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연구팀 “계획적 공격, 사이코패스 요인과 연관”

[사진=Sylverarts/gettyimagesbank]
– 조현병 환자의 공격성, 충동적이거나 계획적

– 계획적 공격성은 약물만으로 치료 어려워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불렸던 ‘조현병’은 질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줄이고자 병명까지 변경됐다. 그런데 최근 조현병 환자의 ‘공격성’이 다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조현병 환자의 공격성을 예방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대병원 연구팀(권준수·김민아 교수팀)은 대한조현병학회지 최신호에 조현병 환자의 공격성을 유형별로 비교한 연구를 발표했다.

조현병 환자의 공격성이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2019년 진주 방화·살인사건과 창원 아파트 살인사건 등이 대표적인 예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2019년 7~9월, 공격성이 수반된 위법 행위로 치료감호 명령을 선고받고 국립법무병원에 입소한 조현병 환자 116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공격성을 분류했다.

해당 환자들을 ‘계획적 공격성’과 ‘충동적 공격성’으로 분류한 결과, 계획적 공격성은 33명, 충동적 공격성은 8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두 집단의 사이코패스, 충동성과 정서조절, 사회적 환경 영향, 병에 대한 스스로의 인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비교했다.

그 결과, 계획적 공격성을 보인 조현병 환자는 상대적으로 지능이 낮고 어린 시절 학대 경험이 빈번했던 특징을 보였다. 이러한 특징은 사이코패스 관련 요인들로, 계획적 공격성 환자는 충동적 공격성 환자보다 사이코패스와 연관된 요소들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현병 환자는 환청이나 망상과 같은 정신병적 증상에 의한 충동으로 갑자기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조절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외부 자극이 오면 이에 크게 반응하면서 충동적인 공격성을 보일 수 있다. 이러한 환자는 항정신병 약물을 사용하거나 충동 조절에 유용한 항경련제 및 기분안정제로 치료해 공격행위를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계획적 공격성을 보이는 조현병 환자는 정신병적 증상이나 충동 조절의 어려움과 관계가 없다. 사이코패스 성향이나 스트레스 등 약물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요소가 공격성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인지행동치료, 심리사회적치료 등 약물 이외의 치료적 접근과 사이코패스 성향을 고려한 공격행위 예방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공격성을 보이는 조현병 환자의 3분의1이 약물만으로는 치료가 어려운 계획적 공격성을 보이고 있는 만큼, 연구팀 이 같은 환자의 특성을 고려한 치료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보았다. 연구팀은 환자가 치료를 거부할 때는 개인이나 가족의 책임을 넘어 국가가 나서서 치료를 종용하는 ‘국가책임제’의 도입도 필요할 것으로 보았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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