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잠잠해지면 ‘매서운 감기’ 찾아온다

[사진=filadendron/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노 마스크’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미국에 감기가 다시 찾아왔다. 올 여름에는 특히 심한 감기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평소 감기를 달고 살던 사람들도 지난해와 올해는 감기 한번 안 걸렸다고들 말한다.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코로나 방역수칙으로 감기에 걸릴 기회가 크게 줄어든 것인데, 방역수칙이 느슨해진 미국은 벌써 감기가 찾아온 모양이다.

인구의 50%가량이 백신 접종을 완료한 미국은 노 마스크로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교 모임과 포옹, 악수 등을 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이로 인해 1년 넘는 기간 동안 의도치 않게 멀어졌던 감기가 되돌아왔다.

미국서 리노바이러스, RSV 등 감기바이러스 유행

감기 증상은 예전보다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한 50대 남성은 뉴욕타임즈를 통해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심한 감기에 걸렸다”며 “운동도 못하고 계속 몸이 안 좋다”고 말했다.

텍사스 오스틴에 사는 50대 여성도 기침 감기가 심하게 찾아왔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은 접종 받았지만, 혹시 코로나에 감염된 건 아닌지 의심이 돼 검사까지 받았다. 하지만 결국 흔한 감기 바이러스인 ‘리노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여성은 자신의 주변에도 감기 때문에 아프다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왜 유독 올 여름 이처럼 감기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걸까? 전염병 전문가들에 따르면 코로나19 봉쇄 조치와 거리두기 등으로 우리의 면역체계는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수많은 미생물들과 접촉할 기회가 줄어들었다.

면역체계가 튼튼한 사람도 오랫동안 미생물의 공격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병원체가 침입하면 이를 방어하고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내과 전문의인 폴 스콜닉 박사에 따르면 미생물에 오랫동안 노출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면역체계의 반응 속도가 느려지거나 거의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 이로 인해 감기와 같은 호흡기 감염 증상이 더 오래 지속되게 된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최근 감기나 독감을 유발하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와 ‘인간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등에 감염된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요즘과 같은 여름철에 RSV 감염이 급증하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인플루엔자센터 수 황 소장에 의하면 여름에는 앞선 겨울의 영향으로 어느 정도 면역력이 유지된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이러한 기회를 얻지 못해 RSV 감염자가 급증하는 상태다.

면역력 떨어지지 않도록 대비해야

국내는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이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있기 때문에 감기바이러스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진행됐을 것으로 예상되는 올 4분기나 내년에는 극심한 감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평소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19로 활동량이 줄면서 운동을 안 하거나 집에서 필요 이상의 음식을 먹으며 체중이 증가하는 등의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건강한 식사와 운동으로 면역체계가 약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스트레스 관리, 건강한 수면 습관, 절주 및 금연 또한 필요하다. 평소 손 씻기 등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재채기가 날 땐 입을 가리고, 몸이 아플 땐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도 필요하다.

면역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병원체에 노출됐을 때 이에 재빨리 대응할 수 있다. 반대로 면역력이 약해지면 병원체를 방어하는 속도가 병원체가 우리 몸을 공격하는 속도보다 느려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래, 의과학자들은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을 우려해왔다. 전문가들은 방역수칙에 안일해지면 두 가지 질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언제든 찾아올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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