하지만 난임의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현실의 장벽이 여전히 높다. 난자 동결도 그 중 하나다. 큰 비용이 들고 절차도 까다롭다. 한 해 수십조 원의 막대한 돈을 쏟아 붓는 저출산 대책 예산을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아이를 낳고 싶어 온갖 노력을 하는 사람들의 고통부터 줄여주는 보다 현실적인 저출산 ‘대책’이 절실하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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