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관절염, 복고풍 수술 다시 유행하는 까닭?

[스포츠의학 명의 왕준호의 무릎이야기] 인공관절수술 대신하는 오다리교정술

많은 나라들이 원하고 있지만, 어느 나라도 쉽게 이루지 못한 전국민 의료보험이라는 것을 대한민국은 짧은 시간에 이루어 냈습니다. 이 덕분에 조기검진이 가능한 시스템이 보편화됐고, 동시에 경제 발전으로 인한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장수국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고령의 인구가 증가해 관절염을 비롯한 만성 퇴행성 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의 숫자와 관련된 수술도 급속도로 늘어가고 있습니다. 2009년에는 연간 6만 5000건 시행되던 무릎인공관절 수술은 최근 연간 11만 건으로 늘었습니다. 무릎인공관절 수술은 관절염의 대표 수술이 됐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는 인공관절 수술이 세상에 등장하기 전에 시행되던 복고풍 수술이 유행하고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그 수술은 근위경골절골술이라는 것입니다. 조금은 어렵게 들리는 수술명을 환자들에게는 쉽게 하지(다리)교정절골술이라고도 하고 오다리교정술이라고도 설명합니다.

인공관절이 없을 때는 교정절골술로만 관절염을 치료했다.

지금과 같은 개념의 무릎의 인공관절은 1970년대에 미국의 정형외과 의사 존 인살이 개발했고 1980년대에 많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에서도 많이 보기 어려운 귀한 수술이었습니다. 인공관절이라는 것이 만들어지기 전에도 당연히 관절염 환자는 많이 있었고 수술이 필요한 대부분의 환자는 근위경골절골술, 소위 오다리교정술로 치료를 받았습니다.

근위경골절골술은 1965년 미국의 마크 코벤트리 박사가 페쇄형 근위경골절골술을 소개하면서 인공관절 수술이 보편화되기 전에 관절염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수술이 됐습니다. 절골술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종아리의 경골(정강뼈)을 절개해야 하는데 수술 뒤 고정하는 방법이 지금 같이 튼튼하지 않았던 때여서 뼈가 잘 안 붙지 않아 실패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고, 그런 문제로 목발도 오래하고 통기브스 같은 고정을 오래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수술 후 관절이 굳어서 무릎이 다 안 굽혀지는 문제도 많이 생겼습니다. 한마디로 항상 일정하게 좋은 결과가 예측되는 수술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결과가 좋을 것으로 예측되는 인공관절 수술이 보편화되면서 관절염에는 더 이상 많이 시행되는 수술은 아니었습니다.

교정절골술이 왜 다시 유행할까?

신기술의 인공관절이 유행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지만 절골술이 사라지면서 인공관절을 하기는 너무 빠르고 다른 치료를 하기는 너무 늦은 애매한 환자들은 방치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으로 관절염은 있지만 인공관절하기에 너무 이른 나이이거나, 인공관절 수술을 할 정도로 아주 심하지는 않지만 관절경 수술 같은 다른 치료가 도움이 안 될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의 선택은 관절이 더 나빠 질때까지 수년 동안 아픈 것 참아 가며 기다리거나, 그냥 인공관절 수술을 하는 방법이 선택되어 왔습니다. 사실 그 방법 모두 다 그리 합리적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2003년부터 교정절골술의 가장 큰 문제인 불안정한 고정을 해결할 수 있는 신기술이 개발돼 사용되면서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게 되자 의사들이 다시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삽입되는 금속판과 그 금속판을 뼈에 고정하는 나사가 나사산으로 맞물리게 만들어 아주 튼튼하게 고정되게 만들어 수술의 실패율를 획기적으로 줄었습니다.

우리나라가 리드하는 복고풍 수술

그러면 교정절골술에 관하여 학술적으로는 어느 나라가 가장 앞서 나갈까요? 2000년대 이후에(2001~2020년) 발간된 연구 논문의 수를 분석한 연구를 보면 미국이 450편(24.0%)으로 가장 많고, 독일이 255편(13.6%), 한국이 225편(12.0%)으로 그 뒤를 있고 있습니다.

그러나 2019년부터는 한국에서 가장 많은 논문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가톨릭대 의대 고인준 교수가 분석한 우리나라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09년에 비해 2013년에 근위 경골 절골술은 무려 210%(2,649건에서 8,207건으로) 증가했습니다.  2019년의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근위 경골 절골술은 1년간 15,059건이 시행되어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교정절골술의 증가는 세계적 트렌드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증가세는 세계적인 트렌드는 아닙니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교정절골술이 많이 시행되지만 미국에서는 오히려 감소하기까지 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미국 의사들과 환자들은 재활기간이 오래 걸리고 항상 좋은 결과만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는 절골술 보다는 결과가 확실한 인공관절 전치환술이나 덜 심한 경우 부분치환술을 선호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절골술이 많이 시행되는 이유는 사실 심사평가원의 심사기준의 변화가 영향이 큽니다. 인공관절 수술의 나이 제한을 두기 시작한 뒤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될 뻔한 인공관절 수술 대신 교정절골술이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났습니다.

사실 실제 나이와 주민등록상의 나이가 일치 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나이 만으로 수술 적응증을 정하는 것은 불합리한 면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기준 때문에 오히려 의사들에게는 조금은 부담이 되고 어려운 수술이지만 환자들에게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는 교정절골술의 선택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인 효과라 할 수 있습니다.

교정 절골술은 양날의 칼과 같습니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수술이라는 것은 확실하지만 누구에게나 다 좋은 수술은 아닙니다. 비교적 안전한 수술이지만 혈관, 신경 손상 등 치명적인 합병증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공관절 받기는 덜 심하거나 나이가 상대적으로 젊은 경우,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 줄여주고 관절염의 진행을 늦춰 인공관절 시기를 늦추거나 안 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므로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분들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선택 중의 하나입니다. 무엇 보다도 합리적인 적응증으로 객관적으로 나에게 가장 맞는 선택을 해줄 의사를 만나 충분하게 상담을 받은 뒤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겠습니다.

    에디터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