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망자 밀봉 후 화장…과학아닌 미신 따른 것”

“중환자는 입원과 동시에 보호자와 헤어져 만나지 못한다. 숨이 넘어가는 순간에야 방호벽 창문을 통해서 마주하게 되고, 이마저도 자가격리 기간의 보호자에겐 허락되지 않는다. 임종 전 환자의 가족들이 와서 유리창 너머 환자를 보며 오열하는 모습에 나 역시도 같이 울었다.”

-경북대병원 내과 중환자실 간호사 구성미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보호자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에 대해 설명한 뒤 하고 싶은 말씀을 전달하라며 환자 귀에다 핸드폰을 대어주었다. 의식이 없고 맥이 없어진 환자는 이미 아무 말도 들을 수 없다. 그러나 부인인 할머니가 그 환자가 들리도록 외치는 통화 내용이 내 귀에까지 울려 퍼지니, 마음이 아팠고 눈물이 흐른다. 이 상황이 50년 이상을 같이 한 노부부의 마지막 이별 의식이기 때문이다.”

“(시신 처리를 하는 사람들이 음압병동에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간호사들이 무거운 방호복을 입고 매일 사후처치를 해야 한다. 코로나 사망 환자는 몸에 주렁주렁 달린 주사나 몸에 접착된 모니터용 테이프, 산소 및 소면 도관 등 온갖 부착물을 떼지 않고 바로 봉인하는 시신처리를 해야 하므로 고인에 대한 존중과 예의가 없는 것이 못내 마음이 아프다. 사망자는 바로 화장을 한다니, 가족들의 비통한 마음은 더할 것이다.”

-경북대병원 506 서병동 수간호사 배은희

지난해 코로나19로 초토화된 대구의 현장을 담은 책《그곳에 희망을 심었네》에서 자원봉사에 나섰던 간호사들의 가슴 아픈 경험담이다. 간호사들이 함께 눈물 흘렸듯, 졸지에 가족을 잃으면서 임종을 못 보거나, 장례도 제대로 못 치른 유가족의 아픔은 평생 한이 될 것이다.

[사진=뉴스1]
코로나19 사망자는 지금도 가족과의 접촉이 제한되며, 화장이 결정되면 의료용 팩에 밀봉, 입관 후 병원에서 곧바로 화장터로 향하게 된다. 가족이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에 들어가면 임종부터 장례까지 참석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코로나19는 비말과 밀접접촉으로만 전염되기 때문에 이 같은 선화장-후장례 조치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정부의 행정편의적 지침이라는 논문이 발표됐다.

이 논문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전염병으로 사망한 사람의 사체를 화장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흔한 미신(Common Myth)’으로 정의했으며, 미국질병관리통제센터(CDC)는“코로나19 감염 여부가 매장과 화장 사이에 선택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하며, 고인의 가족과 친지의 바람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코로나 사망자 위한 애도의 시간 가질 수 있는 추모행정 필요 

아주대 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허윤정 교수(전 국회의원)는 대한의사협회지(JKMA) 4월호에 게재된 논문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의 화장 장례에 대한 의견: Opinion on the practice of cremation funeral for patients who died of COVID-19》을 통해 이 같은 현실을 소개하고 코로나19 사망자 대처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논문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한 규정은 중앙방역대책본부·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발표한 ‘코로나19 사망자 장례관리지침 제2판’에서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화장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2021년 2월 ‘사망자 장례비용 지원 안내 제3판’의 지원 목적 역시 코로나19로 사망한 자의 시신을 ‘화장함으로써 감염병 확산 방지’ 및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한 비용을 지원하기 위함으로 명시돼 있다.

코로나19 사망자는 확진 이후부터 가족과의 면회가 전면적으로 제한된다. 환자 본인에게는 매우 불안하고 절망스러운 시간을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격리되어 지내다 사망하게 되고, 가족에 피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장례절차를 거친다.

이 논문은 2020년 12월 28일 마지막으로 업데이트된 미국 질병통제관리센터(CDC)의 지침에도 코로나19 감염 여부가 매장과 화장 사이에 선택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하며, 고인의 가족과 친지의 바람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현재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한 규정은 작년 초 사망자가 급증할 당시 만들어진 정부지침으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지금이라도 정부와 의료계가 코로나 사망자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 유족들의 슬픔을 달래줄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윤정 교수는 “쏟아지고 있는 코로나19 연구 결과의 과학적 고찰을 통해 국내 방역 및 치료 가이드라인 뿐 아니라 현재의 ‘선화장 후장례’의 장례지침을 갱신하는 당국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코로나19 사망자와 그 가족들이 충분하게 애도하고, 제대로 이별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을 결코 미루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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