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밥 먹는 소리에도 ‘욱’… 소리 혐오증

 

사람이라면 공통적으로 듣기 싫어하는 소리가 있다. 손톱으로 칠판을 긁거나 숟가락으로 스테인리스 그릇을 긁는 소리가 그렇다. 이런 소리는 높은 주파수 때문에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상 듣기 힘들다. 하지만 별것 아닌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다. ‘소리혐오증(misophonia)’이 있는 사람들인데 이런 사람들은 특정 소리를 들을 때마다 격분하거나 공포감을 느낀다.

 

소리혐오증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거슬리게 생각하는 소리는 밥을 먹을 때 내는 소리, 볼펜을 딸깍거리는 소리, 한숨 쉬는 소리 등이다. 물론 이런 소리가 소리혐오증을 가진 사람의 신경만 거스르는 것은 아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타임스 온라인판에 5가지 음성파일을 올려놓고 독자들을 대상으로 듣기 싫은 소리를 투표하도록 했다. 그 결과, 투표 참가자 중 25%는 국물을 홀짝거리며 마시는 소리가 가장 듣기 싫다고 답했다. 또 18%는 껌을 딱딱거리며 씹는 소리, 17%는 코를 훌쩍대는 소리, 10%는 손톱 깎는 소리, 8%는 손가락 관절 꺾는 소리가 듣기 싫다고 답했다.

 

이런 소리들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듣기 싫은 소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소리혐오증을 가진 사람들은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은 괜찮게 생각하는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가령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에 극도의 공포감을 느낀다거나 다른 사람이 목을 가다듬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한다.

 

뉴욕대학교 랑곤의료센터의 베런 H. 러너 교수도 이러한 사람들 중 한 명이다. 그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내 신경을 거스르는 소리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괜찮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며 “주변 사람들은 별것도 아닌 소리에 내가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답답해했다”고 말했다.

 

 

 

소리혐오증은 대체로 10살 전후에 나타나기 시작해 나이가 들수록 심해진다. 듣기 싫어하는 소리의 종류가 늘어나고 더욱 예민해진다. 음식 씹는 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한 여성이 식사 시간 때마다 남편과 서로 다른 방에서 밥을 먹는 불편을 감수하며 살아가는 사례도 있다.

 

과학자들은 소리혐오증을 가진 사람들이 왜 평범한 소리에도 이처럼 큰 고통을 받는지 그 원인을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내지는 못하고 있다. 소리혐오증이 있는 사람들이 특별히 청력이 발달한 것도, 청각질환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청각체계감정을 담당하는 뇌 영역인 변연계가 지나치게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추측만 하고 있다. 또 현재로써는 원인이 불분명한 만큼 치유방법도 없다. 따라서 귀마개 등을 착용해 싫어하는 소리를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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