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장애… 지능은 정상인데 공부는 엉망

 

주부 한모씨(36·서울 이촌동).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머리는 좋으나 공부를 하지 않아’ 걱정이었다. 슈퍼마켓에서 물건값 계산은 잘 하는데 학교에서 산수 시험만 보면 ‘0점’. 한씨는 꾸중만 계속 하다가 ‘혹시’하는 생각에 병원에 갔다. 진단은 의외로 ‘학습장애’. 의학계에선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20% 정도가 어떤 식으로든 학습에 문제가 있고 4∼9%가 학습장애아라고 보고 있다.

 

학습장애란?=지능이 정상이고 가정환경도 나무랄 데가 없지만 읽기 쓰기 듣기 셈하기 등 특정분야에서 잘 하지 못하는 경우. 학습장애는 △지능지수(IQ)가 70 이하인 ‘학습지진’이나 △기초학습이 부실하거나 가정문제 환경요인 등으로 공부를 못하는 ‘학습부진’과는 다르다.

 

유형과 원인=△‘부릅뜨고’를 ‘부드럽고’로, ‘바지’를 ‘봉지’ 등으로 잘못 쓰는 경우 △글을 읽을 때 한 줄 건너 뛰어 읽는 경우 △가로셈은 잘 하지만 세로셈을 전혀 못하는 경우 등 다양한 유형. 우울증 열등감 의욕상실 등 심리적 이유 때문에 나타나는 학습부진과 달리 뇌나 신경 계통의 이상으로 눈이나 귀를 통해 들어간 정보가 뇌를 거쳐 나가는 과정에 문제가 생긴 것.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는 ‘주의력 결핍’도 원인의 하나.

진단과 치료=병원에선 기초학습능력검사와 지능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아 심리치료학습교육을 병행. 치료는 빠를수록 좋고 초등학교 2학년이 지나면 치료가 힘들다. 유아원이나 유치원에 다닐 무렵 △낱말카드 놀이를 전혀 못하거나 △말이 너무 늦는 경우 △가족 중에 비슷한 환자가 있을 때는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성인이 되면?=미국의 경우 성인이 돼 무난히 생활할 수도 있고 학습이 덜 요구되는 막일을 할 수도 있다. 록펠러는 성인이 돼서도 글을 잘 읽지 못했다. 에디슨과 처칠, 영화배우 톰 크루즈도 어떤 면에서는 학습장애아였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자라면서 열등감소외감에 빠지고 따돌림이나 ‘이지메’를 당하거나 비뚤어진 성격 때문에 범죄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학습장애 대표적 증세

①말한 내용 중 ‘…이 아닌것’ ‘…은 아니다’ 등을 빠뜨리고 듣는다.

②방금 전에 들은 것을 잊어버린다.

③방향을 이해하지 못한다.

④말할 때 단어를 빠뜨리거나 다른 단어를 넣고 순서를 바꾼다.

⑤단어를 전혀 틀리게 발음하고 못고친다.

⑥새로운 단어를 읽지 못한다.

⑦읽을 때 단어나 줄 문장을 빼먹는다.

⑧받아쓰기나 띄어쓰기를 못한다.

⑨문자나 숫자를 거꾸로 쓴다.

⑩계산 부호를 혼동한다.

⑪받아올림이나 받아내림으로 풀어야할 셈을 못한다.

◇자료제공:서울대병원 심리학습평가실

 

 

 

◎학습장애아 부모의 역할.. 조금만 잘해도 칭찬 자주 해줘야

병원에서 자녀가 학습장애라는 진단을 받은 부모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 그동안 아이를 때리거나 꾸짖은데 대해 죄책감을 갖거나 치료가 어렵다는 의사의 말에 낙담하는 것.

그러나 자녀 앞에서 죄책감과 슬픔을 표현하면 아이의 심리가 불안정해져 학습동기가 더 떨어진다. 꾸중하거나 짜증부리는 것도 금물. 자녀의 학습 성취도에만 신경 쓰기보다는 우울증 대인기피 행동장애 등 2차적 증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조금만 잘 해도 칭찬을 해 학습동기를 부여하고 자주 안아주는 등의 방법으로 ‘사랑’을 전해야 한다. 학교 담임과 의논해 따돌림이나 이지메를 당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하는 것도 중요.

어떤 아이에겐 ‘대체 요법’도 효과가 있다. 종이에 글을 쓰거나 읽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에게는 컴퓨터를 이용해 가르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컴퓨터 화면이 아이의 눈길을 끄는데다 컴퓨터의 ‘한글 교육 프로그램’으로 틀린 것을 마음껏 지울 수 있기 때문. 학습장애는 빨리 고칠 수 없기 때문에 서두르면 안된다. 학년과 상관 없이 이해 못하는 부분을 반복해 가르치면 언젠가는 ‘도가 트인다’는 생각으로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학습부진’이란? 학업성취도 전반적으로 하락

학습장애와는 다른 학습부진과 주의력결핍. 일반인으로서는 구별하기 어렵다. 자녀가 학교 공부를 못따라갈 때 병원에 가서 구별하는 것이 치료의 첫 걸음.

학습부진=학습장애에 비해 아이가 학습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가 뚜렷이 드러난다. 부모가 아이에게 두 세살 때부터 학습지나 과외를 강요했거나 반대로 부모가 아이의 성장과정에 무관심할 경우 생긴다. 부모의 이혼이나 잦은 다툼 등으로 아이의 정서가 불안정한 것도 원인. 학습장애가 특수 영역을 못 따라가는 반면 학습부진은 전반적으로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는 게 특징.

일찍 병원에 갈수록 치료가 쉽다. 치료법은 학습장애와 비슷하다. 병원에서 학습부진의 2차적 증세인 우울증 대인기피 등을 치료해 자신감을 북돋우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집에선 초등학교 3학년 실력 밖에 안되는 5학년에겐 3학년 과정부터 찬찬히 가르쳐야 한다. 부모는 자녀가 또래의 학습수준을 따라잡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명심하고 역정을 내지 않아야 한다.

 

 

 

◎‘주의력 결핍’이란? 친구와 놀때 규칙무시 ‘왕따’ 십상

주의력 결핍=‘주의력 결핍 과행동성 학습장애’라고도 한다. 우울증이나 정서장애 등으로 오는 ‘주의력 산만’과는 다르다. 뇌나 신경계의 이상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학습장애나 학습부진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학습장애의 2차적 증세로도 나타나므로 구별이 힘들다. 주의력결핍 아동은 대부분 충동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또래와의 놀이에서 순서나 규칙을 지키지 않고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해 ‘왕따’가 되기 십상. 더러 공격적인 성격으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병원에서는 약을 복용시키며 ‘집단 프로그램’에 참여시킨다.

집단 프로그램은 비슷한 나이의 아동을 6∼8명씩 짝을 이뤄 주1회 2시간 동안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방법 △사귀고 싶은 친구에게 먼저 말을 걸고 관심을 보이는 방법 △친구가 놀릴 때 대처하는 방법 등을 훈련시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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