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귀여운 것만 보면 왜 기분이 좋아질까?

[사진=Galina Zhigalova/게티이미지뱅크]
아기의 작은 손이나 발을 보면 비명을 지르고 싶을 만큼 귀엽게 느껴진다. 강아지나 고양이의 엉뚱한 행동이 담긴 동영상을 보면 웃음이 나기도 한다. 심지어 쇼핑을 하다가 작고 귀여운 물건을 발견하면 “이건 사야 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작고 귀여운 것만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미소가 지어지는 이유는 뭘까?

실제로 심리학자들도 이 같은 심리가 궁금해 여러 연구를 진행해왔다. 대충 지어낸 용어 같지만 실제로 ‘귀여움의 심리학’이라는 용어가 있다. 살아있는 생명은 물론 사물에게서도 귀여움을 느낀다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심리 상태이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이 분야를 지속적으로 연구해왔다.

옥시토신, 도파민 분비…종족 보존이라는 원시적 욕망과 연관

귀여움의 심리학은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3년 독일의 동물학자인 콘라트 로렌츠 박사가 ‘아기 스키마’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아기 스키마 이론은 둥근 얼굴, 커다란 눈, 뽀얀 피부처럼 아기가 가진 전형적인 신체적 특징들이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들고 심지어 돌보고 보호하고 싶은 욕구까지 불러일으킨다는 이론이다.

즉, 귀엽다는 감정은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대상에게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이다.

아기의 해맑은 모습을 바라볼 때 우리는 사랑호르몬으로 불리는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옥시토신은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관여하는 호르몬이다. 옥시토신이 분비되면 끌리는 대상과 사랑에 빠졌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귀여운 아기를 볼 때 ‘도파민’이라는 호르몬도 분비된다. 도파민은 행복감을 비롯한 긍정적인 감정 반응을 촉발하는 호르몬이다. 귀여운 것을 볼 때 우리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되고 이는 행복감으로 이어진다.

즉, 우리의 뇌는 귀엽고 작은 것을 보면 사랑에 빠지도록 설계돼 있다는 진화생물학적 설명이 가능하다. 작고 귀여운 생명을 보면 사랑스럽고 보호해주고 싶은 감정이 생기고, 이는 곧 이 생명의 생존을 보장하는 것인 동시에 인간의 종족 보존으로 이어진다. 즉, 종족 번식과 보존을 목적으로 부모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도록 만들기 위해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원시적 욕망이 생겼다는 것이다.

추억, 애착, 사회적 연대 등도 귀여운 것에 끌리는 이유

그런데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것은 이 같은 진화론적인 관점에서의 해석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는 ‘향수’와도 연관이 있다. 성인이 되면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되고, 그 시절을 떠올리도록 만드는 존재에 호감을 느끼게 된다. 가령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작고 귀여운 인형이 그 대상일 수 있다. 사람은 각자 각인된 감정을 바탕으로 각기 다른 사물에 호감을 느끼는데, 어린 시절 귀여운 인형을 즐겁게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성인이 돼서도 이러한 인형에게서 귀여움을 느끼고 편안함, 안정감, 따뜻함 등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감정적 애착을 느끼도록 만드는 사물을 아동심리학자들은 ‘이행대상’이라고 부른다. 아이들이 항상 들고 다니는 애착 인형이나 애착 담요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사물들은 보통 우리보다 작고 귀여운 특징이 있다.

우리는 우리와 다른 존재에 묘한 매력을 느끼는데, 이것이 귀엽고 작은 것을 좋아하는 이유라고 설명하는 학자들도 있다. 임상심리학자인 칼라 마리 맨리 박사에 따르면 가령 아기의 경우 형태는 우리와 비슷하지만 크기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익숙하면서도 낯선 측면이 매력으로 작용한다. 나와 비슷하지만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경이롭고 놀라우며 사랑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작고 귀여운 존재는 대체로 위협적이지 않다는 점도 우리가 호감을 느끼는 이유다.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위협적인 존재에 대응할 수 없는 무기력감을 느끼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통제되거나 지배받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 작고 귀여운 존재는 나에게 해를 가하거나 협박 혹은 위협을 가하지 않기 때문에 함께 있고 싶고 자꾸 보고 싶은 생각을 갖게 된다.

금전적인 상태와 연관 짓는 학자들도 있다. 미니어처 하우스나 RC카 등 실제 버전보다 작은 형태의 집이나 자동차 등에 끌리는 것은 실제 집이나 차에 접근할 금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상 심리로 이 같은 작은 사물들에 끌리게 된다는 이론이다. 동물을 키울 여건이 안 될 때 동물 인형을 선호하게 되는 것도 비슷한 논리다.

사회적 연대감도 연관이 있다. 여행을 갔을 때 열쇠고리나 냉장고 자석 등 작고 귀여운 것을 사는 것은 여행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사건과 여정을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연대감 등을 기억하게 만든다. 그때의 기억을 두고두고 떠올릴 수 있는 정서적 만족감과 즐거움 등을 주기 때문에 이러한 작고 귀여운 사물에 끌린다는 설명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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