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뭘 먹어야?” 암환자의 정보 찾기 4원칙

[조주희의 암&앎] ‘아는 것이 힘’… 올바른 정보 판단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암교육센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올바른 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매일 200여명 이상이 암에 관한 정보를 찾거나 관련된 상담과 교육 등을 받기 위해 이 곳을 방문하고, 코로나19 이후에는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서도 다양한 정보 제공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27살의 젊은 나이로 유방암을 진단받고 수술 전 암 크기를 줄이기 위해 선행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가 어머니와 함께 암교육센터에 방문했다.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음식을 피해야 하는 지 엄마와의 갈등이 꽤 많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도대체 먹을 것이 없어요. 암 치료하는 동안 뭘 먹어야 하는 거예요? 밀가루로 만든 빵은 차가운 성분이라 안된다. 라면은 몸에 해롭다. 설탕도 암에 안 좋고, 우유도 안 된다고 해요. 커피도 마시면 좋지 않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치킨은 절대로 안 된다고 하니, 도대체 입에 맞는 것이 없어 너무 힘들어요.”

환자는 어려서부터 미국에서 자라서 밀가루 위주의 식습관이 익숙했기 때문에, 암 진단 후 밀가루 음식을 피해야 하는게 가장 어렵다고 했다. 항암치료만으로도 몸이 힘든데, 갑작스럽게 식습관의 변화까지 감내해야 하니 엄청난 고역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환자는 마른 모습에, 기운이 없어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필자가 더 안타까웠던 사실은 이 두 모녀의 갈등이 잘못된 암 정보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밀가루로 만든 음식이 우리 몸을 정말로 차갑게 하는 것일까? 우리가 평소 자주 접하는 인스턴트 식품이나, 단 음식, 커피나 치킨, 그리고 밀가루로 만든 음식이 정말 암을 유발하고 질병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일까? 반대로, 몸에 좋은 음식은 많이 먹으면 암을 없애고 우리 몸을 낫게 할 수 있을까? 필자가 여러 근거를 살펴본 바 아직까지는 ‘그렇지 않다’라고 답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에 대한 과학적인 데이터가 불충분하고, 아무리 좋은 음식이나 식품도 과하게 섭취하면 건강에는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암은 음식 한두가지로 해결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녀석이 아니다.

옛말에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 ‘아는 것’이란, 단순히 정보를 얻고 이해하는 정도로 그치는 게 아니다. 특히 건강에 있어서는 현재 나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알고 그에 따른 득과 실을 따져, 적절히 활용 있는 능력까지 포함해야 함이 옳다. 암 정보를 안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올바른 암 정보란 무엇일까? 이는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고,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의미한다. 요즘은 통신기술의 발달과 매체의 다양화로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본인이 궁금한 암 정보를 더욱 쉽고 빠르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만큼 부정확하고 불필요한 정보가 섞여 있어서, 개인에게는 올바른 정보를 찾고 활용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 게 현실이다. 안타깝게도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잘못된 암 정보에 현혹되어 적절한 치료의 기회를 놓치거나 현재 치료를 중단하기도 하고, 치료 중 부작용을 악화시켜 위급한 경우가 종종 생기기도 한다.

그렇다면 올바른 암 정보를 찾기 위해 주의해야할 점은 무엇일까?

우선, 정보 제공자가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인지 확인해야 한다. 아주 간단하지만, 간과하기 쉽다. 국내에는 국가암정보센터를 비롯한 정부기관, 대한종양내과학회를 비롯한 관련 학회나 협회, 대학병원 등의 발표 자료이면 어느 정도 신뢰가 보장돼 있다. 이밖의 기관이나 개인이라면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 기관이나 협회를 가장하기도하고, 전문가처럼 보이는 개인사업자도 있다. 거짓이거나 과장된 암정보를 제공하는 것에는 광고 또는 상업적 목적이 똬리를 틀고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둘째, 제공된 정보가 최근 자료에 기반해 작성되었는지, 출처가 명확한지 확인해야 한다. 작성된 날짜가 비교적 최신일지라도, 그 내용이 오래된 자료에 기반했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건강 정보에 활용된 자료의 출처가 명확하지 않다면 과학적 근거보다는 개인의 주장일 수 있으므로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다. 특히 암영역은 치료방법이나 지침 등이 지속적이고 빠르게 개선되는 점을 감안하면, 몇 년 전의 자료는 현재의 접근 방향과 많이 다를 수 있다.

셋째, 단정적이고 과장된 내용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된 광고성 정보를 주의해야 한다. 예컨대, 특정 약이나 성분이 만병통치약처럼 무조건 좋다는 소비자의 의견이 제품의 효과를 일반화하는 것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왜냐하면 암은 병의 진행상태, 조직학적 특성에 따라 그 치료방법이나 효과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겐 효과적인 방법이 다른 사람에게는 되레 해가 될 수 있다. 또한 마치 연구 데이터로 실험한 결과처럼 표방하지만, 자세히 보면 과학적 근거가 미비해서 허위나 과장된 내용인 경우도 있다. 따라서 개인의 경험을 인용해 정보를 친숙하게 포장하거나 뉴스 기사 형태로 신뢰감을 형성하는 광고들에 대해 좀 더 비판적인 자세로 정보를 바라봐야 한다. 이 밖에도 암을 완치할 수 있다는 진짜 뉴스 같은 광고성 보도기사나 서점에서 판매되는 책의 내용, 개인방송이나 유튜브도 주의를 기울여 건강정보를 얻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권장 사항에도 개개인이 올바른 건강 정보를 얻고 활용하는 데에는, 여전히 어렵고 헷갈리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자신의 암을 치료해주는 담당 의료진에 대한 ‘신뢰’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같은 건강 정보라도 사람에 따라 득이 되기도, 실이 되기도 한다. 자신에게 적합한 정보를 적용하는 데에 가장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본인의 건강 상태와 치료과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담당 의료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혹여 ‘같은 암인데 왜 치료가 다르지? 이 의사는 해도 된다고 하는데 왜 내 주치의는 안 된다고 하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할 것이다. ‘과연 내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 맞을까?’, ‘치료를 하는데 왜 몸은 더 힘들어지는 것일까?’ 등의 걱정에 사로잡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복잡한 생각들은 치료 내내 스스로를 불안하고 두렵게 만들 뿐이다. 무엇보다 정작 필요한 치료를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 끝이 없는 막막한 암과의 여정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의료진을 믿고, 스스로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으로 슬기롭게 해쳐 나간 다면 암은 극복할 수 있다.

우리가 이토록 치료와 질병에 대해 정보를 찾아 다니는 것은 결국 암을 잘 낫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스스로 건강정보를 탐색하고 평가해 활용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자신을 치료해주는 담당의료진과 과학적 근거로 제공되는 건강정보를 따라 치료에 집중하려는 것이 가장 올바르게 암을 극복하는 현명한 방법이라 할 것이다. 암을 극복하는 데에서는 ‘아는 것이 힘’이고 잘 알면 잘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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