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좋은 사람, 장(腸)도 건강하다 (연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혜롭고 외로움을 덜 타는 사람들은 장내 미생물도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내 미생물이 건강하면 지혜, 현명함, 포용력, 동정심 등의 고차원적 정신적 덕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침을 의미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의과대학(샌디에고캠퍼스) 정신의학과 타냐 응우옌 박사팀은 28세에서 97세 사이의 187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지혜와 외로움이 장내 미생물 다양성에 영향을 주고 또한 그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정신의학 최신연구(Frontiers in Psychiatry) 저널에 발표했다.

현명한 사람, 장내 미생물 다양성 높게 나타나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외로움, 지혜(현명함), 동정심, 사회적 지원 및 사회적 참여에 대한 검증된 자기 보고식 평가를 진행하고, 이들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을 분석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에 사는 세균, 바이러스 등 각종 미생물을 총칭하는 말이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배설물 샘플을 사용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분석했다.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은 각 개체 내 미생물 종의 생태적 풍요를 가리키는 ‘알파 다양성(alpha-diversity)’과 개인 간 미생물 군집 구성의 차이를 가리키는 ‘베타 다양성(beta-diversity)’과 같이 두 가지 측면에서 측정됐다.

외로움을 덜 타고, 지혜가 높은 수준에 있는 사람들이 장내 미생물 알파와 베타다양성 모두에서 더 풍부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사람들은 동정심, 포용력이나 사회적 지원도 더 큰 경향이 있었다.

외로움, 동정심, 지혜와 같은 덕목이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과 연관되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장내 미생물 다양성의 감소는 전형적으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함을 나타내고, 비만, 염증성 대장 질환, 주요 우울증 장애 등 다양한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

외로움과 미생물 다양성의 관계는 노인에게 특히 강하게 나타났다. 이는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노인들에게서 외로움이 건강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음을 나타냈다.

응우옌 박사는 “외로움으로 인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스트레스성 장애에 대한 저항력과 회복력이 떨어져 조직적 염증 등 생리학적 후속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사회적 지원, 동정심, 지혜는 외로움과 관련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불안정성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건강하고 다양한 장내 미생물이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완충시키고, 지혜나 외로움을 조장하는 사회적 행동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과 뇌, 고차원적 인지능력에도 영향

인간의 내장은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등 소화관 내에 존재하는 수조 개의 미생물들로 구성돼 있다. 이 장내 미생물과 뇌의 감정 및 인지를 담당하는 부분과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는 이른바 ‘ 장-뇌의 축(gut-brain axis) ‘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진 바 있다.

장과 뇌, 이 양방향 의사소통 체계는 신경 활동, 호르몬, 면역 체계에 의해 조절된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체계에 변화가 생기면 스트레스 반응과 행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데, 가령 단순한 감정적 흥분에서부터 의사 결정, 성격 및 심리적 특성 등 고차원적 뇌의 기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번 연구결과와 같이 사회적 관계를 넓게 형성한 사람들이 더 다양한 내장 마이크로바이옴을 갖고 있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포함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사회적 행동과도 연결시키는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연구진은 다만 이번 연구에서 개인의 사회적 관계에 대한 데이터의 부재, 이들이 섭취하는 평소 식단, 객관적인 사회적 고립의 정도가 정확하게 측정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외로움에 대한 주관적인 보고가 이번 연구의 한계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외로움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를 이끌 수도 있고, 또는 마이크바이옴의 변화로 인해 개인이 외로워지는 경향이 생길 수도 있다. 연구진은 “이렇게 상호적인 ‘장-뇌 축’의 네트워크 현상을 잘 이해하기 위해 더 철저하고 정확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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