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을 때 결정을 피해야 하는 이유 (연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분 좋다~! 오늘은 내가 쏜다!” 하고선 이튿날 엄청난 액수의 카드 결재 문자를 보고 ‘내가 왜 그랬지’ 후회한 적 있는가? 기분이 좋을 때 그렇게 생각한 대로 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 심심치 않게 있을 것이다.

기분이 좋을 때는 관대해지고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본다. 처한 상황의 흐름, 사람에 대한 첫인상을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기분에 따라 판단력과 결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분 좋음’의 두 얼굴, 판단력 흐리게 만들어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호주의 심리과학자 조셉 포가스 박사의 연구를 인용하여 기분이 좋을 때 타인에 대해 더 관대해지고 기꺼이 도움을 주려고 하며, 판단을 내릴 때에도 더 낙관적이 된다는 칼럼 기사를 보도했다. 포가스 박스는 인간의 기분을 주제로 한 과학 논문을 100편 가량 발표한 바 있는 저명한 심리학자다.

이 칼럼에 따르면 인간의 기분은 상황을 다르게 보게 한다. 똑같이 미소 짓는 얼굴을 보더라도 기분이 좋은 사람들은 친근하다고 느끼는 반면 기분이 좋지 않은 상황의 사람들은 그 미소가 어색하다고 느낄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일반적으로 대화의 주제가 되는 날씨에 대해 말하도 기분이 좋을 때에는 대화 주제가 ‘일상적인 차분한 말들”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기분이 나쁠 때에는 ‘맨날 똑같은 지루한 말들’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생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이다.

기분이 좋을 때 편견 대로 행동할 경향도 높아
기분은 고정관념이나 편견으로 인한 평가에도 영향을 준다. 포가스 박사는 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에게 짧은 철학 에세이를 읽고 평가하도록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에세이에는 저자의 사진이 실려있었는데, 한 그룹이 본 저자의 사진은 안경을 쓴 중년 남성이었고 다른 그룹이 본 사진은 젊은 여성이었다.

이 실험은 참가자가 고정관념에 대해 얼마나 취약한가를 알아보기 위한 것으로, 에세이를 쓴 사람이 젊은 여성일 때보다 중년 남성이 썼다고 생각할 때 더 호의적으로 평가하는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그 결과 기분이 좋은 참가자들은 에세이의 저자가 남자라고 생각했을 때 더 재미있다고 느낀 반면, 기분이 좋지 않은 참가자들의 경우 저자에 상관없이 에세이에 대해 비슷하게 느꼈다. 이는 기분이 좋을 때 편견이 생각에 영향을 미칠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기분에 따라 어떤 진술에 대해 사실인지 허구인지 판단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결과는 기분이 안 좋은 사람이 이야기를 믿을 확률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 포가스 박사는 “긍정적인 기분은 창의력, 유연성, 협력, 사고의 지름길(mental shortcuts)에 의존을 촉진하지만, 부정적인 기분은 더 세심하고 사고를 신중하게 하며 외부 세계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도록 만든다”고 설명했다.

유명한 ‘트롤리 딜레마’에서도 기분이 영향
심지어 도덕적 판단도 기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도덕철학에서 고전적인 문제로 알려진 트롤리 딜레마는 윤리학 분야의 사고실험으로, 다섯 사람을 구하기 위해 한 사람을 다리에서 밀어 죽이는 것이 도덕적으로 허용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보통의 경우 소수의 사람만이 다리 위 한 사람을 희생시켜 다섯 사람을 구하겠다고 답한다.

그러나 피험자들이 5분짜리 영상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을 때, 그들은 남자를 다리에서 밀겠다고 답할 확률이 세 배 더 높아졌다. ‘살인하지 말라’를 절대 원칙으로 지킬 것인지 다섯 명의 사람을 구하기 위해 낯선 이 한 명을 죽일 것인지는 우리의 가장 깊은 가치를 반영해야 하지만, 이 문제에서조차 기분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기분에 관한 이 연구들을 소개하며 순간순간 변하는 기분이 우리의 판단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지할 때, 좀더 나은 판단을 위해서는 스스로 어떻게 해야할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정희은 기자 eu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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