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뽑아서 암 발병 알아내는 원리는?

[김명신의 유전자이야기] 혈액 속 암의 흔적

사람들에게 가장 우려하는 병을 손꼽아 보라고 하면, 암을 꼽는 사람이 매우 많다. 암은 가능한 한, 빨리 진단해서 치료할수록 결과가 좋기 때문에 조기에 진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영상검사와 내시경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혈액을 채취해 그 성분을 분석하는 방법도 일부 사용되고 있는데 이를 종양표지자검사라고 한다. 종양표지자는 주로 암 조직에서 생성되며, 대개 단백질로 이루어진 물질로, 혈액뿐만 아니라 소변, 또는 체액 검체에서도 검출된다. 대표적인 종양표지자는 AFP, CEA, CA19-9, CA125, PSA 등이 있다. 종양표지자가 정상보다 높아졌다고 해서 반드시 암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추가 검사를 통하여 암을 선별하고, 이후 병기 또는 예후 판정 및 치료 후 추적 등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최근엔 혈액 내에서 암유전자 변이를 검출하는 방법이 개발돼 주목받고 있다. 종양에서 유래하여 혈액에 순환하는 핵산이기 때문에 ‘순환 종양 DNA (circulating tumor DNA, ctDNA) 검사’라고 하기도 하고, 조직 대신에 혈액을 채취하여 종양의 특성을 분석하기 때문에 ‘액체생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순환 종양 DNA는 주로 종양세포에서 나와 혈액 내로 흘러 다니다가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나가며 반감기가 16분 내지 2시간 반 정도로 무척 짧다. 정상인의 혈액에서 순환 DNA의 농도는 매우 낮지만, 종양 환자에서는 양이 증가하고 이를 잘 분석하면 종양세포의 변이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혈액은 온몸을 돌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환자 몸 안의 암세포의 정보도 순환 종양 DNA에는 담겨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순환 종양 DNA를 분석하면 잔존하는 암세포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전자 변이에 따른 약제 반응 여부를 예측해 치료 약제 선택에도 도움이 된다.

대표적으로 비소세포폐암에서의 EGFR 변이가 있는데, 엑손 19번의 결손, 엑손 21번의 점돌연변이인 L858R이 있으면 ‘EGFR 티로신 키나아제 저해제’가 잘 듣고, T790M 변이는 국내에서 표적치료제 선택을 위한 동반진단검사로 시행되고 있다.

따라서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표적치료제를 처방하려고 혈액 내 순환 종양 DNA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폐암 외에도 대장암 및 유방암 환자에서도 순환 종양 DNA에서 검출되는 다양한 종양유전자 (KRAS, NRAS, PIK3CA, BRAF 등) 분석을 통해 치료 반응을 파악하고 특정 치료 약제에 대한 내성 변이의 변화 등을 추적할 수 있다.

올해 7월에는 유방암 환자에서 PIK3CA 유전자에 대한 동반진단검사와 표적치료제가 신의료기술로 승인을 받아 해당 환자들이 새로운 약제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회가 열리기도 하였다. 순환 종양 DNA는 최소 침습적인 방법으로 검체를 채취할 수 있고 특히 환자의 상태나 종양의 위치가 조직생검을 하기 어려운 경우에 시행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또한 여러 번 연속적으로 종양의 변이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앞으로 더욱 유용성이 확대될 것으로 생각된다. 암 환자의 치료법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이에 맞춰 유전자 분석 기법의 도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검사법의 가장 큰 이슈는 ‘어떻게 더 민감하고 정확하게 혈액 속 암세포의 흔적을 찾을 것인가’이다. 이를 위해 점점 더 미량을 검출할 수 있는 검사법, 더 많은 유전자를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기술 등이 각축을 벌이는 중이다. 필자에게는 20년 이상 꾸준히 암을 치료 중인 가족이 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수술, 항암화학요법·방사선요법을 거쳐 표적치료제까지 다양한 치료를 통해 암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옆에서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

환자의 혈액 속 DNA를 분석하여 암세포의 상태와 변화를 추적하여 때맞춰 적절한 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는 일은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을 더 잘 알고 있기에 유전 분야의 발전에 발맞춰 검사를 도입하고 수행하는 일이 고단하고 어렵더라도 멈추지 않고 수행하고 있다. 국내의 수많은 진단검사의학과 의사들이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암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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