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에 의사 자율징계권 줘야하나?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최근에 일어났던 의사의 성추행 사건이나 자신의 의료행위에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허위 내지 부정청구 또는 다른 의사에 대한 폭언 및 폭행사건 등과 관련하여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자율징계권을 주장하고 있다

자율징계권이란 전문직이 비윤리적이나 불법적인 행동을 할 때 그 조직의 권위와 일정한 권한을 바탕으로 회원에 대한 규제와 감독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정부가 아닌 전문가단체가 자신들이 지켜야할 기준을 스스로 만들고 규제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의사협회의 의사에 대한 자율징계권 주장에 대하여 논란이 있다.

의사단체의 자율징계권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첫째, 의사와 같은 전문직업인은 이윤보다는 사람을 먼저 보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필요 때문에 다른 직역에 비하여 더욱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들이 비윤리적 행위를 하더라도 전문영역에 문외한인 일반인들이 잘못된 행동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전문가 집단의 자율규제권을 통해 자기 집단에 속한 전문가들의 행위에 대한 윤리적 판단 및 적절한 통제를 하여 이들을 올바른 길로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비슷한 전문가 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는 징계사유가 발생하면 회원에 대한 과태료나 정직부터 제명 또는 영구제명 수준까지 징계가 가능하다. 이에 비하여 현재 법적으로 의사협회는 의협정관과 윤리위원회 규정에 의하여 회원에 대한 징계가 가능하지만 결정가능한 조치는 고발, 행정처분 의뢰, 3년 이하의 회원 권리정지, 5천만원 이하의 위반금 부과, 경고 및 시정조치에 불과하다. 만약 의사협회에게 변호사협회와 같은 법률상의 자율징계권이 부여되면 이를 통해 규제수준의 결정과 시행에 있어 의사들의 자정활동을 강화하고 윤리의식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획일적인 행정규제로 인한 사각지대를 줄이고 정부의 행정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의사단체의 자율규제권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첫째, 현재의 의사협회의 정관이나 자체규약에서도 비위행위를 한 회원들의 징계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비윤리적인 행동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거나 비윤리적인 문제를 넘어 일반인들이 하기도 힘든 파렴치한 행위를 하여 형사사건으로 처벌받은 의사에게 자율적인 징계권을 행사한 사례가 거의 없다.

이에 비하여 변호사협회는 법률상의 자율징계권을 확보하기 전에도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자율적 징계권을 많이 행사해 왔고 자율징계권을 가진 후 더욱 활발하게 징계권을 행사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5~2018년 총 541건의 징계가 이루어졌는데 과태료 300만원 14.8%, 정직 90건 16.6건, 제명 4건 0.7%이다.

비록 의사협회의 징계가 법적 구속력이 없어 솜방망이에 불과하더라도 징계권의 행사를 통하여 회원들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가한다면 징계를 받은 회원은 부담을 가질 것이고 이에 부응하여 다른 회원들도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윤리적인 행위를 하려고 노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의사협회는 현재까지 자신들의 징계권 행사에 대한 아무런 실적이 없이 단지 법률에 근거한 징계권만을 주장하고 있다.

둘째, 자율징계권에서 의사의 징계를 결정하는 위원회는 합리성과 공정성,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의사들 외에도 환자, 정부, 교육자 등 의료와 관련된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참여가 필요한데 의사협회가 이를 받아들일 지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영국에선 의사의 징계를 결정하는 징계위원회 구성원 12명 중 6명이 의사이고 나머지는 환자, 정부관계자, 교육자 등 의료관련 이해관계자이다.

세번째, 의사단체인 의사협회에서 귀찮고 비용이 많이 소모되는 자율징계권을 주장하는 이유는 바로 의사회비 납부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의혹이 있다. 변호사의 경우 자율징계권과 함께 변호사 등록업무가 법무부에서 변호사협회로 이관되면서 변호사협회에 등록하지 않고는 법률사무소를 개설하거나 변호사로서 소송을 할 수 없다.

변호사협회는 이러한 등록제도를 이용해서 개업하려는 변호사들을 협회에 등록시키고 변호사등록 결격사유가 있거나 직무를 수행하는데 현저히 부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등록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제제를 가한다. 또한 회비를 체납하면 제증명발급을 거부하거나 지방변호사회가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를 중단하고, 소송에 필요한 경유증표 판매를 거부하는 등 회비 강제징수제도를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모든 변호사는 변호사협회에 등록돼 있고 회비 납부율은 90%가 넘는다.

하지만 의사는 개원하려면 의사협회나 지방의사회에 등록없이 보건소에 신고만 하면 되고 병원에 근무하면 이조차도 필요없다.

이러한 상황 탓에 대한의사협회의 2015년 회비납부율은 59.9%로서 타 협회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다. 따라서 의사협회는 변호사협회처럼 면허관리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명목 하에 의사협회나 각 시도의사회에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개업을 하거나 병원에서 진료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려고 자율징계제도를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만이 전문가의 식견에 비추어 전문가의 행위에 대하여 자율적이면서도 윤리적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실제로 공익보다는 의사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만 보였던 의사협회가 회비를 내는 회원들에게 사회에서 요구하는 합리성과 공정성, 투명성을 갖춘 징계를 할 수 있을 것에 대한 의문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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