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면 잊어버리는 꿈, 좀 더 잘 기억하려면?

[사진=Inside Creative House/게티이미지뱅크]
아침에 알람이 울리면 아쉬움에 탄식이 나올 때가 있다. 아직 피로가 덜 풀린 상태에서 일어나야 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한 가지는 재미있는 꿈을 꾸는 중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꿈에서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다양한 일들이 벌어진다. 환상적인 모험을 하기도 하고, 기묘한 미스터리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며, 포근하고 달콤한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이처럼 흥미로운 꿈은 오래 기억하고 싶지만, 눈을 뜨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의 사라진다.

왜 이처럼 꿈 내용은 쉽게 사라지는 걸까? 임상심리학자인 제이드 우 박사는 미국 여성지 굿하우스키핑을 통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꿈을 꾸는 도중 잠이 깨면 일시적으로 꿈 내용이 생각나지만, 꿈은 장기기억으로 암호화되지 않기 때문에 곧 잊어버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꿈은 렘수면 단계에서 보통 꾸게 된다. 렘(REM)수면은 수면 중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는 얕은 수면 단계다. 이때 꾼 꿈은 우리가 현실에서 직접 경험한 일을 기억하는 방식과 동일한 방식으로 저장되지 않는다. 시각, 청각, 촉각 등의 감각적 정보가 없고, 논리적인 맥락에서의 단서들도 없기 때문이다. 렘수면 단계에서 다른 수면 단계로 넘어가는 것도 꿈이 기억에 남지 않는 이유다.

렘수면 단계 동안에는 생생하고 선명한 꿈을 꾸지만, 뇌가 장기기억으로 저장하는 처리 과정을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기억에서 사라진다는 것. 잠을 자는 동안에는 중요한 기억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이 거의 0에 가까운 수준으로 분비된다.

그렇다면 악몽은 상대적으로 더 기억에 잘 남는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뭘까? 렘수면 단계 동안에는 꿈에 의해 움직임이 촉발되지 않도록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불수’ 상태가 유지된다. 그런데 평온한 꿈과 달리 악몽을 꾸면 몸을 움직이고 싶은 욕구가 커지고 스트레스 수치가 높아지며 맥박과 호흡 등이 빨라지면서 보다 쉽게 잠이 깨게 된다. 악몽을 꾸는 도중 잠을 잘 깨기 때문에 악몽을 자주 꾼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반면 유쾌하고 즐거운 꿈의 세부내용이나 시나리오는 기억하기 어렵다. 단, 하버드대 의대 수면전문가 레베카 로빈스 박사에 의하면 몇 가지 방법이 꿈을 더 잘 기억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일단 수면의 질을 높여야 한다. 침실 환경에 따라 수면의 질이 달라지는데, 침실이 더운 편이라면 수면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악몽을 꿀 위험이 높아진다. 온도 조절기나 냉방기를 조절하고 빛을 잘 차단하고 위생 상태에도 신경 쓰면 보다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다. 음주와 약물 남용 등도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악몽을 꾸는 빈도를 높일 수 있다.

잘 자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수면이 질이 높아야 연속성 있는 수면 상태를 유지할 수 있고 일정 간격으로 렘수면 단계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갖게 된다는 것.

알람은 꿈이 빨리 사라지도록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알람 없이는 일어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기상 시간에 저절로 눈을 뜰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알람과 같은 외부요인으로 꿈 내용이 사라지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

옆에 침대를 공유하는 사람이 있다면 눈을 뜬 뒤 꿈 내용을 공유하는 것도 좀 더 세부적인 내용을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이다. 더욱 적극적으로 기억하고 싶은 꿈이 있다면 종이와 펜을 준비해 적어보도록 한다.

제이드 우 박사에 따르면 의도적으로 꿈을 기억할 수 있도록 뇌를 훈련시키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잠들기 전 꿈 내용을 잘 기억하겠다는 의도를 갖는 연습을 하는 것만으로도 보다 꿈 내용을 잘 기억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이는 잠들기 전 뇌에게 새로운 선택권을 주는 것으로, 연습을 반복할수록 꿈을 기억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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