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보도, 아 다르고 어 다른데…

[Dr 곽경훈의 세상보기]

응급의학과의 기능이 체계화하여 확립한 요즘에는 응급실 인턴의 역할이 도뇨관(요도폐쇄를 해소하거나 소변량을 측정하는 목적으로 요도에 넣는 관) 삽입과 비위관(위세척 혹은 장폐색 치료를 위해 콧구멍을 통해 위까지 넣는 부드러운 관) 삽입 같은 간단한 술기와 각종 검사의 동의서 작성에 그치지만 2000년대 중반에는 조금 달랐다.

병의 진단과 치료계획에 관련한 결정 대부분은 응급의학과 교수와 레지던트가 수행했지만 일차적인 문진 같은 행위는 인턴이 담당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래서 응급실은 이제 막 의사로 걸음을 시작한 인턴의 개성과 자질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공간이기도 했다.

그런 이유 때문에 해마다 가을이면 다양한 임상과 레지던트가 응급실을 찾아 비공식적으로 ‘인턴의 평판’을 조사했다. 1년의 인턴 과정을 마칠 무렵 3~4년의 레지던트 과정에 지원하는데 몇몇 인기 있는 임상과는 경쟁이 있으며 ‘인턴수료 시험’과 면접으로 당락을 결정하기 때문에 그런 비공식적 평판조사도 생각보다 중요했다.

인턴 입장에서는 면접 점수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터라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고, 해당 임상과의 레지던트 입장에서는 함께 일할 동료 레지던트가 누구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져서 어떡하든 정확한 평판을 알아내려 노력했다.

필자도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3~4년차 무렵 많은 ‘평판조사’에 참여했다. 그래도 최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떠나 객관적으로 해당 인턴의 성격과 자질을 이야기하려 노력했다. 그러면서 소위 ‘뉘앙스’의 위력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나 가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하면 긴장한다’와 ‘열심히 일하는 친구지만 가끔 얼음처럼 굳어버려 신뢰할 수 없다’는 비슷한 내용이나 느낌은 전혀 다르다. 아예 ‘좋은 친구지만 굳이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 같은 평가는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 설명하지 않아 한층 찜찜한 느낌을 준다. 따라서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나 가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하면 긴장한다’는 평가는 아직 인턴이니 함께 일하면서 개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이끌 가능성이 크지만 나머지 두 평가는 함께 일하면 아주 힘들겠다는 생각을 심어줄 것이다.

이런 ‘뉘앙스의 차이’는 뉴스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가짜 뉴스’가 아니라 틀림없는 사실만 열거해도 ‘뉘앙스의 차이’로 완전히 다른 반응을 이끌 수 있다.

예를 들어 50대 남성이 AZ백신을 접종하고 자발성 지주막하 출혈로 사망한 뉴스도 어떻게 전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자발성 지주막하 출혈은 뇌동맥의 약한 부분이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가 파열하여 발생하는 뇌출혈로 고혈압, 가족력, 선천적인 이상에 기인하고 AZ백신의 부작용인 ‘혈소판 감소성 혈전에 의한 뇌정맥동혈전’으로 발생하는 뇌출혈과는 완전히 다르다.

또 뇌동맥류가 파열하기 전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는 사례가 적지 않아 비교적 건강한 사람이 갑작스레 쓰러지는 상황을 종종 연출한다. 그러니 이런 자발성 지주막하 출혈의 특성에 초점을 맞추어 뉴스를 전하면 AZ백신에 대한 불안을 높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건강한 50대 남자가 AZ백신 접종 후 사망했고 병원이 밝힌 사인은 지주막하 출혈이며 당국은 인과성을 부인했다’고 전하면서 자발성 지주막하 출혈이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AZ백신에 대한 불안이 증가할 것이다.

물론 백신의 안전성과 부작용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올바른 언론이 지녀야할 책임에 해당한다. 다만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독자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자세하고 객관적인 설명을 덧붙이는 것도 그런 책임에 포함된다. (AZ백신을 예로 들었으나 화이자와 모더나 같은 mRNA백신도 마찬가지다. 부작용이 전혀 없는 백신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심각한 부작용이 얼마나 빈번하게 발생하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드디어 한번이라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1000만 명을 훌쩍 넘었다. 대부분의 국민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백신의 안전성을 따지면서도 근거 없는 불안을 조성하지 않는, ‘책임 있는 자세’를 언론에 기대한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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