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오래 노출되면, 냄새 못맡는다 (연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염된 공기의 미세입자에 장기간 노출되면 후각을 상실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 연구진은 후각소실(anosmia) 질환을 앓고 있는 500여명을 포함, 약 2,700여명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대기질 오염이 후각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미국 환경보호청(U.S.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의 대기질 시스템(Air Quality System)을 이용하여 참가자의 우편번호를 토대로 이들이 노출된 PM2.5 오염 정도를 추정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PM2.5은 2.5 마이크로미터보다 작고 사람의 머리카락 지름보다 30배나 작은 미세먼지를 말한다. 심장질환이나 폐암, 천식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디젤 자동차나 트럭 등에서 발생되며 먼지, 그을음, 연기, 유기화합물, 금속 등 여러 가지 물질로 구성돼있다.

분석 결과 공기 중 PM2.5에 장기간 노출되면 후각이 소실될 위험이 약 1.7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석연구원인 무루가판 라마나단 박사는 “후각소실이 발병하지 않은 그룹과 비교했을 때 후각을 상실한 그룹은 모두 미세입자(particulates)에 훨씬 많이 노출됐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가 PM2.5 노출이 후각소실을 유발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며, 둘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연구에서 후각 소실의 원인이 후각을 조절하는 신경을 손상시키는 공기 오염 때문인지 코의 점막에 생긴 염증 때문인지는 불분명하다.

후각소실은 음식 맛을 느끼거나 유해한 냄새를 감지하기 어렵게 하는 등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에 따르면 후각이 소실된 사람들은 체중 감소와 우울증 및 불안의 위험도 있다.

라마나단 교수는 “대기오염 노출을 줄이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며 “대기질을 규제하는 더 나은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후각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미 알래스카대학교 생물인류학 카라 후버 부교수는 “다른 많은 건강문제와 마찬가지로, 후각소실은 대기 오염 수준이 더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가난한 사람들과 소수집단 사이에서 더욱 심각하다”며 “그런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 자신이 처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기 오염을 줄이는 것은 사회 전체에 의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는 라마나단 교수 의견에 동감하며 ‘탑다운 방식의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의학협회 저널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정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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