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서 ‘간접흡연 피해’ 큰 폭으로 감소 (연구)

[사진=metamorworks/gettyimagesbank]
간접흡연 피해가 학력별로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수준이 건강격차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다.

금연정책이 강화되면서, 일터나 가정에서 비흡연자가 간접흡연에 노출될 위험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학력별로는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정도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접흡연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인체 발암성이 확인된 물질)’로, 폐암을 비롯한 각종 호흡기질환과 심뇌혈관질환, 정신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조홍준 교수와 국제진료센터 강서영 교수 연구팀은 2008~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통해, 임산부와 만성신장질환자를 제외한 성인 비흡연자 3만 27명의 간접흡연 노출 정도를 분석했다.

나이, 학력, 소득, 직업 등 사회경제적 기준에 따른 연간 간접흡연 노출 정도를 분석한 결과, 대졸 이상 고학력자에서 간접흡연 노출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나머지 학력계층도 간접흡연 노출이 줄었으나, 고학력 집단 대비 높은 수준이었다.

간접흡연 노출은 최근 일주일간 직장과 가정에서의 간접흡연 경험을 묻는 설문조사와 소변 내 코티닌 수치를 기준으로 했다. 코티닌은 니코틴이 몸에 들어가 생기는 대사물질이다. 일반적인 비흡연자는 코티닌 수치가 1ng/ml 이하일 때 정상이며, 5ng/ml 이상일 땐 간접흡연에 노출된 것으로 판단한다.

분석 결과, 10년간 전체 대상자의 코티닌 수치는 평균 2.75ng/ml에서 0.56ng/ml로 현저히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간접흡연 피해가 없는 사람(코티닌 수치 5ng/ml 이하)의 비중도 51.1%에서 96.6%로 크게 늘었다.

설문조사에서도 뚜렷한 감소세가 확인됐다. 직장 내 간접흡연 경험을 보고한 남성은 45.6%에서 11.2%, 여성은 23.6%에서 4.6%로 줄었다. 가정 내 간접흡연 경험은 남성이 5.3%에서 0.9%, 여성은 18.1%에서 5.2%로 감소했다.

이처럼 전반적인 감소 추세를 보였지만, 교육 수준과 가계 소득, 직업에 따라 간접흡연 감소폭에 차이가 존재했다. 특히 학력이 높은 집단에서는 남녀 모두 간접흡연 노출 피해가 현저히 감소해, 간접흡연 노출에 있어 교육 수준이 다른 사회경제적 요인보다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교를 졸업한 고학력자의 평균 코티닌 수치는 남성의 경우 3.70ng/ml에서 0.54ng/ml, 여성은 3.01ng/ml에서 0.46ng/ml로 대폭 감소해 전체 학력계층 가운데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8년 기준 남성의 최종학력별 평균 코티닌 수치는 △대졸자 0.54ng/ml △고졸자 0.66ng/ml △중졸자 0.71ng/ml △중학교 미만 0.63ng/ml였으며, 여성은 △대졸자 0.46ng/ml △고졸자 0.56ng/ml △중졸자 0.65ng/ml △중학교 미만 0.61ng/ml였다.

학력 수준이 높은 집단에서 간접흡연 노출이 가장 크게 줄어든 이유는 고학력자들이 근무하는 장소가 주로 대형 사업장에 몰려있기 때문일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공장소는 실내 금연 정책이 제정된 직후부터 흡연 제한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반면, 소규모 사업장은 2015년이 돼서야 실내 흡연이 금지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간접흡연 노출 피해가 컸을 가능성이 있다.

조홍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교육 수준이 간접흡연 노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 등에서 간접흡연 노출에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흡연 규제 정책을 보다 세밀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니코틴과 담배 연구(Nicotine & Tobacco Research)’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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