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의 헬스앤] “실추된 의사의 위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실추된 의사의 위상을 다시 세우고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의사상을 정립하겠습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당선인 신분이었던 지난 1월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한 말이다. 그는 “국민들이 의사들의 대변인이 될 수 있도록 대한의사협회의 이미지를 개선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의사들은 공공의대 추진, 의대정원 확대 등을 놓고 파업사태까지 겪었다. 이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의 시선은 차가왔다. 이필수 의협 회장이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의사상을 정립하겠다”고 강조한 것은 위기감의 표현으로 보인다.

의사협회장이 ‘실추된 의사의 위상’을 직접 언급할 만큼 의사의 이미지가 하락하고 있다. 과거 선배 의사들이 누렸던 권위와 명예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존경받는 의사’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최근 의료계 행태에 국민들의 불만이 높다.

의사들도 할 말은 많을 것이다. 지난해 공공의대 추진, 의대정원 확대, 한방 첩약 보험급여 등은 의사들의 사기를 크게 저하시켰다. 전반적인 시대의 흐름도 예전의 ‘권위’와 ‘존경’이 옅어지는 추세와 맞물려 있다. 변호사나 다른 직업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SNS의 확산으로 환자나 가족들이 의사의 진료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많아졌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진단이나 수술 그리고 소통에 대해서도 지적을 하고 있다. 병원 경영자의 압박, 많은 대기 환자 등 여러 이유에서 ‘3분 진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까지 요구받고 있다. 의사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할만하다.

코로나19 시대에 의사는 ‘위험한 직업’ 중의 하나다. 국내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다 사망한 의사가 여러 명이다. 코로나 중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은 매일 ‘전쟁터’로 출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들을 돕는 간호사 등 의료진도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의사하면 ‘돈 잘 버는 직업’으로 인식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최근 소아청소년과는 매일 문을 닫는 의원이 늘고 있고, 이비인후과도 환자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필수의료인 내과와 외과, 산부인과는 고사 위기에 놓여 있다. 다른 과에 비해 돈도 못 벌고 의료분쟁으로 머리를 싸매는 날이 많아졌다. 동네병원은 의료사고 한 번으로 문을 닫아야 한다.

일부 의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정부의 책임도 크다. 오랜 저수가 정책으로 인해 환자를 많이 봐야 겨우 수익이 나는 구조다. 공공의대 추진이나 의대정원 확대는 소통이 부족했다. 생명을 살리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에 대해 세심하게 살피는 정책이 아쉽다.

재단을 만들어 개인 재산을 기부한 80대 병원장은 요즘도 환자를 본다. “코로나로 위험하니 집에 계시는 게 낫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니, “환자들이 수십 년 동안 아프면 나를 찾았는데, 코로나로 위험하다고 쉬면 의사가 아니다”는 답이 돌아왔다. 질문 자체가 어리석었던 것이다. 의사의 본분을 이해 못한 무지에서 출발했다.

지금도 전국 각지의 의료현장에서 코로나19와 사투하며 생명을 위협받는 의료인들이 많다. 개인 병원을 기부한 백발의 원장은 돈 벌기 위해 진료를 하지 않는다. “40년 넘게 나(의사)를 찾아오는 동네 환자들을 보면 힘이 난다”고 했다. 깊은 존경심과 함께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진정한 권위가 묻어난다.

80대 노 의사는 권위를 앞세우지 않아도 의사 본연의 굳건한 위상을 지키고 있다.   의사의 위상회복은 의사 가운을 처음 입었을 때 가졌던 초심을 기억하면 저절로 될 것이다. 어느 의사는 어려운 상황을 맞을 때마다 “이 환자는 내 가족”이라고 되뇌인다고 한다. 의사와 환자 모두 소통과 배려가 더욱 필요한 때이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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