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연골 찢어지면 꼭 수술받아야 할까?

[스포츠의학 명의 왕준호의 무릎이야기] 반월연골판 손상과 치료법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 쯤 무릎이 아파 고생했을 겁니다. 대부분은 무릎의 구조물에 큰 이상이 없으면서 생길 수 있는 일시적인 통증으로 자연스럽게 회복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어떤 분에겐 주로 퇴행성 변화로 약해졌던 무릎의 구조물에 작은 충격이 가해져 손상이 생깁니다. 가장 흔한 것이 반월연골판이라 불리는 무릎의 물렁뼈가 손상되는 겁니다. 주로 50대 이상에 많지만, 30대나 40대에도 드물지 않고, 20대에도 물렁뼈에 퇴행성 파열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병원에서는 당장 수술 하라고 하고, 어떤 병원의 의사는 수술 없이도 좋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물렁뼈가 무엇인지도 잘 몰랐던 환자가 어찌할 바를 잘 모르고 당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상황일 거 같습니다.

물렁뼈는 무엇 하는 구조물인가?

무리 몸의 관절 중 가장 큰 관절이 무릎관절입니다. 무릎관절이 중요하다는 것은 굳이 누가 강조하지 않더라도 살아가며 다들 몸소 체험하여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무리 몸에서 가장 큰 장골 2개가 만나서 큰 범위의 관절운동 범위가 유지돼야 큰 불편함이 없이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큰 관절이 관절로서의 역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두개의 큰 뼈가 만나는 관절면 사이에 반월연골판이라 불리는 초승달 모양의 물렁뼈가 끼어 있습니다. 그 물렁뼈는 도가니탕의 도가니처럼 물렁한 느낌은 있지만 상당히 질기고 탄력이 있는 구조물입니다. 그런 구조적 특징으로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 분산시키고 관절이 안정적으로 잘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물렁뼈의 역할은 달리기 선수의 운동화나 자동차의 타이어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렁뼈는 회복이 절대 안된다?

 운동화도 오래 신으면 바닥의 고무가 닳거나 찢어지기도 하고, 밑창이 떨어져서 너덜거리는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아무리 좋은 타이어라도 오래 달리면 타이어가 닳아서 밋밋해지고 심하면 터집니다. 운동화나 타이어나 문제가 생기면 새 운동화로 바꾸고, 새 타이어로 바꾸면 됩니다. 그러나 우리 몸의 물렁뼈는 타어어처럼 바꿀 수가 없습니다.

그럼 물렁뼈는 재생은 알 될까요? 물렁뼈에는 바깥쪽의 일부만 빼 놓고는 혈관이 없는 조직이어서 한번 손상되면 다시 붙거나 재생이 안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혈관이 있는 바깥부위에 강한 외상에 의해서 수직 방향의 파열이 있다면 봉합하는 수술로 다시 붙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퇴행성 변화가 동반돼 생기는 파열은 혈관이 없는 안쪽에 생기는 수평파열이어서 봉합이 불가능하고, 억지로 봉합해도 안 붙는 파열입니다.

물렁뼈 찢어지면 수술해야 하나?

봉합할 수 없는 물렁뼈 파열이라면 이제 남은 선택은 두가지입니다. 찢어져서 너덜거리는 물렁뼈를 정리하는 수술을 하거나, 안 하거나입니다. 어떤 병원에서는 간단한 시술이니 내시경으로 너덜거리는 것을 긁어내자 하고, 어떤 병원에서는 그런 수술은 필요 없다 합니다. 의사마다 본인의 의학적 가치관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아픈 무릎에 대한 환자의 가치관과 판단도 중요합니다. 환자의 가치관이 들어간 판단의 포인트는 아파서 고생할 수 있는 몇 달간의 삶의 질을 더욱 중요시하느냐, 통증을 참아가면서 운동하면서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기다리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무릎이 아파서 걷기 힘들어 운동 안하고 집에 가만히 있거나 체중 부하를 못해 계속 절뚝거리고 다니고, 계단도 쉽게 오르지 못할 정도라면 몇 달이 지나도 쉽게 통증이 사라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잘 못 걷는 상황이 몇 달 동안 지속되면 2차적으로 근육이 약해져서 나중에 수술을 받더라도 불편한 무릎이 회복이 잘 안 될 수 있어 기다림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수술이 도움이 되는 경우와 안되는 경우는?

무릎이 아파서 병원에 가면 요즘은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 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MRI에서 물렁뼈 파열이 있다고 다 수술이 필요할 것은 아닙니다. 40대나 50대가 되면서 누구든지 물렁뼈에 퇴행성 변화인 수평 파열이 있을 수 있습니다. 수평파열이 있는 사람이라면 과거 한 두 달 무릎이 붓고 아팠던 적이 있거나, 아니면 조금이 무릎이 안 좋은 것 같기는 한데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하는 정도의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무릎이 아파서 무릎 MRI를 찍었지만 병원에 가게 된 무릎 통증의 원인이 그 수평파열이 아닌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런 경우는 수평 파열이 있는 물렁뼈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더라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안 해도 될 수술로 인해 손해를 보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얌전한 수평파열에 너덜거리는 피판 파열이 동반되어 소 혓바닥 같은 피판이 안으로 말려 들어갔다면 정상적으로 걷기 힘들 가능성이 큽니다. 이 때엔 그 피판을 정리해 주는 수술의 효과가 아주 극명할 수 있습니다.

정도면 수술 안하고 기다려볼 만하다?

 피판 파열이 동반되어 있어 수술이 필요해도 좋아지기를 기대하면서 수술 없이 기다려보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건이 있습니다. (1)절대 절뚝거리지 않고 걷기 노력하기 (2)일상적인 활동은 정상과 같이 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 (3)일상에 할 수 있는 정도의 가벼운 운동은 계속하기 입니다. 관건은 무릎의 근육이 약해지지 않도록 유지할 수 있다면 아프더라도 충분히 기다려 볼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일상의 가벼운 운동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 환자에게 최소의 조건을 제시하자면, 1시간 안에 5km를 걷는 것입니다. 물론 기다려서는 안 되는 파열이 있어 의사의 의견을 절대적으로 들어야 할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절제술이 필요한 파열이라면 기다려 볼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생명이 좌우될 수 있는 암과 같은 치료는 의사의 판단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결정해야 할 경우가 더 많겠지만, 무릎 물렁뼈의 파열은 꼭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상황에 따라 환자의 가치관과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그리고 의사도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갖고 환자를 진료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치료 방침 결정이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의사의 역할로 중요한 것은 가능한 치료 방법의 선택이 있다면 환자에게 먼저 충분히 설명한 이후에 전문가로서 의견을 제시해야 합니다. 세상에서 수술을 하고 싶어하는 환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환자에게 무조건 수술 안 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수술 안하고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몇 달 동안의 통증을 견뎌내면서 근육이 악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수술 없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때로는 전문가의 의견대로 빨리 수술하고 덜 아프게 운동 열심히 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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