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변이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진 것들

‘꺼진 코로나19 불 되살린’ 방화범의 몽타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7월 4일 (이하 현지시간) 독립기념일을 맞아 ‘코로나 독립’을 선언했던 미국에서 신규 확진자의 숫자가 하루 11만 명(7월 23일)까지 다시 치솟고 있다.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백신접종을 완료한 영국에선 하루 3만 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일본에서 하루 수천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신규 확진자가 연일 1000명대를 넘어서며 ‘4차 대유행’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 같은 재확산의 주범으로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최초 확인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지목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로셀 월렌스키 국장은 22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델타변이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호흡기 바이러스 중에서 가장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라고 밝혔다. 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진 것을 정리해본다.

◆9개월 만에 124개국으로 퍼지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복제하고 증식하는 과정에서 유전자 위치가 달라지거나 일부가 빠지면서 환경변화에 더 적응을 잘하는 변이를 만들어낸다. 특히 2가닥의 이중나선 형태로 유전자가 얽혀 있어 유전 데이터가 안정적인 DNA 바이러스에 비해 한 가닥의 RNA 유전자만 지닌 RNA 바이러스에서 변이가 더 많이 발생한다. 코로나19가 RNA 바이러스이다.

코로나19는 중국에서 처음 발견된 원조가 있고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인 ‘알파’, 남아공발 인 ‘베타’, 브라질발인 ‘감마’, 인도발인 ‘델타’가 있다. 현재 유행하는 코로나19 중에서 델타의 비중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현재 인도와 영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코로나19 변이가 됐다. ‘백신 접종 선두국’인 이스라엘 또한 신규 확진자의 90% 이상이 델타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델타 변이는 한국을 포함 124개국에서 보고 됐다.

◆바이러스 검출량이 1000배나 많다

미국의 CDC에 따르면 델타 변이가 처음 확인된 것은 지난 3월이었고 4월 초까지만 해도 신규 확진자의 0.1% 사례만을 차지했다. 그러다 5월 초에는 1.3%, 6월 초 9.5%로 급증했으며 현재는 83.2%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에서 확산 속도는 더욱 빠르다. 25일 한국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신규확진자들 가운데 델타 변이 검출률은 6월 4주 3.3%였다가 7월 3주에 48%로 나타났다. 한 달도 채 안 돼 15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렇게 확산속도가 빠른 것은 잠복기가 짧으면서도 개체수가 엄청나게 빠르게 증가하는 데 있다. ‘네이처’는 중국 광저우 광둥성 질병관리예방센터가 중국 본토에서 최초로 델타변이에 감염된 62명을 추적한 연구결과를 21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감염 과정 내내 매일 실험 참가자들의 바이러스 입자의 밀도를 검사해 2020년 원래 SARS-CoV-2 균주에 감염된 63명의 감염 패턴과 비교했다. 그 결과 원조 바이러스에 노출된 경우 평균 6일이 지나야 바이러스가 처음 검출됐지만 델타변이의 경우 노출 4일 만에 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그들이 보유한 바이러스 양을 비교했을 때 델타변이가 원조바이러스보다 1260배 높게 검출됐다.

◆백신 접종자는 안전

사람들은 델타변이가 백신에도 내성이 있는 건 아닌가 걱정한다. 지금까지 연구결과로는 현재의 백신이 델타변이에 대해서도 상당한 보호막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2회 접종이 필요한 화이자 백신은 델타변이에 대해 88%의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조 바이러스에 대해 95%, 알파 변이 대해 93%의 예방효과가 있는 것과 큰 차이는 없었다. 단 1회 접종 시 델타변이에 대한 예방효과는 33%로 떨어졌다.

1회 접종만 이뤄지는 얀센 백신의 효과에 대해선 아직 엇갈리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백신의 제조사인 존슨앤존슨은 7월초 델타변이에 대해 동일한 예방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그렇지만 지난주 온라인으로만 게재되고 동료연구자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한 연구는 델타변이가 얀센 백신을 무력화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추가 부스터 접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전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현재까지는 얀센 백신을 복용한 사람들이 부스터 선량이 필요하다고 믿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월렌스키 CDC국장은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감염될 확률이 떨어지며 중증 증세와 입원, 사망에 이르지 않게 보호막을 제공해준다”며 델타변이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예방접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 내 감염의 80% 이상이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미주리, 네바다, 아칸소 등 백신 접종률이 낮은 주에서 새로운 발병률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다른 증세 여부는 아직 불분명

델타 변이의 경우, 미각이나 후각 손실은 보이지 않고, 기침과 콧물 증상이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에는 두통과 인후염이 더해졌다. 이밖에 복통·구토·식욕부진·청력 상실·관절통 등 다양한 증세를 유발한다는 보고도 있다.

이 때문에 기존의 코로나19와 다른 증세를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대두된다. 실제 최근 델타 변이에 감염된 사람들이 알파 변이에 감염된 사람들보다 병원에 입원할 가능성이 약 두 배 더 높다는 스코틀랜드의 한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이렇게 다양한 증세가 보고되는 것은 최근 델타 변이 감염자가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청년층이거나 이전 감염으로 인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이 주로 감염된 결과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세 미만 아이들이 문제

그래서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없는 12세 미만 어린이들이 델타 변이의 주요 타겟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wh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가을학기가 시작되기 전 12세 미만 아동의 백신 접종이 가능할 것이란 발표를 내놓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12세 미만 아동들이 언제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곧(soon)”이라고 답하면서 과학자들이 “지금 실험과 검토를 하고 있으며, 지금 결정을 내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노인들과 기저질환이 있는 미국인들 중 다수가 예방접종을 했기 때문에 신규 감염자 수는 늘고 있지만 입원할 정도의 중증 환자는 발생하지 않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그래서 이를 토대로 예방 접종만 원활히 이뤄진다면 올 겨울이 지난해 겨울의 비극을 되풀이하지는 않을 것이란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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