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아야 돼”…남자라 우울증 치료 기피

[사진=Ominodicarta/게티이미지뱅크]
“남자는 울면 안 돼.”

“남자가 돼서 쩨쩨하게…”

이는 남성에게 덧씌운 ‘보편적 남성성’에서 기반한 표현들이다. 가부장제의 가해자는 남성, 피해자는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피해자는 일반 남성과 여성 모두를 아울러야 한다.

부권제의 역사 속에서 남성은 전쟁과 병역 의무 등으로 ‘남성다움’이라는 강압적이고 획일화된 젠더의 굴레에 갇혀야 했기 때문이다.

남성성은 생물학적으로 특징지어지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산물이기도 하다. 남성이라고 해서 강하고 용감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은 ‘강인함’이라는 고정화된 정체성 때문에 여성보다 정신 건강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질환을 ‘나약함’, ‘여림’ 등으로 잘못 해석하는 시선 탓이다.

실질적으로 미국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의 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정신질환 유병률은 여성보다 낮다. 이는 남성이 여성보다 정신질환에 덜 걸린다는 의미라기보다,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는 비율이 낮기 때문이란 게 NIMH의 설명이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사회복지학과 조셉 하퍼 교수는 워싱턴 포스트를 통해 남성들은 어머니나 아내를 따라 억지로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많고 자신의 상황을 “별일 아니에요”라며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남성들은 심적인 고통을 겪으면서도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정신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눈치챌까봐 두려워하는 특징도 보인다.

하퍼 교수는 정신질환으로 치료 받는 일을 부끄럽게 생각해선 안 된다고 설명한다. 남성도 공포증을 느낄 수 있고 우울하거나 불안한 감정으로 고통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불안증과 우울증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흔하게 발생한다. 또한, 이러한 정신질환은 뇌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의 불균형 등으로 일어나는 것이지, 성별 때문에 발생하는 게 아니다.

팔이 부러지면 병원에서 석고 붕대를 하고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듯 정신질환도 병원에서 적절히 치료를 받으면 개선이 가능하다. 또한, 감기처럼 저절로 낫는 질환이라기보다 만성질환이나 중증질환처럼 방치 시 점점 악화될 수 있는 질환인 만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분노를 자주 표출하거나, 오랜 기간 슬픈 감정이 지속되거나, 식욕에 변화가 생겼거나, 체중 변화가 심하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나, 불안하거나 절망감을 느낄 때, 집중력이 떨어지고 무기력하며 직무 수행능력이 저하될 때 등의 상황에서는 가족 등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를 알리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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