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서 치료약 포기해야 하나요?”[김용의 헬스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암에 걸리면 본인 뿐 아니라 온 가족이 비상이다. 집안이 생기를 잃고 매일 환자 걱정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말기에 가까운 암이라면 환자, 가족 모두 심한 우울감에 빠진다. 치료비도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건강보험이 안 되는 신약이 많아서 한 달에 수백만 원이 들 수도 있다. 실낱같은 기대로 약값을 대다보면 살던 집도 팔아야 한다. 말로만 듣던 메디컬 푸어(Medical Poor)의 위험한 길로 들어설 수 있다.

평소 내 몸을 살폈더라면 집안에 웃음이 피어나고 돈도 모을 수 있었는데, 환자 한 명이 가족을 위기에 빠뜨리는 것이다. 자녀라면 부모에 최대 불효이고, 부모의 경우 자녀를 볼 낯이 없다. 병상에 눕고서야 “좀 더 신경 썼더라면 예방할 수 있었는데..” 자책감이 밀려온다. 요즘은 암도 일찍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하고 돈도 크게 안 든다. 위암, 대장암은 정기적인 내시경, 자궁경부암은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암으로 분류된다.

검진을 게을리 하고 몸을 살피지 않아 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문제다. 수술이 불가능하면 고통스러운 항암치료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이를 지켜보는 가족의 마음은 찢어진다. 효과가 좋은 신약이 있는데, 비급여(건강보험 미적용)라고 안 쓸 수가 없다. 마냥 사용하다보면 걷잡을 수 없이 비용이 증가한다. 먼 친척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불화가 생길 수도 있다. 가족 전체가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느낌이다.

일부 면역치료제는 효과가 매우 뛰어나 환자의 몸에 잘 맞으면 암 4기라도 장기생존이 가능하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엄두를 못내는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이 안 돼 한 번에 500만 원이 넘는 항암제를 한 달에 1-2번 맞는 경우도 있다. 한 번 주사에 1500만 원이 훌쩍 넘는 약도 있다. 다른 비용까지 포함하면 엄청난 경제적 부담이 가족들을 짓누른다. 이를 보다 못해 환자 스스로 비급여 항암치료제를 거부하는 사례도 있다. 신약을 맞으면 살 수 있는데, 스스로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눈앞에 치료약이 있는데 돈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니, 남은 가족에게 평생 한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신약을 급여화하는 절차는 복잡하다.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싶어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건강보험의 재정도 감안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해 해당 약품의 임상적 측면의 유용성과 필요성을 검증한다. 제약사에서 제시한 가격에 대해 효과 대비 비용도 따진다. 약값이 너무 비싸 효과에 비해 경제적인 효율성이 떨어지면 보험적용이 미뤄진다. 매번 신약 급여화를 놓고 환자 가족들이 촉각을 곤두세우지만, 다시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다.

중년 이상의 경우 자녀들을 챙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본인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몸을 살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보고서를 보면 암 사망의 30%는 흡연, 30%는 음식, 10-25%는 만성감염에 의해 생긴다. 담배를 끊고 음식만 조심해도 60% 이상의 암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도 거리 흡연이 예사고 기름지고 달콤한 음식만 찾는다.

50세 이상의 경우 무료 국가암검진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귀찮다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끝내 건너뛰는 사람이 있다. 이 경우 뒤늦게 암을 발견해도 정부에서 지원하는 암 치료비도 못 받는다. 건강보험 가입자로 국가암검진을 받은 사람은 국가로부터 암 치료비의 일부를 보조받을 수 있다.

자기 몸조차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은 암도 말기에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앞에서 언급한 막대한 비용의 신약을 써야 하는 경우다. 가족의 행복을 위한다면 아프지 말아야 한다. 목숨을 건져도 간병이 필요할 경우 그 비용도 상상을 초월한다. 평소 음식 조심, 운동 등으로 암을 예방하면 치료비 걱정은 먼 남의 일이다. 암이 생겨도 일찍 발견하면 치료가 쉽고 돈도 적게 든다. 가장 내실 있는 저축은 건강을 저축하는 것이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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