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역, 신뢰와 투명성의 시소게임

[허윤정의 의료세상]

방역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온통 백신에 쏠려 있다. 인도의 코로나19 백신 수출 중단 발표로 전 세계가 수급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은 지난 19일 오는 5월 중 아스트라제네카 166만 8000도스와 화이자 29만7000도스를 국제 백신 공동 구매·배분 프로젝트인 코백스를 통해 공급받기로 했다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는 올해 안에 집단면역 형성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정부는 4월까지 300만 명, 상반기 1200만 명에 접종하고 오는 11월 집단면역 목표대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고성’과 ‘백신 싸움’으로 보도되는 모양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재난이 발생하면 정부의 정책은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 결정되고, 그 이후에 상황에 따라 변경이 불가피한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재난 상황 자체의 특성이 그렇기도 하다.

[사진=뉴스1]
백신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부작용의 문제, 다른 국가의 백신 독점, 변이 바이러스, 3차 접종 논의 등 백신 수급을 둘러싼 사건들이 실시간 변화로 예측이 어렵다. 예방접종 이상 반응이 즉각 백신 부작용 사례로 보도되는 등 백신에 대한 과도한 우려와 접종에 대한 불신 등 백신의 천태만상이 다 드러나고 있는 형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염병 대응에 최종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는 감염병 대응의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대응계획대로 이를 집행하고 추진할 의무를 가진다.

이 과정에서 언론과 국회와 시민사회 단체들의 의견과 지적은 좀 더 나은 대안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에서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고 숙지하여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일부에서 지적되는 우려와 같이, 근거 없는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과장해 국민의 불신을 가중시키는 사례가 반복되어서는 곤란하다.

감염병 대응의 가장 좋은 모델은 투명성을 바탕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방역 당국이 국민을 믿고 투명한 정보공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대응 여력이 확보되는 대로 더 세심한 정보까지 지속적인 정보공개 영역의 범위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사망자 1위(581,061명)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은 방역의 모범국가는 아니다. 그러나 미국 질병통제센터(Center for Disease Control. CDC)에서 배워야 할 부분이 있다. 미국 CDC의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모든 회의를 일반에게 공개하며 웹을 통해 온라인으로 제공한다.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병뿐 아니라 백신 부족과 백신 공급의 변화 등도 포함된다.

대한민국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지만, 참관인이 회의 5일 전에 참가신청서를 작성하고, 참석도 10인 이하로 제한하며, 법인이나 단체일 경우 대표자 1인만 참석이 가능하다. 회의 참관에 필요한 서식자료와 온라인 신청은 비활성화돼 있다. 예방접종전문위원회 회의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공개회의로 개최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올해 9차례 개최한 영상회의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지, 참관인이 참여했다는 기록은 현재까지 공개된 적이 없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정보가 정부에 독점되어 있었고, 국민은 정부가 주는 제한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세계가 하나의 정보망으로 운영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 이외에도 학문적인 연구업적과 민간기업의 기술 역량 그리고 외국 언론의 보도 등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감염병 대응을 위한 정책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이며, 진행 과정에서 각 국가마다 보유한 자원이 다르고 국민의 반응도 상이하다. 백신과 관련된 정책 결정과정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한 첩경은 다양한 방식으로 투명성을 높이는 길이다.

감염병이 장기화되면서 지역적으로 정치적인 요구가 제각각 표출되고 있다. 최근 보궐선거를 통해 새로 취임한 서울과 부산 시장은 중앙정부와 다른 방역지침을 발표하고 나섰다. 경기도지사도 독자적인 백신 수급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으나, 이 같은 요구를 차단할 수 있는 방법도 선뜻 명확하지 않다.

서울과 부산 시장이 각각 중앙정부와 다른 입장의 방역 정책을 발표할 때는, 그 근거가 무엇인지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중앙정부와 다른 방역 정책을 시행한다고 발표하면서 정부 방역 정책과의 차별성과 어떤 유익이 있는지 근거를 제시하고 시민들을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기도지사의 독자적인 백신 수급 검토도 동일하다. 중앙정부나 질병관리청, 지방정부 모두 정책의 신뢰성을 높이는 길은 투명성을 확대하는 길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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