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사기꾼과 잘난 줄 아는 호구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480호 (2021-07-05일자)

1분마다 호구가 태어난다, 사기꾼의 눈에는!

“보기보다 더 내성적이고, 요즘 근심이 많죠?”
누군가 이런 말을 하면 솔깃해지죠? 대부분에게 해당하는 성격이 자신만의 특별한 성격이라고 믿는 경향을 ‘바넘 효과’라고 부른답니다. 바넘 효과는 휴 잭맨이 주연한 영화 ‘위대한 쇼맨’의 주인공 바넘이 “우리는 모든 사람을 위한 무엇인가를 갖고 있다”고 말한 데에서 유래했습니다.

1810년 오늘은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이 태어난 날입니다. 그는 뉴욕에서 작은 신문사를 운영하다가 박물관 사업, 서커스 단장 겸 흥행업으로 떼돈을 벌었습니다. 나중에는 정치에 입문해서 코네티컷 주 의원을 거쳐 브리지포트 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수도, 가로등 등 시스템을 정비했고 브리지포트병원을 설립해 초대 이사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자선사업가로도 이름을 남깁니다.

바넘은 영화와는 달리 미국에서 희대의 사기꾼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커스단의 코끼리가 죽자 아기 코끼리를 구하려다 죽었다는 스토리를 지어냅니다. 새끼원숭이의 윗몸에 연어 몸통을 붙여놓고 ‘피지의 인어’라고 홍보했습니다. 또 80대의 흑인 여성을 조지 워싱턴을 돌봤던 160세의 간호사라고 속였고, 이 이야기가 덜 먹히자 익명으로 신문사에 “사실은 인조인간”이라고 제보해서 관객을 끕니다.

거짓말을 능청스럽게 해서 온갖 악소문이 나 있지만, 장애인들이나 특수한 사람들과 정상적 계약에 따라 제대로 돈을 벌게 해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는 이렇게 사람을 대해서인지, 사람의 평등한 인권을 믿었고 노예제에 반대했습니다. 남북전쟁이 벌어지자 남부연맹 대통령 제퍼슨 데이비스가 아내 옷을 입고 도주하다 체포됐다는 허위 전단을 대대적으로 뿌려서 남부군에게 심리적 타격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은 하나님의 선물이므로 단지 장애가 있다고,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 당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어쨌든, 그는 사람들을 속여서 떼돈을 벌었습니다. “대중은 속기 위해서 태어난다,” “사람들은 기만당하기를 좋아한다,” “대부분의 사람을 대부분의 시간에 속일 수 있다,” “대중의 취향을 낮게 봐서 손해 본 사람은 없다” 등의 명언을 남깁니다. 증거에 대해서 논란 중이지만, “1분마다 호구가 한 명씩 태어난다!”는 말도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 우연히 유투브 채널에서 ‘골프 사기’ 동영상을 몇 편 보게 됐는데, 사기에는 호구가 필수인 것 같더군요. 호구(虎口)는 ‘호랑이의 아가리’라는 뜻으로,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지요. 그런데 골프 사기를 봐도 그렇고, 호구는 대체로 자신이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거나 빼어난 실력을 갖고 있다고 믿지요. 어쩌면 정치적, 경제적 식견이라는 것도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 사기꾼의 허황한 말에 속으면서도 자신은 잘 안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저 자신도 늘 자신에게 되새김질합니다. 남들보다 더 잘 안다고 믿지 말고, 헛된 소문에 휘둘리지 말라고. 저 자신도 사기꾼 눈에는 속기 위해 태어난 사람일 수도, 기만당하기 좋아하는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요. 여러분은 그런 사람은 아니겠지요?


[핫 닥터] ‘1인6역’ 심장판막 수술 명의

이번 주 핫 닥터는 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이삭 교수(48)입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흉부외과에 지원했지만, 전공의가 혼자여서 생고생을 하면서 심장판막 수술의 대가가 됐습니다. 엄마로서, 주부로서의 역할도 하면서 환자와 가족처럼 지내는 사연이 존경의 마음을 절로 불러일으키는 명의입니다. 이런 의사들이 많기 때문에 대한민국 의료가 급속히 발전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환자와 가족처럼’ 이삭 교수 스토리 보기


오늘의 음악

오늘은 베네수엘라, 알제리와 대서양의 섬나라 카보베르데의 독립기념일입니다. 첫 곡은 1811년 라틴아메리카에서 스페인으로부터 처음 독립한 베네수엘라의 ‘국민 가수’ 솔리다드 브라보의 ‘Sombras(암흑)’입니다. 둘째 곡은 알제리에서 태어났지만 유태인이어서 모국에 갈 수 없었던 앙리코 마샤스가 알제리를 그리워하는 노래입니다. ‘La France de Mon Enfance(내 어린 시절의 프랑스)’입니다. 식민정치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끔 하는 사연이지요?

  • Sombras – 솔리다드 브라보 [듣기]
  • La France de Mon Enfance – 앙리코 마샤스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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