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수감자, 누가 돌봐야 하나?

[허윤정의 의료세상] 노인 수감자 증가와 의료 대책

15년 동안 8평짜리 사설감옥에 갇혀 중국집 군만두만 먹으며 TV를 보는 게 전부인 오대수란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영화 ‘올드보이’는 복수를 넘어 인간의 고통을 포착하고 삶을 성찰케 한다. 한국의 사설 감옥으로는 2010년 경기 여주에서 문을 연 소망교도소가 있고, 현재 민영소년원 도입도 준비 중이다. 다양한 찬반 논쟁이 있지만, 재복역 수감자가 떨어지는 성과에 힘입어 확대를 검토 중인 민영 교정시설은 우리 교정시설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

현재 국내외 교정시설의 골치 아픈 문제 가운데 하나가 고령 수감자의 증가다. 특히 한국의 급속한 고령화 속도는 교정시설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6월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교정시설의 고령 수용자 비율은 2010년 5.1%에서 2019년 13.8%로 크게 증가했다.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일본에선 전체 수용자 중 노인 비중이 2007년 2.7%에서 2017년 4.8%로 증가했는데 우리의 증가 곡선이 훨씬 가파르다.

일본의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미래를 유추할 수 있는데, 일본에선 65세 이상 절도범이 14~19세 절도범의 3.5배 수준이다. 일본의 경제 주간지는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가난한 노인의 증가를 지목했다. 지난해 일본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28.4%였고, 노인가구 빈곤율은 27%였다. 노인 4명 중 1명 이상이 빈곤 상태로, 생활고를 견디기 어려워 감옥행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65세 이상 노인 죄수의 재범률이 70% 이상으로 출소 뒤 일부러 죄를 짓고 감옥에 들어가는 노인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곧 이런 현상이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장담할 수 있을까.

‘유엔 세계행복지수’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3.4%로, OECD 37개 나라 가운데 가장 높았고, 평균인 14.8%의 3배에 육박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이후 복지 사각지대의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 진행에도 노인을 위한 일자리는 부족하고, 사회안전망도 취약해 노인 가구가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일본처럼 노인 빈곤이 노인 죄수의 재범률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도 교도소의 노인 인구 비율이 갈수록 높아진다. 지난 2010년 형이 선고된 55세 이상 인구는 9,560명으로 1995년에 비해 배가 넘는다. 같은 기간 55세 이상 재소자는 4배나 늘어나면서 12만5000명에 도달했다. 전문가들은 재소자들이 학력 수준이 낮고 과도한 긴장이나 당뇨병, 흡연, 우울증, 약물남용 등에 노출돼 일반인과 달리 치매 위험이 높다고 지적한다.

참고로 미국의 많은 주에서는 죄수들이 일반인보다 15년 정도 빨리 늙는다는 점을 들어 50세 이상을 노인층으로 분류하고 있다. 사회학자 로널드 아데이는 치매 죄수 비율의 폭발적 증가세에 따른 돌봄의 대응책 마련을 지적했다.

교정시설은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을 통해서 시설의 과밀화와 부실한 의료체계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부각됐다. 또한 최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었던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충수가 터지고 이틀 만에 병원으로 옮겨져 대장 일부도 괴사돼 응급절제수술을 받는 사건을 계기로 수감자들의 건강 문제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통계교정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10년간 교정시설 수용자들의 의료수요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투약, 수술, 처치, 상담 등 교정시설에서 진료 건수는 2010년 532만여 건에서 2019년 918만여 건으로 2배 정도 늘었지만, 의료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의무관 정원을 채운 적은 단 한해도 없다. 부족한 의료여건으로 환자를 외부 의료기관으로 보내야 하는 경우도 인력 부족으로 이 또한 어렵다. 환자 1명이 외부 진료를 나가면 계호 인력이 최소 3명 동행해야 하는데, 지난 10년 간 외부의료시설 진료 건수는 45% 늘었지만, 같은 기간 교정공무원은 900여명 증원돼 외부 진료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2018년 교정본부의 설문조사 결과 수용자의 16%가 외부 진료 허가를 받지 못한 경험이 있었다.

교정시설 문제 해결을 위해 교정병원 설립이 검토되고 있다, 종합병원 수준의 미국의 교정병원과 같이 아픈 수용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전담 의료교도소를 신설하자는 의견이다. 또 다른 대안으로 기존의 외부 의료기관에 교정병동을 만들어 폐쇄병동으로 바꾸고 교정시설 환자의 입원과 치료를 위한 교정병동으로 지정 운영하자는 안이다. 어떤 정책이 결정되더라도 교정시설 의료 환경 개선은 시급한 과제다.

특히 노인 수감자 중 치매 환자의 증가는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현재 전국 교정시설에 수용된 치매 환자는 49명이며, 수용자의 고령화 심화로 교도소 내 치매 환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치매 환자를 돌보는 부담은 아직까지 교도소 직원들과 동료 수용자들의 몫이다.

고령화로 인한 치매 환자 증가에도 현재 정신질환 범죄자를 치료하는 시설은 충남 공주의 국립법무병원 뿐이며, 치매질환만으로는 이감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은 의료 전문 형무소를 지정해 환자들을 수용하고, 간병 전문 인력도 고용하고 있다. 치매의 예방과 조기 발견을 위해 2018년부터 형무소 8곳에서 60세 이상 수형자에 대한 치매 검사를 의무화 했다. 우리도 단기적으로 교정시설에 치매환자의 체계적으로 관리가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아픈 수용자들의 건강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의료 여건 개선을 기대한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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